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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순 May 12. 2022

11-1. 대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그 사이에서


20대: “동기들이나 선배들과 친해지지 못해서 고민입니다. 대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그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것 같아요.”



직장생활 1년 열~심히 하면 저절로 사라질 고민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해줄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하루하루, 어쩌면 매시간 ‘어쩌지?’ ‘왜 이러는 거야? 제발 정신 좀 차리자!’라는 반복되는 불안과 효과 없는 자기 암시에 상당히 힘들 것입니다. 도무지 온종일 집중이 안 되니, 새벽잠에서 깨자마자 영어 단어를 외워야 하는 것처럼 2~3배의 에너지를 사용하지만, 별반 나아지는 것은 없습니다.


이 고민의 하나는 ‘친해지지 못해서’이고, 또 하나는 ‘대학생도 직장인도 아닌’입니다. 이 중에서 먼저 동기들이나 선배들과 친해지지 못하는 상황에 관해 생각을 함께하겠습니다.


사실, 직장에서 그 누구도 모든 (많은) 사람들과 진정 친하지는 않습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가 큰 것이 ‘친함’일 텐데,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처음부터 명확한 모습이 없고, 기준을 둘 수 없으니 그렇습니다. 출세와 성과를 위해 억지로 친한 관계를 유난히 표 내는 때도 있고, 나에게 업무적으로 전혀 관계없거나 피해를 주는 사람과는 절대 친하게 지내지 않은 때도 허다합니다. 물론 양극단의 가정입니다.


아무튼,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직장과 일로 맺어진 친소관계는 자신의 이익을 따져 강하거나 약하게 연결된다는 것 하나는 완전히 부정할 수 없습니다. 물론 감정적 ‘끌림’으로 틈틈이 만남과 대화가 편안한 사람들도 몇몇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누구와 친해지지 못해서 혼자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전혀 알지 못하고, 안다 해도 당신의 그 고민에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자기 일과 관련하여 당신과 주고받는 문서나 의견, 이메일의 내용에 문제가 없는가에 만 신경을 쓸 것입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독하게 신경 쓸 것 없습니다.


친하지 않아서 일을 잘하지 못한다? 친밀도가 높을수록 일 처리의 효과와 효율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친밀도가 업무 수행의 중요한 전제는 아닙니다. 정해진 프로세스와 데이터에 따라 분업하고, 필요에 따라 협업하는 곳이 직장입니다. 일을 잘하지 못해서 고민이 아니라, 동기들이나 선배들과 친해지지 못하는 고민으로 좁히겠습니다.


친해지기 위해 ‘다가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든, 그저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은 어떨까요? 여럿과 한 번에 가까워지기란 누구도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한 사람씩 알아가는 것이 좀 더 편할 것입니다. 한 사람을 알고 또 한 사람,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연결할 것입니다. 사람을 조심하는 당신의 단점(?)처럼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런 것 하나씩은 갖고 있으니, 그것도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나의 단점을 별 것 아니라고 어깨를 툭 치며 받아들이기도 하고, 관심을 두기도 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단점이나 내가 모르는 나의 장점을 다른 사람들은 더 많이, 더 잘 알기도 합니다. 알고 있는 깊이는 다르겠지만.


친해지기 위해, 당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보통 뭐라도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를 알아보고,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놓쳐서는 안 되겠지요. 선입견을 품지 말고 그 사람을 서서히 알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정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때 멀리하더라도, 먼저 다가오는 고마운 사람은 반갑게 맞이하십시오. 


인생의 20대에 새롭게 시작하는 직장생활에서 자기중심적인 삶,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는 삶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 모두 소중한 관계를 맺고 싶어 합니다. 정말 당연하고, 누구나 그러길 원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누구에게 이런 의도가 받아들여지거나, 거부당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거부당하는 것을 크게 고민할 것도 없고,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넘겨도 아무런 문제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모두 ‘우연’입니다. 우연히 친해지고, 우연히 멀어집니다. 이유란 것도 없고, 몹시 애쓴다고 잘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음으로, ‘대학생도 직장인도 아닌’이란 점의 고민을 같이 생각해보겠습니다. 미리 말하자면, 당신이 대학생처럼? 직장인처럼? 영화 어벤져스의 마블 히어로들처럼? 행동한다고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중요한 것은 ‘상황’입니다.


사람의 본성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지만, 직장에서 상황에 맞도록 그때그때 변신하는 것은 아주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고, 그 에너지 덕분에 본인이나 팀의 일이 잘 풀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는 순수한 대학생의 모습으로, 거래처의 파트너와 미팅할 때는 의연한 직장인으로, 선배와 회식할 때는 똑똑하고 싹싹한 후배 동생처럼, 팀 회의 때는 일목요연하게 줄거리와 결론을 잘 요약하는 전문비서의 모습으로 시시각각 상황에 맞도록 변신한다면 (스위칭Switching한다면) 대단한 능력 아닙니까?


우리는 1970년대 초 유행한 4가지 혈액형, 중국 고대왕조인 은나라기원전 1500경의 역법이었다는 십이간지十二干支 띠 풀이, 국제천문연맹이 1930년에 인정한 88개의 별자리, 1976년에 고안되었다는 16가지 유형의 MBTI 분류로 자신의 성격 유형을 알아보고, 관계를 맺기도 하는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굳이 확정하고, 틀에 맞춰 살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나는 딱 이런 사람이다?’ 한 사람에게 하나의 정체성만 정의될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의 정체성을 갖는 것은 매우 당연합니다. 딱 부러지게 난 이런 사람이다는 결정을 내릴 필요도 없고, 사실 그럴 수도 없습니다.


회사는, 일 잘하는 사람이면 됩니다. 회사는 직원들의 속마음까지 알 수 없고, 알기 위해 어떤 조치를 작동하지도 않습니다. 좋은 태도, 좋은 생각, 좋은 일 처리, 좋은 결과면 회사는 만족합니다.


두 가지 고민을 함께 생각해보았는데, 그래도 ‘직장인답게’ 자리를 잡기 위한 실마리를 건네자면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누구하고 친하든 안 친하든, 대학생 같든 직장인 같든, 당신이 맡은 일에 집중하십시오, 당신이 책임감 있는 업무 추진의 모습을 보인다면,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멀리 있는 사람들 모두 당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먼저 말을 걸어올 것입니다. 일을 잘하는 당신의 선한 영향력은 동기나 선배들과 더욱 친해지는 충분한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둘째, 주변에서 롤모델Role Model을 찾아서 좋아 보이는 것을 따라 하십시오. 어디서 배우기 힘든 것을 당신 옆에서 발견하고, 제대로 배울 기회가 바로 앞에 있습니다. 롤모델이 꼭 한 사람일 것은 아닙니다. 이런 것은 이 사람에게, 저런 것은 저 사람에게, 그런 것은 그 사람에게 하나씩 배워도 됩니다. 당신 혼자 롤모델을 알아챌 수 없다면 동료나 선배들의 대화에서 그 사람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한동안 롤모델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문제는 해결됩니다. 


셋째, 좀 더 직장인답기 위해 소소한 것 하나는 바로 당신의 주변을 정리 정돈하는 것입니다. 더 직장인다운 책상 정리, 사무용품 사용, 옷차림 등등 작은 물품부터 하나씩 변화를 시도하십시오. 내가 보는 것, 남에게 보이는 것으로 나의 직장생활 패턴과 관계까지 좋게 바꿀 수 있습니다. 직장인답게 주변을 과감히 정리 정돈하십시오.


지금 고민이지만, 1년 후가 되어 신입 직원들이 입사하고, 그들이 ‘괜히’ 쩔쩔매는 것을 보면, 당신은 흐뭇한 웃음을 띠게 될 것입니다. 그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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