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버스

오롯이 승객 한 명을 위한 야간운행

by 도리

승객 1인당 마을버스 요금 성인 기준 1,350원​


버스 기사의 직접노무비 시간 당 13,000원 (서울마을버스 기사의 월급이 월 26일 8시간 풀타임 근무 기준 세전 2,685,780원이라는 2022년 7월 자료를 보았다. 그럼 시급이 대략 13,000원 정도 나온다. 지금은 더 올랐을 수도?)

보험료

재산세

버스 연료비

버스 감가상각비

차고지 이용료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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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생각했을 때

한 시간에 한 두 명 탈까 말까 한 나의 동네 마을버스는 야간 운영을 할 경우 적자가 날 것이다.

피크 시간에만 배차해서 승객을 꽉꽉 채워서 운영하는 게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일 텐데, 그럼에도 야간에 버스를 운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승객에게 안정성을 제공하기 위함이지 않을까.

마을 버스가 가장 어두운 시간에도 accessible + affordable한 이동수단이 되어줄 거라는 신뢰를 지키는 것.

야간에도 수요는 적지만 버스 운행 서비스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테고, 오로지 그 사람들을 위해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야간 운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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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수업을 들으며 모든 것이 결국에는 수익 창출로 환원되고, 영업 이익 극대화를 위해 인간을 도구화한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목도한 텅텅 빈 마을버스 풍경에서 세상은 그렇게 합리적인 로직으로만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어쩌면 마을버스 야간 운행도 신뢰에 기반한 고객 만족을 위한 수단, 또는 어차피 독점 시장이니 다른 시간대의 이익으로 상쇄될 수준의 손실이라서 고객 로열티를 위한 수단일지도 모르겠지만, 매 순간이 수익에 기여하거나 최상의 실적을 내지 않아도 괜찮은, 효율과 합리성이 최우선인 게 아니라 신뢰와 안정, 공공성을 생각하는 그런 경영이 생각보다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걸 확인함에 왠지 모를 위로를 받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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