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못한 인생의 다른 루트를 상상해보는 일
하자센터는 연세대학교가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청소년 학습 공간으로 공식 명칭은 ‘서울시립 청소년미래진로센터’이다. 하자센터는 1999년 12월 IMF 경제위기 상황에서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설립되었다 라고 위키에 나와있다.
이 글은 하자센터를 가고 싶었던 중학생이 30대가 되어 가보지 못한 인생의 다른 루트를 상상해보는 이야기이다. 하자센터를 알게 된건 2007년도 경 내가 중학교 2학년이 되었던 무렵이다. 그쯤 나는 랩퍼가 되고 싶었다. 근데 학교에서 힙합을 배울 수 있다니 지금 생각해도 꽤 파격적이라고 생각한다. (소위 '특성화고'처럼 취업률로 성과를 증명하는 것도 아니고 공공영역에서 자신의 입지 혹은 필요성을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학생 아이가 혼자서 서울로 올라가 자취를 하며 랩퍼가 되겠다고 할때 반대로 내가 부모라면 어떻게 했을지를 생각해본다. 일단 경제적으로 뒷바침을 해줄 수 있는지, 최소한의 돌봄을 해줄 수 있을지, 그 길에 대해서 공부하면 어떤 직업을 갖게 되는지 등 고려해볼게 너무 많고 애정과는 별개로 그냥 못해줄 수 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나의 부모님은 나에게 그 길을 갔을때 내가 성공 할 수 있는 플랜을 요구했다. 내가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고 어느정도 비용이 드는지, 어떤 진로로 연결되는 것인지, 무엇을 배우고 노력해야하는지 등을 설명/설득할 것. (지금생각해보면 꽤 합리적인 제안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친언니와 함께 하자센터에 방문을 했다. 다니는 학생들, 수업들을 살펴보고 터덜터덜 걸어나왔던 기억이 있다.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애시당초 그렇게까지 랩퍼가 내 인생에 목숨을 걸 정도의 어떤 것이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냥 공부하는게 싫었고 무엇이든 좋으니 창작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그냥 그것을 왜 하고 싶은지를 이해받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떤 감정들을 표현해내지 않으면 힘들다고, 학교라는 공간은 내가 나이기 힘들다는 것을 부모님에게 이해받고 싶었다. 나는 학교폭력을 당했었다. 꾸준한 폭력은 아니었는데 한번 크게 교사로부터 폭력을 당했었다. 그 뒤로 나는 나를 조금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폭력을 당하기 전과 후의 내가 크게 달라졌는지 생각해보면 보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공백'이 생겼다.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없으니 부모도 자매도 친구도 선생님도 나를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여하튼 하자센터를 가고자 했던 것은 내가 나를 조금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환경에 위치시키기 위한 시도 아니었을까.
지금 나의 동년배의 하자센터 '출신'들의 성과들을 보며 부럽다가도 지금은 그냥 다른 환경에서 성장을 한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나의 환경은 조금 더 획일적이고 수직적이고 약간 더 폭력적일 수 있었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을 배우고 나를 지키는 법을 익혔던 것 같다. '질투'의 감정은 나에게는 소중하다. 내가 하자센터에 갔다면, 그들 처럼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더 빠르게 그리고 직업적으로 잘 엮을 수 있었을까? 그 일은 나에게 여전히 찾아야하는 것으로 남아있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하겠지.
청소년에게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 비단 청소년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의 상태나 시기에 맞는 환경을 제공 받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때 하자센터는 적어도 예술/창작 방면으로 자신의 진로를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환경이다. 예술의 언저리를 맴돌며 생각하는 것은 예술은 궁극적으로는 혼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관객, 독자, 리스너 등 그 소리, 말, 형태들을 봐줄 사람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이해 하지 못하는 자신의 부분을 누군가는 봐줄 수 있는 것. 우리는 그렇게 스스로를 이해하고 이해받으며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안 간 길에 대한 상상을 시도하는 것은 나의 대지에 발을 딛었을 때 가능할 것 같다. 나의 대지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되는 '상상하기 시도'였다. 애당초 안가본 길 상상하기란 로또에 당첨되면 뭐할지를 상상하는 일과 비슷한 감각을 준다.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 어째서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나, 선택할 수 없었나. 생각하다가도 그 당시의 나를 이해하려는 시도로 충분히 의미가 있어졌다.
*하자센터 입구 1층에 있는 공간 '구심점'은 29세 청년까지도 이용 가능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