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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피 Apr 28. 2024

생각의 그릇 만드는 법: 기획력 훈련하기

『컨셉수업』을 읽고 깨달은 기획법

최근 경영학을 다시 공부하면서 깨달은 점은 사람에게는 생각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야만 중요한 생각과 버려야 할 생각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경영학의 진정한 가치는 다양한 생각의 툴을 익히고 사례를 통해 의사결정의 질을 향상시키며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생각의 툴을 훈련함으로써 동물적인 감각이 길러지기도 하는 듯 하다.

학부 시절에 별다른 고민 없이 3C, STP, 4P, 5 Forces, 7s 등 이러한 그릇에 내 생각을 담지 않고 시험을 보기 위해 개념을 단순 암기한 것을 후회한다. 한편으로는 비즈니스 경험이 없는 학부생들이 경영학을 배우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경영학은 실무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학문이다. 결국 머릿 속에 '무언가'가 있어야 이를 정리하는 법도 의미가 있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실무에서 이런 모든 툴들을 익혀 적재적소에 사용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런 툴들을 익힌다고 하더라도 내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뭔가 조금 아쉬운 경우가 많고 결국 이런 툴들은 무언가가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 '무언가'를 잘 만드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마케팅 책을 읽었다.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자신의 직감과 운을 특정한 마케팅의 법칙처럼 포장하며 거기서 거기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들. 우연히 고른『컨셉수업』도 그와 비슷한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런류의 책이 범람하는 일본 책. 그러나 깊이가 있었다. 1번 읽기에는 아까웠다. 1회독을 넘어 2회독, 3회독을 할 때 이 책의 진가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진짜다.


『컨셉수업』은 생각의 재료를 마련하고 요리하는 방법에서 출발하여 이를 멋지게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방법까지 가르쳐준다. 이래저래 떠오르는 생각을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그릇에 어떻게 넣어두어야 할지, 어떤 재료를 살리고 어떤 것은 버려야 할지, 상차림을 어떻게 내놔야 하는지를 단계별로 제시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 가르침이 얼마나 파괴력이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컨셉을 만드는 것이 의미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며 컨셉은 가치의 설계도로서 판단 기준과 일관성을 부여하고 소비자에게는 대가의 이유가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컨셉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는지 본인의 노하우롤 전수해준다.


인상 깊었던 몇 가지 내용을 멋대로 정리해본다. 책을 읽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테지만 책을 꼼꼼하게 읽었다면 머리가 정리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1. 좋은 질문을 통해 생각의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질문이 프레임을 만든다. 자유도와 임팩트 모두가 높은 질문이 좋은 질문이다. 예컨대 새로운 컵을 만드는 방법(명사형)보다 물을 운반하는 방법(동사형)을 생각하면 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2. 고객의 불편함을 찾는다. 단순히 고객이 말하는 니즈를 넘어서 그 아래에 깔려 있는 인사이트를 발견해야 한다. 빙산의 일각이 아닌 수면 아래 빙산을 찾아내야 한다. 이를 찾는 방법은 모순법, 즉 'A이지만 B이다'라는 문장을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빨래를 하고 싶지는 않으나 빨래를 한듯한 상쾌한 기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섬유탈취제를 사용한다. 고객은 의외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노골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3. 고객으로부터 출발한 인사이트를 통해 현재 경쟁사가 제공해주고 있지 못하는 '약점'을 파악한다. 경쟁사는 단순히 같은 범주에 있는 것 뿐 아니라 같은 과제를 해결하고 소비자의 시간을 두고 경쟁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 생각의 끝에 우리만의 컨셉이 나온다.


4. 이 컨셉은 우리 회사, 브랜드의 미션, 비전과도 연결되어 결국 고객, 경쟁사, 자사, 미션, 비전, 컨셉이 결합된 형태의 피라미드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고객으로부터 출발한 컨셉이 궁극적으로는 우리 브랜드의 미션과 비전과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5. 이러한 컨셉을 통해 스토리를 작성한다. 이렇게 작성된 스토리는 고객, 목적, 역할을 나누어 작성해보고 결국 우리가 뽑아낼 '한 문장'을 통해 다듬는다. 우리의 존재 의의는 무엇일까. 목적인가, 역할인가. 스타벅스는 '제3의 장소'라는 역할을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어디든 내 집 처럼'이라는 목적을 강조한다.




저관여 상품의 마케팅을 해오면서 해당 업계의 대부분의 성공이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우연히 시기가 맞거나 입소문을 탄 제품이 운 좋게 주목을 받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많은 도전을 하는 사람만이 행운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했다. 고민보다는 실행이 무조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실행만큼 생각과 말이 중요하다. 


좋은 질문을 통해 생각의 프레임을 맞추고 고객을 관찰하여 인사이트를 얻고 결국 우리는 왜 존재하며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매력적인 문장으로 만드는 전과정을 익히는 과정에서 내가, 우리 팀이, 우리 조직이 과연 '말'로써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를 끊임없이 물었다.


책을 읽는 내내 고객의 눈높이에서 생각하지 않은 점, 미션과 비전에 대해 심도 깊게 고민해보지 않은 점, 좋은 질문을 하지 않은 점, 말을 만들고 부수고 다듬는 과정의 중요성을 간과한 점 등을 반성했다.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계속 도전해야 한다. 그러나 올바른 방법으로 도전해야 내공이 쌓인다. 이 책은 일 잘하는 선배가 그 올바른 방법을 알려주는 비밀 노트 같다. 


좋은 컨셉을 만든다고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많이 언급되는 스타벅스나 에어비앤비가 과연 컨셉이 좋아서 성공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그건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좋은 컨셉은 '말'을 만들어 스스로 일한다. 나쁜 컨셉은 일하지 않는다. 더 많은 일이 결국 성과를 가져다준다. 내가 만든 컨셉은 결국 자체적인 삶을 살게될 것이다.


기획을 많이 해야 하는 기획자나 마케터 뿐 아니라 세상에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을 전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수업을 들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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