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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분의 일 Nov 11. 2023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무얼 해야 하는지 모를 때 보는 영화

현대 사회는 너무나도 복잡하다. 심플하게 생각할 수가 없는 환경이다. SNS를 통해 온갖 정보들이 흘러들어온다. 이건 뭐 거짓인지 진실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현대의 20대들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선택하기 어렵다. 그걸 알아차리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해져 버린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별의별 게 다 있다. 어쩔 때는 이렇게 사는 게 맞다고 한다. 근데 아닌 것 같다. 실제로 경험해 본 적은 없으니까 모른다. 그런데 왠지 그런 거 같기도 하다. 말로 정의 내리기도 어렵고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고 애매할 뿐이다. 


이처럼 무엇이든 한 가지로 정의 내리기에는 너무 어려울 정도로 현대 사회에서의 삶의 방식이 다양해졌다. 흔히 요즘애들은 똑똑하다고 하듯이 여러 정보를 흡수하기에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다양한 걸 시도해 볼 수 있는 만큼 포기하기도 쉽다. 


등장인물들도 하나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퍼스널리티를 가지고 있다. 환경운동가 겸 인스타에는 요가하는 섹시한 모습을 올리는 셀럽, 인기 만화작가에서 성차별주의자가 되어버린 악셀, 아기를 원하지 않았으나 나중에 가정을 꾸린 에이빈드 등.


연인 악셀의 파티에서 묘한 박탈감을 느끼는 율리에


주인공 율리에도 마찬가지이다. 의대를 입학할 정도로 머리가 좋지만 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그러다가 사진작가가 가되고 싶다며 사진을 공부하고 이제는 서점에서 일하며 칼럼을 쓴다. 그런데 처음으로 쓴 칼럼이 페이스북에서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그녀는 다양한 분야에 재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무엇을 끝까지 해내지는 못한다. 

이에 반해 그의 연인 악셀은 이미 40대이고 만화가로 자리 잡은 상태이다. 율리에는 악셀을 보며 묘한 박탈감을 느낀다. 그녀는 아직 인생이 시작되지 않은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곧 서른이지만 직업적으로 무엇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40대 악셀은 율리에에게 아기를 갖자고 말한다. 


악셀은 살아온 세월이 있는 만큼 신념도 있고 자기주장도 강한 편이다.

악셀은 이미 율리에가 처해있는 직업적 고민을 하는 과정은 지났을 것이다. 둘의 인생 단계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악셀의 어린 시절은 지금처럼 SNS가 발달한 시대도 아니기에 직업 선택에 있어서 그렇게까지 복잡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한다. 이미 직업적으로 정신적으로 자리 잡은 상태에서 가정을 꾸린다는 다음 인생의 챕터로 넘어가는 것은 악셀에게 있어서 자연스럽다. 율리에는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악셀이 답답할 뿐이다.


한편 율리에의 다음 연인이 되는 에이빈드는 환경운동가가 되어버린 현 연인에게서 도덕점 신념을 강요받는다. 이로 인해 피로함을 느끼는 와중에 파티에서 율리에를 만난다. 

율리에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파티에 들어가 자유롭게 춤을 추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뻔뻔하게 자신을 의사라고 속인다. 에이빈드는 율리에가 몰래 파티에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미있어한다. 또한 의사가 아닌 서점직원임을 안 후에도 여전히 율리에에게 호감을 느낀다. 

에이빈드는 자유롭고 자신에게 도덕적 신념을 강요할 것 같지 않은 율리에가 마음에 든다. 

율리에도 에이빈드와 만나기를 결심하고 악셀에게는 이별을 고한다. 


에이빈드도 율리에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있다. 환각 버섯을 먹은 율리에의 환상에서 등장하는 악셀과 아버지에 대한 연출은 충격적이지만 영화 속 최고의 명장면이 아닐까 싶다. 


오슬로를 하염없이 걸으며 악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율리에


율리에는 매력적이지만 영화 제목처럼 연인에게는 최악이 된다. 율리에의 글을 칭찬하던 에이빈드에게 심한 말로 상처를 주고, 암선고를 받은 전 연인 악셀을 찾아가 현 애인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린다. 


영화 마지막에서는 율리에가 스틸컷을 촬영하는 모습이 나오며 그녀도 사진작가로 자리 잡았음을 알려준다. 예전처럼 불안하고 초조해보이기 보다는 침착해 보인다. 사진을 편집하는 장면을 자세히 보면 악셀이 그려준 것 같은 밥켓 액자도 보인다. 


이 영화는 로맨스영화이기도 하지만 율리에의 성장이야기이다. 특히 현재의 20대 30대가 하는 고민들을 주제로 가져오며 많은 현대인들의 공감은 산다. 



의대에 입학할 정도로 똑똑한 율리에지만 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방향을 잡는데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 영화는 현대사회가 얼마나 복잡한지 많이 보여주고 있다. 


복잡한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가 한 번쯤은 꼭 봤으면 하는 영화, 그리고 오슬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는 영화이다.


그와 평생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평생 동안 너를 가장 많이 사랑했다고 말해주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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