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고양이는 얼마입니까?
"아가씨- 고양이 어디서 사서 나오는 거예요? 몇 호 방문했어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온 경비원 아저씨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XXX호인데, 친한 언니네 고양이고 잠깐 돌봐주기로 한 거예요"
나는 왜 이렇게 대답했을까? 순간적으로 '대리'가 알아들을까 봐 겁이 났던 걸까? 왜 저 별 뜻 없을 질문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듯했던 걸까..
"그래요? 어휴. 귀엽게 생겼네~ 우쭈쭈"
멋쩍게 웃는 경비원 아저씨는 대리의 짐을 싣는 것을 도와주었고 나는 미리 호출해 둔 차량의 조수석 뒷좌석에 앉아 이동장을 꼭 안은 채 강남 거리를 거니는 잘 차려입은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러다 얼굴을 마주 본 채 돈을 주고받기 멋쩍다는 이유로 돌아가는 길에 계좌이체를 하기로 했던 것이 떠올랐다.
'입금했습니다. 확인해 주세요'
'네~'
품종묘인 대리는 비싼 몸값을 치르고 여성에게 입양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책임비 5만 원에 여성을 떠나게 되었다.
대리의 분양 글에는 이런 품종묘가 정말로 5만 원이냐는 댓글들이 달렸었다. 분양글을 올리는 카페 정책상 무료 분양 게시판에서 책임비는 5만 원까지만 받을 수 있고 길에서 구조된 뒤 입양자를 기다리는 코리안 숏 헤어나 파양 되는 비싸게 데려온 품종묘 모두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품종묘 중에서도 흔하지 않은 묘종인 대리는 조금 더 비싸게 분양할 수 있는 일반분양으로도 충분히 새 주인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무료 분양 게시판에 분양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또한 대리를 데리러 가는 길 내내 아프거나 심각한 문제행동이 있는 고양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만약 고양이에게 문제가 없다면 이 분양글을 올린 사람은 분명 무책임한 사람일 것이라고.. 작디작은 아기 고양이가 점점 커져 싫증 나자 곧 돌아올 첫째 고양이와 합사 시도도 해보지 않은 채 '아이들 성격상 합사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하는 생명을 경시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주 앉아 꼼꼼하게 대리에 대해 설명하던 여성은 조금도 그런 사람 같지 않아 보였고 애정마저 있어 보였다. 설명을 끝낸 여성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돈보다도 대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곳에 보내고 싶었어요. 잘 봐주실 거라 믿어요."
상대에 대해 속단했다는 것에 대한 부채감이었을까? 아니면 빈말일 수 있는 이 말이 사실은 어떤 주문이라도 되었던 것일까? 그 짧은 순간 미약하게 쓰린 통증과 함께 책임감이 뿌리 박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마음 한편을 무겁게 짓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