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욕에 관하여
추위가 다가와 마음이 헛헛해질수록 돈을 쓰고 싶다.
돈을 꼭 쓰고 싶다.
돈을 꼭 써서 무언가 갖고 싶다.
텅 비어 서늘한 심장께가 가득 채워지도록 돈을 써 메우고싶다.
그게 아니라면 심장에 피가 가득 돌도록 채워지는 사람을 갖고 싶다.
보통은 이것을 외로움이라 부르지만
나에게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건 소유욕인 것 같다.
갖고싶다.
사야한다.
가지고 싶다.
내 것이었으면 좋겠다.
손에 쥐어지면 좋고, 품에 안기면 더 좋고, 체온이 있으면 더더 좋다.
하지만 사람은 돈으로 갖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나는 보통 따스하다 싶은 옷을 많이 산다.
그렇다고 로고가 달린 명품은 아니고, 자잘하고 저렴한 보세옷들이다.
사들이고 사고, 갖지 못할 금액이면 할부를 갈긴다.
카드값은 늘어나고 월급의 반이 카드값으로 나가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진다.
그래도 소유욕은 멈추지 않는다.
혹은 요즘들 많이 말하는 도파민 중독인 듯도 싶다.
내가 사놓고 내게 내가 보내는 택배가 도착했다는 말이 그렇게 설렐일인지..
너무 설레고 기쁘고 좋다.
드륵 커터칼을 열어 택배박스를 여는 순간이 좋다.
인터넷 쇼핑을 하도 해서 이제 실측사이즈만 대충 보고,
입은 모델컷만 봐도 내게 맞을지 아닐지 감이 온다.
그렇다면 결과는 당연히 ,
결제하기.
구매하기.
사기.
사자...!
택배가 오고, 택배를 열고, 옷을 입어보고 맘에 들면 도파민은 그것으로 끝이다.
옷을 사는 쾌락은 그렇게나 짧다.
옷이 예쁘다는 칭찬을 가끔 들으면 그것도 기쁘긴한데
'도파민'이라고 칭할 수 있는 순간은 사고 나서 실착하는 그 순간까지다.
나는 이런 소비를 왜 하는 것일까.
정리안되는 행거와 옷무덤을 보면 그야말로 허무감에 또 마음이 텅 빈다.
약속도 없고, 친구도 없고, 그렇다고 차려입는 류의 옷도 아니다.
겨울이니 편하게 막 입을 맨투맨, 후드, 츄리닝 바지, 점퍼..
방 안이 그야말로 옷, 옷 그리고 옷이다.
한두번 입고 그대로 자리만 차지해서 버리거나,
불어난 체중으로 입지 못하고 버린 옷도 꽤나 된다.
이렇게 지구에게도 나 자신의 지갑 사정에도 안 좋은 소유욕을 왜 부리는 걸까.
알 수 없는 심술을 부리는 어린아이같단 생각을 했다.
알 수 없는 소유욕을 부려 행거가 차고 넘칠 정도로 새 옷을 걸어놓는다.
코끼리가 버려진 옷의 산에서 초록잎 대신 쓰레기 옷을 씹는 동영상을 보았다.
그 때 느꼈던 죄책감으로 갖고싶단 생각을 눌러보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론 소용이 없었다.
오늘도 옷을 샀다.
따뜻한 외투와 따뜻할 가디건을 샀다.
그렇다면 내 마음이 따뜻한 겨울이 될까?
아니, 대답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도 결제하기를 누른다.
돈으로 옷으로 잠깐의 도파민으로 빈 가슴을 채워넣어 틀어막는다.
체온을 갖고 싶다.
연애로 , 사랑으로 말고,
여름엔 좀 더 생기있고 시원할 온도로 유지되는
겨울엔 좀 더 무겁지만 따뜻한 온도로 유지되는
나만의 체온.
그것이 없어 오늘도 하이에나처럼 인터넷 쇼핑몰을 다니다가
토끼무늬가 달린 가디건을 샀다.
마치 사냥같단 생각이 들었다.
영원히 이렇게 사들이기만 하면 어쩌지.
지갑은 내내 비어가고
내 체온은 전혀 없이
마음만 인스턴트처럼 잠시 잠깐씩만 채워지면 어쩌지.
체온을 흉내내는 짓임을 알지만
아직은 이 방법 외엔 심장을 데우는 일을 알지 못한다.
새 옷으로 몸이 따뜻하다.
마음은 비었다.
지갑도 비워졌다.
잠깐 데워졌던 마음의 체온이 식어
다시 타자 칠 기운이 없어진다..
거의 매일 글을 쓰다 혼자서 번아웃이 와서 삼일정도 쉬었네요.
타자치기도 귀찮은 날들을 보냈더니 또 알아서 글쓸맘이 생기기는 하네요.
눈이 많이 왔었죠?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저의 부재를 알아채셨었다면 더 감사합니다.
오늘은 외롭지 않은 하루 보내세요.
그냥 덧붙이는 말까지 쓰고싶어 씁니다.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