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다
결혼이 어쩌면 마법의 성인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내가 보며 자라온 어른들의 모습은 언제나 술집의 풍경이었다.
그들의 웃음 뒤에는 늘 술잔이 있었고, 그것이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렇게 나도 자라서 자연스레 그 길을 따라 술과 함께 젊은 날을 흘려보냈다.
그런데 결혼이라는 사건이 내 인생에 찾아오자,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었다.
물론 단숨에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가정이라는 울타리, 그리고 아이라는 생명이 내 품에 안기면서
세상이 조금씩 따뜻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사랑스러워 보이기 시작했고, 삶 속에서 잃어버렸던 웃음이 조금씩 되살아났다.
누군가를 붙잡고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삶은 이전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다.
둘이던 인생이 셋이 되고, 내 인생의 항로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바람은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듯했다.
매일매일의 삶이 단조로운 반복이 아니라 하루하루 새롭게 열리는 마법의 성으로 들어가는 길처럼 느껴졌다.
그 안에서 나는 비로소 ‘삶이 아름답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문득 중학교 시절에 배웠던 이율곡의 자경문 한 구절이 떠올랐다.
“뜻을 크게 가져라. 먼저 그 뜻을 크게 가져서 성인을 모범으로 삼자.”
그리고 그 다음 구절, “안이한 생각을 갖지 마라.”
이 문장들이 머릿속에 울리며 나의 하루를 붙잡았다.
막연히 뜬구름처럼 흘러가던 인생 속에서 비로소 *‘나의 뜻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마음 깊이 자리 잡았다.
결혼은 나에게 목표를 세울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지킬 수 있어도 좋고, 혹 지키지 못해도 괜찮다.
이제는 그저 목표를 ‘세워본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살게 한다.
남은 인생이 아직 길게 펼쳐져 있으니, 그 안에서 내가 가야 할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결혼은 나에게 인생의 항로를 바꾸어 놓은 첫 번째 나침반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그 나침반을 들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나의 목표를 향해 항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