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가 뭐 그리 대단할까
얼마 전 맥킨지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최근 다른 곳으로 이직한 분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대화는 자연스레 맥킨지라는 회사 얘기로 넘어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맥킨지의 관리자들이 아주 유능하고 똑똑하지만 사생활에서는 결함이 있다는 얘기였다. 건강이 안 좋거나 가정에 불화가 있거나, 일과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정작 인생을 돌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사법고시를 만 20세에 최연소로 합격해 김앤장에서 8년간 근무하다 퇴사한 후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분이 나왔다. 내가 대학생일 때도 꽤 유명한 분이라 지금 어떻게 지낼까 궁금했었는데, 여전히 열심히 사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이야기(다시 돌아보니 우울증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와 커리어에 혹여 방해가 될까 봐 결혼과 출산을 탐탁지 않아 하시던 그녀 부모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두 사례 모두 놀라운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이지만, 그 과정에서 건강과 관계, 그리고 자신만의 삶을 희생해야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요즘 따라 그런 생각이 든다. 명문대, MBB, 김앤장, 대기업 임원... 이게 뭐 그리 대수일까?
극한의 성과 추구가 우리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자. 사람의 몸에는 매일 암세포가 생겨난다고 한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해 내지만,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질 때는 그렇지 못하다. 이러한 '패배의 날'들이 쌓여 암세포는 커지고 전이되어 우리 눈에 뒤늦게 띄게 된다.
이런 깨달음에서 나는 결론을 내렸다. 인생을 '잘 산다'는 것은 성취를 위해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매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수준에서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인생의 70%만 산다. 내 힘의 70% 수준만 사용해도 잘할 수 있는 일, 그게 나에게 맞는 일인 것 같다. 물론 때로는 110%를 내야 할 때도 있지만, 매일이 95~100%인 인생은 너무 벅차다.
젊은 죽음이 많다. 그중에는 100%의 인생을 살다가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한 가슴 아픈 사연도 많다. 사회적 성공의 모습은 달콤하다. 어디를 가든 존경 어린 눈빛을 받고,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사람들로부터 충성심과 사랑을 받는다. 그런데 과연 내가 나를 충분히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너무 익숙한 말이지만, 남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지 말자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물론 출근을 하면 나도 상사 및 동료에게 인정받고 그 조직 내에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가끔은 멈춰 서서 나에게 물어보려고 한다. 내 커리어가 뭐 그리 대단할까? 커리어에 매몰되어 내 삶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는 그게 삶의 동력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성공하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