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출근길에 부치는 존경

불길 앞에서 지켜온 침묵의 시간

by 주말이


오늘, 동네에서 늘 든든한 존재였던 한 형님의 마지막 출근 소식을 들었다.
30년.
누군가는 한 직장에서 오래 일했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소방공무원에게 30년은 단순한 근속 연수가 아니라
수없이 많은 선택과 책임이 쌓인 시간일 것이다.


불길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설 수 있었던 순간에도
형님은 늘 한 걸음 더 들어가는 쪽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 선택의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누군가의 가족을 지키는 일,
이름 모를 국민의 하루를 무사히 이어주는 일.
그 당연함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안위는 늘 뒤로 미뤄두었을 것이다.


철학은 종종 묻는다.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오늘 그 질문의 한 답을 본다.
크게 말하지 않고,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기 몫의 책임을 끝까지 감당해낸 삶.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존엄한 삶이다.


이제 출동 벨이 울리지 않는 아침이 시작되겠지만,
형님이 지켜온 시간과 선택은
이 동네와 이 사회 어딘가에 분명히 남아 있을 것이다.
불길은 사라져도,
그 불길 앞에 섰던 사람의 자세는 오래 기억된다.


30년의 세월,
말로 다 할 수 없는 노고에 깊은 존경을 보낸다.
오늘의 마지막 출근은 끝이 아니라
형님 자신을 위한 삶으로 이어지는
조용하고 단단한 시작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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