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2025. 07. 10.(목)
평소보다 5분쯤 이른 6시 25분에 딸네 집에 들어갔다. 손녀딸 침대가 휑하니 비어 있다. 손녀딸은 벌써 깨어 애착 인형 '보노'를 껴안고, 주방에서 도시락을 싸느라 분주한 제 엄마 발치에 누워 있다. 손녀딸을 냉큼 들어 올려 안아 거실로 가서 앉았다. 너무 일찍 일어나 손녀딸이 피곤할까 자못 염려가 되었다.
잠시 후 사위가 거실로 오더니 손녀딸에게 출근 인사를 했다. 출근 인사를 하면서, 식탁 위에 놓여 있는 좀 길쭉한 알루미늄을 통을 가리키며 손녀딸이 좋아하는 과자라는 얘기를 손녀딸에게 하고 출근길에 올랐다. 손녀딸은 눈을 반짝이더니 그 통을 나한테 가져와 뚜껑을 열어달라고 했다.
뚜껑을 열고 비닐을 뜯자 길쭉한 원통 모양의 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손녀딸이 좋아하는 과자다. 손녀딸은 당장 그 과자를 먹겠다고 했다. 밥도 먹기 전에 과자를 먹으면 안 되지만 나를 쳐다보는 손녀딸의 눈빛이 너무 간절하다. 하나만 먹으라고 했다. 손녀딸은 냉큼 과자 하나를 꺼내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그러고 나서 더 먹고 싶다는 눈빛을 보냈다. 안 된다고 했더니 이내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며 울음을 터뜨린다.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딸내미가 달려와 손녀딸을 혼냈다. 밥 먹기 전에 과자를 먹으면 안 된다며 그렇게 울려면 방에 들어가 울라고 단호히 말했다. 손녀딸은, 방으로 가지 않고 그냥 있겠다고 했다. 딸내미가, 그러면 나한테 멀리 떨어지라고 했다. 나는 하릴없이 그 과자를 다시 식탁 위에 올려놓고 손녀딸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그러고 나서 딸내미는 곧바로 출근길에 올랐다.
혼자 앉아 훌쩍이던 손녀딸은 얼마 후 울음을 그쳤다. 그러더니 식탁으로 쪼르르 가서 그 과자를 다시 가져왔다. 그러더니 내 얼굴을 쳐다보며 "밥 먹고 먹을 거야."라고 말했다. 아내가 준비해 준 아침밥과 과일을 부랴부랴 먹였다. 아침밥과 과일을 어느 정도 먹은 손녀딸이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손녀딸의 얼굴에는 '이제 과자 먹어도 되지?'라고 쓰여 있었다. 과자 먹으라고 말해 주고 나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손녀딸은 여전히 그 과자를 먹고 있었다. 내가 "아직도 과자 먹고 있어?"라고 했더니 손녀딸은 "이제 그만 먹을 거야."라며 손을 탁탁 털었다.
아침부터 눈물바람을 한 손녀딸의 기분이 좋아졌다. 먹고 싶은 과자를 어지간히 먹은 모양이다. 밥 먹기 전에 과자부터 먹으면 물론 안 되지만, 먹으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자르기가 쉽지 않다. 할아버지의 마음이다. 아침부터 눈물 흘리는 손녀딸을 보기가 안쓰럽기 때문이다. 이럴 때 딸내미가 필요하다. 엄마가 따끔하게 말하면 손녀딸이 어느 정도 말을 들으니 말이다. 문제는 딸내미가 없을 때다. 아내나 내가 단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아내와 내가 너무 오냐오냐해서 손녀딸이 소위 '금쪽이'가 될 까봐 가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적정한 선을 찾아야 하는데......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요리 활동이 있는 날이다. 집을 나서기 전 손녀딸은 할머니에게 "할머니, 앞치마 챙겼어?"라고 물었다. 앞치마 준비해 오라는 말을 기억했다가 묻는 것이다. 앞치마 잘 챙겨서 가방에 넣어두었다는 할머니의 말을 들은 손녀딸은 아주 기분 좋게 어린이집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