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어떻게 얼렁뚱땅 수습된 이후 지구촌 사람들에겐 -최소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온갖 신문과 뉴스들이 쉴 새 없이 떠들어 됐지만 아직 인플레이션이라는 개념이 생소하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란 '일정 기간 동안 물가가 지속적이고 비례적으로 오르는 현상, 혹은 화폐가치가 지속적이고 비례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라고 한다. 코로나 19 기간 동안 미국을 필두로 각종 국가들이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친 나머지 -돈을 너무 많이 찍어낸 나머지-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올랐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의 식비, 생활비, 쇼핑비, 붕어빵 값이 밑도 끝도 없이 치솟은 게 다 이 망할 놈의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그래. 이제 인플레이션이 뭔지는 대충 알겠고 얼마나 나쁜 건지도 알겠는데 그렇다면 '도파민 인플레이션'은 또 도대체 무엇인가? 도파민 인플레이션이 무엇을 의미하는 단어인지 전혀 모르겠다면 그건 지극히 정상이다. 왜냐하면 내가 방금 만들어낸 말이기 때문이다. 또 아주 방금 구글링을 해본 결과 -한글로도 영어로도- 특별히 관련 내용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내가 처음 만든 말이 맞는 것 같다. 뭐 엄청난 발견이라도 한 듯이 으스됐지만 개념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 최근 온갖 베스트셀러와 유튜브, 뇌과학 전문가들 입에 오르내리는 '도파민 중독'이라는 현상을 바탕으로 내 식대로 그럴듯한 또 다른 단어를 지어내 본 것뿐이니까. 특별하고 독창적인 부분은 딱히 없지만, 글 쓰는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예의 상 '도파민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어쩌다 내 머릿속에서 튀어나오게 된 것인지 설명을 해보겠다. 뭐 똑똑하고 눈치 빠른 독자분들께서는 이미 대략 무슨 내용이고 어떠한 논리를 담고 있을지 진작에 파악하셨겠지만 말이다.
현대 사회에는 '재밌는 것'이, 혹은 '도파민을 주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언제나 우리는 고열량, 고당분, 고 나트륨의 식품들을 상당히 싼 가격으로 쉽게 먹을 수 있다. 굳이 마약까지 가지 않더라도 알코올과 니코틴 등 의존성이 높은 물질을 집 10분 거리에서 구매할 수 있다. 누구나 주머니 속에 말 그대로 세상 모든 시청각적 즐거움과 쾌락이 들어있는 네모난 기계를 들고 다닌다. 그렇다. 우리는 원시시대까지 갈 것도 없이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인 16년 전과 비교해도 행복을 얻기 너무나도 쉬운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16년 전에 비해 다들 더 행복하게 살고 있나? 글쎄..? '그렇다'라고 확신에 찬 대답을 하기는 개인적으로는 조금 힘들다. 과학적인 근거나 연구결과는 없지만 개인적인 연구와 체감으로는 심지어 다들 조금씩 더 불행해진 것 같기도 하다. 왜 우리는 더 행복해졌는데 더 안 행복한 것인가? 이 역설적인 상황을 나 혼자서 '도파민 인플레이션' 혹은 '행복 인플레이션'이라고 이름을 붙여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달러를 엄청나게 찍어내자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상승한 것처럼, 스마트폰과 각종 기술의 발달이 우리의 삶 속에 '즐거움'을 무식하게 많이 찍어내자 즐거움의 가치가 엄청나게 떨어지고 우리는 덜 행복해진 것이다. 이제 우리가 붕어빵 세 마리를 사기 위해서는 이천 원이라는 거금을 내야 하듯이, 행복하기 위해서 더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더 자극적인 영상들을 보고, 좀 극단적인 사례로는 더 자극적인 물질을 몸에 주입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더 자극적으로 산다고 더 행복해지나? 아마 그렇지 않다는 것에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이다. 처음 가지게 됐을 때 너무나도 신기하고 재밌어서 하루종일 끼고 살았던 스마트폰도 이제는 그냥 '10억 짐바브웨 달러'에 불과하다. 쇼츠를 10초에 하나씩 넘기며 즐거움을 무한히 찍어내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허탈함 뿐이다. 바야흐로 너무 행복해서 안 행복한, 도파민이 너무 많아서 도파민을 못 느끼는 '도파민 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최근 -2023년 12월 21일 기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물가 안정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보면 코로나 19를 이겨낸 인간들은 인플레이션도 어느 정도 이겨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견해에 따라서는 '그냥 인플레이션'보다 더 심각한 실존적 문제일 수 있는, '도파민 인플레이션'이라고 불리게 된, 이 비극적이고 개인이 거스르기에는 너무나도 거센 흐름을, 우리는 -최소 나는-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가? 이에 대한 고민과 관련 경험들을 앞으로 조금씩 써내려 가고자 한다.
미리 말하자면 그동안 숨겨져 있던 엄청난 지혜를 몰래 보여주거나 막대한 분량의 과학적 연구와 논문을 기반으로 획기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글들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 안 하고 한 달 버티기' '설탕, 밀가루 안 먹고 1년 버티기' 등의 엄청난 극기에 도전하지도 않을 것이다. -앞에서 엄청 잘난 척한 게 머쓱하지만 할 생각도 별로 없고 해낼 자신도 전혀 없다- 그렇다고 시중에 넘치는 자기 개발서나 사짜 동기부여 유튜버들처럼 그럴듯한 말들로 부도 수표 같은 조언들을 남발하지도 않을 테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안심하셔도 좋다. 그냥 내가 '도파민 인플레이션' 속에서 운 좋게 찾아낸 '진짜 즐거움'에 대한 글을 써내려 갈 것이다. 그 크기와 상관없이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요동치는 도파민의 화폐 가치 속 불변하는 '황금'같은 즐거움을 준 경험 혹은 도전들에 대한 글들이 될 것이다. -물론 황금의 가치도 꽤나 요동치기는 한다- 아마 대단한 체험들 보다는 모두가 일상에서 한두 번은 겪을 법한 소소한 내용이 주가 될 것 같기는 한데, 그냥 현학적이고 거창한 제목이 붙어있는 누군가의 일기장 정도로 이해하고 읽어주시면 기쁠 것 같다. 기왕 현학적으로 구는 김에 좀 더 욕심을 부려본다면 '물리적 생존이 어느 정도 보장된 도파민 인플레이션 세상 속 한 소시민의 실존적 생존기' 정도라고 이름을 더욱 거창하게 붙여보고 싶기는 하다. 뭐 이런 머리 복잡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가 싫으신 분들은 어린 시절 재밌게 읽은 만화책 <무인도에서 살아남기>와 흡사한 책이라고 생각하셔도 좋다. 딱히 그 내용이 인생에 도움이 되거나 크게 실용적이지는 않겠지만 최소 읽으면 재밌기는 한 그런 책만 되어도 상당히 기쁠것 같다. 내가 어떻게 '도파민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았는지 그 소소한 꿀팁들을 도움이 되든 안 되든 꿋꿋이 전달을 해드릴 테니 말이다. 아 물론 살아남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