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위한 매운 위로
세상과 일과 사람과 사랑에 치여서 마음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맥주나 소주로는 차마 채워지지 않는 영혼의 허기를 느낄 때,
이 정도 도파민으로는 상처를 잊기엔 부족하다 싶을 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배달앱을 켠다.
그리고 곧 나도 모르는 새 습관적으로 손가락이 엽기떡볶이를 주문한다.
매운맛은 총 세단계지만 일단 착한맛이라는
내 기준 충분히 감당이 가능한 매운맛을 선택하고,
어묵과 메추리알과 비엔나소시지, 콘마요를 추가하면 내가 일년에 열두번도 더 먹는 엽떡 조합이 태어난다.
특히 그 중 최근에 새로 나온 ‘마라엽떡’은
먹고나면 다음날 화장실에서 심판을 받게 되지만
알면서도 사랑하는게 그게 찐사랑 아니겠는가
마라엽떡엔 유부 추가, 콘마요 추가, 우삼겹 추가를 통해 내 멋대로 맛을 조합하여 먹는다.
취향에 따라 메뉴를 추가하는 재미마저 가진 것이다.
취향이란 게 참 묘해서, 사람에게서 찾기 어려울 때
이런 메뉴 선택에서라도 자기 취향을 찾으면 괜히 위안이 된다.
도착하자마자 며칠 굶은 것처럼 비닐봉투를 와라락 뜯고나면,
동그란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뜨겁고 빨간 떡볶이가 김을 뿜어낸다.
장관이다.
매운맛 중화시켜주는 콘마요의 마요네즈가 빨간 국물위에 하얗고, 콘은 노랗게 덮여있다.
어찌 입대지 않을 수 있는가.
첫 입엔 늘 “아, 존나 황홀..” 하면서 먹고, 두 번째 입부터는 그냥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알싸한 마라향이나 매운맛 앞에서는 누구든 순한 사람이 되는 법이다.
나는 곧 허겁지겁 마음을 메우는 것인지, 배를 채우는 것인지 그들을 먹어 없애기 시작한다.
그리고 엽떡이 목젖까지 차오르는 배부름을 느끼고 나서야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순간 죄책감이 차오르기도 한다.
살뺀다며 도씨야..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혈당스파이크 때문인지 잠이 쏟아져 내린다.
부른 배를 부여잡고,
아이고고고 좋다
하면서 눕는다.
아이고, 극락이다. 싶다.
가끔은 아 나는 먹기 위해 사는 것인가. 살기 위해 먹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엽떡을 보면 느낀다.
아, 나는 먹기위해 사는구나..!
엽떡은 항상 나를 그렇게 살린다. 맵고 뜨겁고 아픈 것이 이상하게도 아픔을 중화시킨다.
그렇게
볼록 나온 배를 만지며
나도 몰래 낮잠이든 밤잠이든 자고 일어나면 또 가득 충전되어 살 맛이 나는 것이었다.
오늘도 내 엽떡이 나의 하루를 구한다.
살 좀 찌면 어떠랴.
괜찮아. 먹어.
때깔 좋게 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