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by AN


여행하면서 가장 ‘오지 않았으면…….’하는 날이 어김없이 왔다. 귀국하는 날이다. 도착하는대로 다음 여행 계획을 세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전세자금대출금 상환계획, 가족계획에 밀려 언제쯤 여행계획을 세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언젠가 꿈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나왔다. 돌아가시기 전 외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하셨는데, 꿈속에 나온 외할머니는 코끼리 다리처럼 튼튼한 다리에 젊고 힘 있는 목소리로 “외할머니야.” 하셨다. 생각해보니 나에게는 할머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젊은 엄마,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 소꿉친구이다. 사람이 죽어서 천국에 간다면 천국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지낼까? 천국이니까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모습으로 지내지 않을까?
내가 만약 천국에 간다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글쎄…… 천국에서도 짐을 꾸려 여기저기를 여행하는 모습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결국 내 행복의 깊은 뿌리는 일상인가보다.

여행의 기억은 이제 점점 추억이 되어간다. 여행 동안 나는, 그리고 나와 왕군은 많이 보았고, 많이 웃었고, 많이 느꼈다. 웃을 일이 많았다는 것은, 웃음으로 기억되는 추억이 많다는 것은 왕군과 나의 인생에 매우 소중한 보석이다. 내가 인생을 지겨워하지 않는 한, 인생은 나를 지루해하지 않는다.

언젠가 콧구멍에 바람 숭숭 넣을 또 다른 여행을 위해서, 다시 매일의 일상여행을 한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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