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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51> 2025. 03. 31.(월)

by 꿈강

주말 동안 손녀딸을 못 본 터라, 딸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잰걸음이 되는 아침이다. 못 본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보고 싶은 마음이 이렇게 커질 수가 있다니! 딸네 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말에 제 엄마, 아빠와 신나게 논 손녀딸은 곤히 잠들어 있고 딸내미는 출근 준비에 여념이 없다. 딸내미는 이내 출근길에 올랐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아내가 손녀딸 방으로 갔다. 손녀딸이 깬 모양이다. 나도 따라가 보니 손녀딸은 침대에 누운 채 아내의 뽀뽀 세례를 받고 있었다. 아내는 손녀딸 아침밥 준비해야 해서 부엌으로 나가고 대신 내가 손녀딸 옆에 누웠다. 등을 긁어 달란다. 내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손녀딸 등을 살살 긁어 주며 좀 더 자라고 했다. 손녀딸 눈이 말똥말똥하다.


안고 거실로 나왔다. 딸내미가 출근하기 전에, 손녀딸이 책을 더 읽어 달라고 할지도 모른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이번 주에 책 40권을 읽는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3권을 더 읽어야 한다고 했다. 손녀딸에게 물어보니, 더 읽겠다고 했다. 책 3권을 가져와 읽어 준 뒤, 어린이집 독서통장에 읽은 책의 제목을 적어 주었다. 어린이집에 가져가면 선생님이 확인 도장을 찍어 주는데, 손녀딸은 찍힌 도장을 보며 매우 흐뭇해한다. 그 맛에 책을 읽는 건지도 모르겠다.


쉬를 하겠다고 해서 화장실로 데려갔더니, 응가까지 하겠다고 한다. 냄새를 제법 풍기며 응가를 하는데 웬일인지 제 코를 움켜쥐지 않는다. 응가할 때마다 제 코를 움켜쥐더니만,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나 보다. 그러더니 갑자기 "할아버지, 소문에 들었는데 지○이는 염소똥을 눈대."란다.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제 친구 '지○이'가 염소똥을 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모양이다. 그런데 '소문에 들었는데'라는 표현을 하는 게 좀 놀랍다. 우리나라 나이로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 말이다. 여기에는 자기는 염소똥을 누지 않고 바나나똥을 눈다는 자부심이 은근히 깔려 있다. 용변을 마치고 변기 뚜껑을 덮은 다음 손녀딸에게 물을 내리게 했다. 그동안 손녀딸은 용변을 보고 나서, 나에게 물을 내리게 했다. 더럽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냥 내버려 두었다간 버릇이 될 듯하여 이제부터 손녀딸에게 내리게 한 것이다.


어린이집 등원 준비를 마치고 차를 타러 나가려 하는데 손녀딸이 갑자기, 아내가 양 갈래로 묶어 놓은 머리를 하나로 묶어 달란다. 자기가 고른 리본을 하기에는 하나로 묶는 게 좋겠단다. 아내의 손이 바빠졌다. 머리를 다시 하나로 묶은 뒤 손녀딸이 고른 리본을 매 주었다. 손녀딸은 자신이 고른 머리핀 두 개를 제 손으로 머리에 꽂은 뒤 아주 신나게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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