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름으로 이름을 지으면 오래 산다고 하던데 정말이길-
대리는 이동하는 내내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낮게 울며 경계를 계속했다. 어떻게든 탈출하겠다고 이동장 안에서 그 작은 발로 지퍼를 열어대는데 벌써 팔이 안으로 굽는 건지 천재 고양이가 틀림없다며 연신 대단하다 외쳐댔다.
결혼 적령기이고 누군가는 결혼 적령기가 지났다 할 수 있는 나이의 여성으로 싱글라이프를 즐겨왔기 때문에 고양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부담스럽게만 느껴졌었다. 그렇기에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위한 준비를 해두지 않았었는데 우연히 대리의 분양글을 보고 홀린 듯이 연락하게 됐고 사진을 받아 본 뒤에는 당장 내일 가겠다고 하게 된 조금은 충동적인 입양이었다.
이쯤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소개를 하자면 내 한 몸 잘 건사하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면 된다는 모토로 살아가고 있는 얼마 전에 백수가 된 30대 여성이다.
고양이가 귀엽던 말던 내 앞가림하기도 바쁜 시기에 무슨 동물이냐는 생각은 집에 돌아갈 때까지 계속됐고 마음속에 작은 후회와 두려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시작은 충동적이었더라도 마음먹은 이상 옳은 선택을 한 것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성격이기에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비하면 너무 짧은 이 고양이의 삶 하나 책임지지 못하겠는가 스스로를 다독이며 현관문을 열었다.
'오오오-'하며 호전적으로 울던 대리는 이동장을 바닥에 내려놓자 잠잠해졌다.
"자, 이제 나와서 집 구경할래?"
내 식사 하나 그럴듯하게 만들지 못하는 수준의 손재주이지만 열심히 조립한 캣타워와 대리가 사용하던 여러 용품들을 유튜브를 참고해 적당한 위치에 배치한 뒤 이동장을 열어주었다.
집안 구석구석 고개만 내밀고 살피더니 이내 슬금슬금 집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바로 어딘가 구석을 찾아 숨을 줄 알았는데.. 새침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꽤나 용감한 고양이인 모양이다.
조심스럽게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모습을 관심 없는 척 곁눈질로 힐끔거렸다. 대리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사료와 물이 있는 밥그릇 앞이었다. 두려움보다 식욕이 앞서는지 허겁지겁 배를 채운다. 사람도 동물도 역시 잘 먹는 게 최고이다.
'오도독- 오도독-' 사료가 부서지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어쩐지 이제야 한 생명을 들였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사료 부서지는 소리를 듣다 새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졌다. 사람도 좋은 이름을 위해 돈을 내고 작명받기도 하지 않는가? 비록 파양을 겪으며 나에게 왔지만 새 이름을 준다면 앞으로는 행복하게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겼다. 그렇지만 고양이에게 작명소는 과하다 싶으니 열심히 손품을 팔아 보기로 했다.
휴대폰을 들고 [고양이 이름 추천], [고양이 이름 순위] 따위를 검색하는데 겨우 두세글자정도 길이의 이름을 정하는 문제가 참 쉽지 않닸다. 내 고양이에겐 세상에서 하나뿐인 멋진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는 둥 거창한 이유는 아니고 단순히 무언가를 결정하는 데에 조금 느린 편이라서이다. 어릴 적 게임을 할 때에도 캐릭터를 생성하고 닉네임을 짓는 데에 꼬박 하루를 보내던 아이였다. 정작 게임은 얼마 하지 않았던 기억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이 이름은 발음이 마음에 들지 않고, 저 이름은 너무 흔한 것 같고.. 기존 이름과 비슷한 발음으로 해주면 적응하는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고민을 하다가 문득 떠올랐다.
음식 이름으로 이름을 지으면 건강하게 오래 산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날 '대리'는 '데리(야끼)'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