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순 May 11. 2022

10-9.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이순耳順에 들어선 육십에 

메모를 남깁니다



다시 태어나고 싶은 20대에게


“어렵게, 힘들게, 희망 고문을 버티고 버텨서 입사했는데 첫 급여의 기준이 최저 시급이랍니다. 최저 시급, 최저 시급이라, 그 말을 곱씹으며 내 삶이 최저 인생이 될까 두렵습니다. 이렇게 대접을 받고 살아야 할까요? 취직하면 답이 있을 줄 알았는데, 계산해보니 정말 답이 없네요.”


입사하면 당신은 직원이지, 최저 직원이 아닙니다. 우리 회사에 최저 사원이란 직위가 없습니다. 부럽다고 남의 것만 보지 말고, 자신에게 있는 소중한 것을 지금이라도 찾아보세요. 그것을 지금부터 최고급으로 만들면 최고 급여를 받게 됩니다. 그래도 정 계산이 안 나오면 ‘실력을 쌓아서’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세요. 누구나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헌법 제15조).


“출근 전부터 퇴근해서까지 선배나 팀장들의 눈치가 보입니다. 일 처리 잘하면 그만이고, 실수하면 뭐 큰 잘못을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알고 그럽니까? 몰라서 그렇고, 알아도 처음 해 보는 일 아닙니까? 이제는 다른 팀의 사람들까지 저를 보는 눈이 다릅니다. 누가 소문을 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원래 내 일도 아닌 것을, 자꾸 다른 일을 시킵니까?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면서 이래도 되는 겁니까?”


눈치를 주는 사람도 당신의 눈치를 봅니다. 눈치 줄 만하니까 눈치를 주는 겁니다. 실수 때문이라면 바로바로 꼭 사과하세요. 실수하지 않을 방법도 꼭 확인하시고요. 이것을 대충하고 넘어가니까 눈치가 따라오는 것입니다. 


다른 일을 맡기는 것은 당신이 놀고 있어서가 아니라, 지금 그 일을 누군가 해야 하고, 어찌어찌해서 당신이 선택된 것입니다. 선배나 팀장이 알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냥 하면 됩니다. 그래도 나중에 보상받고 싶으면 잘 기록해 두십시오.


“나에겐 누구도 관심이 없습니다. 참 좋은 때라고 말하는데, 도대체 뭐가 참 좋은가요? 내가 뭘 힘들어하는지 알긴 압니까? 나에게 말 걸어주고, 물어봐 주고, 일상을 이야기하고, 들어보면 뻔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미래니 꿈이니 뭐 이런 것들을 말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보고 징징거리지 말라고 하네요, 이제 스스로 알아서 크라고 합니다”


묻는 사람에게 대답하고, 그 사람이 당신에게 또 묻습니다. 무엇이든 궁금한 것을 또 질문하십시오. 사람들은 원래 다른 사람들에게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습니다. 당신이 뭘 힘들어하는지, 당신의 꿈에 대해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관심을 받고 싶으면, 관심받을 태도를 보이십시오. 그리고 좀 웃어주십시오. 당신이 웃어야, 사람들이 왜 웃냐? 좋은 일 있냐? 사람들이 묻습니다. 찡그리고 있으면 당신 곁으로 오지 않습니다. 그 사람도 마찬가지로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먼저 웃고, 인사하세요. 인사를 받고 싶으면 먼저 인사하는 것입니다.


다시 태어나고 싶은 30대에게


“사람이 제일 힘듭니다. 좋은 사람 뽑기도 어렵고, 그만둔다는 사람 붙잡는 것도 정말 힘듭니다. 일 가르치는 것도 고생이지만, 일 시키는 게 너무 힘듭니다. 요즘은 선배라고, 팀장이라고 해서, 일을 막 못 시킵니다. 고민하고 고민해서 이것 좀 하라고 하면, 그걸 내가 왜 해요? 주말 근무는 당연히 못 하죠! 이 사람들아, 내가 그걸 몰라서 그 일 시키냐? 차라리 내 팀 말고, 다른 팀 사람들에게 업무 협조를 요청하는 게 더 쉽습니다.”


아무리 스마트 일터가 된다 해도, 끝까지 남는 문제는 사람 문제입니다. 미리 고민해서 작전을 짜는 건 좋은데, 너무 심각하게 고민만 하지 마십시오. 사람 일은 어차피 겪어봐야 아는 거고, 풀어 봐야 해결이 되는 것입니다. 결심한 대로 그냥 하십시오. 미리 주눅 들거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사람에 관한 문제는 해결될 만큼만 해결됩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십시오. 안 되는 것은 안 됩니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닙니다.


“이제 벌써 십 년입니다. 내 인생이 여기서 이렇게 그냥 굳어지나 생각이 많이 듭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불안합니다. 젊은 시절 어쩌다 한 선택이 이 회사인데, 여기서 정년을 채운다? 선배들 보니까, 잘못하면 이러다 평생을 가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게 갑니다.”


회사에서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찾으십시오. 그 일이 회사에도 이익이 되는 일이면 더 좋습니다. 진짜 전문가가 되십시오. 후회하지 않으려면 하던 일이든 새로운 일이든, 그 일로 해서 내 삶이 더 좋아져야 합니다. 급여도 올라가고, 객관적으로 증명되는 내 역량도 인정받으면 됩니다. 그래야 지금까지 고생한 세월이 고스란히 앞날의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 


회사의 여러 부문을 두루두루 경험하는 것도 좋습니다. 전환 배치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에 도전해볼 만합니다. 이것도 당신에게는 이익이 됩니다.


“이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상대평가로 S급 5%, A급 10%라고 합니다. 다면평가, 역량평가, 성과평가를 통해 승진과 승급이 결정됩니다. 이런 방법 말고는, 내가 싫어도 확실한 권력의 라인을 타야 한답니다.”


모든 평가에서 모두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회사에 꼭 필요한 리더는 아닙니다. 평가표의 기준에 맞는 모범생인 겁니다. 회사는 모범생도 필요하고, 매사 모범이 되진 않더라도, 특별한 강점을 가진 담당이나 리더도 꼭 필요합니다. 영업소 방문 잘하고, 사장에게 보고서 잘 써도, 매출을 확 올리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나, 회사도 인사고과의 원칙이 집행되어야 하니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진짜 실력이 있으면 문제없습니다. 글쓰기, 말하기 실력을 키우고, 회의할 때 당신의 태도를 좋게 하십시오. 이 세 가지가 리더의 실력에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다시 태어나고 싶은 40대에게


“이미 게임은 끝난 것 같습니다. 임원 될 사람은 벌써 정해져 있거나, 더 안 시키거나, 외부에서 영입할 것입니다. 치열한 경쟁의 가파른 계단을 더 뛰어오를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그건 아니라고 했는데, 이제라도 라인을 타야 할까요?”


계속 회사에 다닐 거면, 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하십시오. 단, 지금 하는 일의 변화나 개선에 힘을 쏟으면 분명히 인정을 받습니다. 그냥 늘 하던 대로 하면 소용없습니다. 


그리고, 경영진의 요구에 잘 맞추십시오. 임원들과 가깝게 앉은 자리가 아니면, 두루두루 잘 지내십시오. 거리가 멀면 관계도 멀어집니다. 물론 너무 가까워도 안 됩니다. 무슨 비밀 같은 것을 공유하더라도 절대 다른 사람에겐 말하지 마세요. 이제는 회사 안팎의 평판 관리에 신경을 쓰세요.


“나를 정리하려는 소문이 귀에 들리고, 뭔가 계속 압박하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일을 잘못했다고? 지금껏 문제 일으키지 않고 성실하게 일했는데, 매일 불안합니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할수록 회사에 대한 고마움이 더 굳어져야 하는데, 점점 믿음이 사라지고 있군요. 정 궁금하면 직접 물어봐도 됩니다. “저 잘라요?” 말은 하고 살아야죠. 


그러나, 그런 것 신경 쓰지 말고 일에 집중하십시오. 그만한 일이 진짜 벌어질 거면, 내 생각과 상관없이 닥쳐옵니다. 그때 가서 생각해도 됩니다. 흔들리는 이파리는 바람 때문이 아니라, 내 흔들리는 마음 때문이란 선禪문답도 있습니다.


“이런 일, 저런 일, 다 보면서 겪으니, 이제 회사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습니다. 정상보다 비정상이 많고요. 매년 어려워지기만 하고, 좋아지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열심히 일한 보람이 없네요.”


당신이 회사를 위해 일 한 것도 절반은 맞지만, 절반 이상은 본인을 위해 회사 일을 한 겁니다. 회사와 업무가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먹고사는 데 필요했던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내 행복, 내가 꾸린 가정의 안정과 행복이 목적입니다. 회사에 대한 믿음은 수없이 흔들렸습니다. 지금 40대라고 유난히 더 흔들리는 게 아닙니다. 


회사에서 위로받을 생각은 마십시오. 당신이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행복할 곳은 가족입니다. 회사는 이익을 따지는 곳이지만, 가정은 그런 곳이 아닙니다. 평생을 식구로 살아가는 이들과 더 많은 시간, 더 진한 사랑을 나누세요. 그래야 회사에 대한 믿음도 지킬 수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고 싶은 50대에게


쉰 넘으면 그냥 알아서, 본인이 알아서 하는 겁니다. 한 가지만! 남의 말 잘 들으십시오. 잘 들어보면 그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고집부리지 말고, 되도록 져주세요. 그들을 도와주면 고마워합니다.



다시 태어나고 싶습니까? 

그럴 땐 대나무(竹)의 마디를 보십시오


한국 남성의 평균 수명은 80세, 여성은 86세. 평균은 83세입니다. <유엔인구기금의 세계인구현황보고서, ‘내 몸은 나의 것(My Body Is My Own), 2021.4.14>. 이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하여 당신의 나이를 시계로 환산해보았습니다. 현재 25세는 7시 14분, 35세는 10시 7분, 45세는 13시 1분, 55세는 15시 54분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0-8. 하라는 대로 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