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이전의 시간
오늘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했다.
새벽 5시 33분 첫차임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플랫폼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시간,
말없이 줄을 서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새삼 부지런함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느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을
‘욕망하는 존재’,
곧 의지에 이끌려 살아가는 존재라고 말했다.
이 새벽의 사람들 역시
누군가의 강요 때문이 아니라
살아가야 한다는 의지,
먹고 살아야 한다는 욕망에 의해
이 시간에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쇼펜하우어는 동시에 이렇게 말한다.
인간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자신이 놓지 못한 욕망이라고.
플랫폼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들 중 누군가는
원해서 이 시간에 서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새벽을 버티는 힘은
행복이 아니라 인내라는 사실이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에서
인내는 패배가 아니다.
욕망을 잠시 낮추고,
의지를 조용히 다스리는 선택이다.
그래서일까.
지하철이 들어오기 전의 짧은 침묵 속에서
나는 이상하게도
세상과 조금 떨어져 있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고,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
그는 말한다.
고독은 벌이 아니라
의지에서 벗어나는 통로라고.
오늘 이 새벽,
지하철 플랫폼 위에서
나는 잠시 그 통로를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깨닫는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