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보낸 한평생

학교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는?

by 꿈강

1989년에 교직 생활을 시작해 2024년에 마쳤다. 30년 넘게 주로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다 퇴직했다. 교직 생활 내내 풀지 못한 수수께끼가 하나 있다.


'왜 학교에서는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 걸까?'라는 의문이다. 교장도 교감도 교사들끼리도 수업에 관한 이야기는 좀처럼 꺼내지 않았다. 직원 조회 때마다 교장, 교감이 하는 이야기는 학생 생활 지도, 연구학교 운영, 빈틈없는 공문 처리 등등에 관한 것이었다. 교사들 사이에서 오가는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말썽 부리는 학생 이야기나 효율적인 업무 처리 방식에 관한 이야기는 활발하게 주고받았지만 수업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나누지 않았다.


학교를 다녀 본 사람이라면 모두 동의하리라 생각하는데, 학교의 본질은 수업 아니던가? 학교에서 수업을 뺀다면 학교는 앙꼬 없는 찐빵과 진배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왜 학교에서는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 것일까.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의미이다. 결국 학교에서 수업에 관해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수업을 잘하지 못해도 교직 생활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사실이 그랬다. 교직 생활을 돌이켜 보면 내 수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내가 수업을 잘하는지 못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나에 대한 평가 기준에 수업은 없었다. 공문 처리를 얼마나 잘하는지,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얼마나 많이 보내는지, 말썽 부리는 학생들을 얼마나 잘 통제하는지 등이 나에 대한 평가 기준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그 어떤 교사가 수업 잘하려고 전력을 다하겠는가. 공문 처리에, 대학 진학에, 학생 통제에 온 힘을 기울이지 않겠는가.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다른 요소를 아무리 바꾸더라도 학교는 바뀌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교사들이 수업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도록 학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수업 잘하는 교사가 대우를 받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일 터이다. 내 경험상 학교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수업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리 없고 또 학교 외부에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전혀 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학교에서 수업을 최고 가치로 여기도록 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 교육은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테니 말이다. 당장 수업을, 수업 잘하기를 학교 최고 가치가 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시행해야 한다. 체계적인 방안을 세우려면 시간이 필요할 터이다. 그전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내가 근무했던 고등학교들에도 모두 있었고 아마 우리나라 대부분 학교에 있으리라 생각한다. 바로 '수업 공개' 제도이다. '수업 공개'는 말 그대로 자신의 수업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다. 다른 교사가 수업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수업을 되돌아볼 수 있는 썩 괜찮은 제도이다. 이 수업 공개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된다는 점이 문제이다. 수업 공개에 관한 서류상 계획은 완벽하나 실제로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수업 공개가 교사들의 수업 능력 향상에 효과적으로 작용하려면 수업 공개의 대상이 동일 교과 교사이어야 한다. 그래야 공개 수업을 보고 동일 교과 교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그 수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내가 근무할 당시 수업 공개하는 동일 교과 교사의 수업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 교사가 수업을 공개할 때 나도 수업이 있기 때문이었다. 동일 교과 교사의 수업을 조정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 텐데 내가 근무했던 그 어떤 학교에서도 수업을 조정하지 않았다. 번거롭기는 하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은 일인데 말이다.


이 점을 바꾸는 게 첫걸음이 되리라. 수업 공개는 우리나라 거의 모든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으니 수업 공개 시 동일 교과 교사들의 수업 시간을 조정하여 그 교사들이 수업 공개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동일 교과 교사들이 공개 수업을 보고 그 수업에 대해 토의하게 된다면 교사들의 수업 능력은 몰라 보게 좋아지리라 생각한다. 모든 교사들이 일 년에 한 번 이상 자신의 수업을 공개하고 그 수업에 대해 동일 교과 교사들끼리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해야 한다.


수업 공개가 실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처럼 형식적으로 흘러가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제대로 된 수업 공개에 나서겠다고 할 리 만무하다. 교사들은 자신의 수업을 지나가는 개미한테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학교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학교장이 수업 공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수업 공개가 계획대로 진행되도록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또 학교장이 수업 공개를 계획대로 시행하고 있는지 교육청 차원에서 점검해야 한다. 수업 공개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학교장에게 일정한 벌점을 부과하면 수업 공개가 제대로 시행되는 데 크게 도움일 되리라 생각한다.


학교에서 '수업'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명제다. 그런데 30년 넘는 교직 생활 동안 단 한 번도 '수업'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순간을 맞이한 적이 없었다. 현직에 있는 후배 교사들과 이야기를 해 보니 지금도 역시 그러하다고 한다. '수업'이 학교에서 최고의 가치가 되도록 학교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다른 것을 아무리 바꾸어도 '수업'이 학교에서 최고의 가치가 되지 않는다면 학교는 지금 상태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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