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수술을 앞둔 밤, 내 사람들을 바라보며
댄서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공간이 달라진다.
조명 아래서 몸을 푸는 그 순간, 플로어 전체의 공기가 바뀐다.
손끝 하나, 어깨 하나, 시선 하나까지 계산된 움직임인데 — 보고 있으면 계산 같지 않다.
그냥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음악이 사람이 된 것처럼.
나는 그걸 본다.
무대 뒤도 아니고, 한가운데도 아닌, 늘 그 언저리 어딘가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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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많은 걸 못 하고 있다.
여섯 번째 수술 날짜가 잡혀 있다.
8년, 다섯 번. 그리고 또. 집중이 잘 안 되고, 손이 잘 안 가고, 예전 같으면 금방 했을 것들이 자꾸 밀린다.
스스로가 답답한데 어쩔 수가 없다.
머리는 딴 데 가 있고, 몸은 여기 있고.
그래도 나온다. 매일 밤.
왜인지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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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있다.
스물 하나, 스물 둘. 갓 넘은 애들이다.
내 나이의 절반도 안 되는 애들이 이 공간에서 뛰어다닌다.
손님 음료 나르다가 서로 눈 마주치면 낄낄거리고, 바 뒤에서 뭔가 작은 일에 해맑게 웃는다.
별거 아닌 것들에 그렇게 크게 웃을 수 있는 나이.
나도 저런 나이가 있었나 생각하다가, 있었다는 걸 안다.
근데 잘 기억이 안 난다.
저 애들은 모른다.
사장이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걸.
저쪽 구석에 서서 자기들 웃는 걸 보며 혼자 미소 짓고 있다는 걸.
그 웃음소리가 오늘 밤 나한테 얼마나 큰 건지.
몰라도 된다.
그냥 저렇게 웃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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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들은 오늘도 현란하다.
조명이 바뀔 때마다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붉은 빛에선 날카롭고, 푸른 빛에선 몽환적이고, 하얀 빛이 터지는 순간엔 모든 움직임이 한 프레임의 사진처럼 멈춰 보인다.
저 몸이 기억하는 수천 번의 연습이 지금 이 순간 전부 쏟아지고 있다.
살아있다는 게 저런 거구나, 싶다.
온 힘을 다해 지금 이 순간에 있는 것. 딴 데 가 있지 않고, 온전히 여기에.
나는 요즘 그게 잘 안 되는데.
저 애들을 보면 잠깐,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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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 무섭냐고 하면 무섭다.
여섯 번이 되도록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전신마취 전의 그 고요함.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얼굴.
회복실 천장이 항상 같은 흰색이라는 것.
근데 있잖아.
오늘 밤 직원 하나가 실수로 뭔가를 쏟고는, 같이 있던 애들이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깔깔깔, 홀 전체에 퍼지는 그 소리.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나도 모르게 피식했다.
피식. 아주 작게.
근데 그 작은 게, 오늘 하루 중에 내가 가장 힘 빠지고 자연스러웠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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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들의 현란한 움직임과, 스물 갓 넘은 직원들의 해맑은 미소.
내가 만든 공간에서, 내가 데려온 사람들이 저렇게 살아있다.
그걸 보고 있으면, 여섯 번째 수술도, 집중이 안 되는 요즘도, 잠깐은 옆으로 밀린다.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냥 잠깐, 저 웃음들 뒤로.
그 잠깐이 오늘을 버티게 한다.
그 잠깐이 내일도 여기 나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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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언저리에 서서 내 사람들을 바라본다.
댄서들이 음악을 몸으로 쓰고 있고, 직원들이 별것도 아닌 것에 웃고 있고, 손님들이 오늘 밤을 살고 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걸로 오늘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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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르게 나를 웃게 해주는 내 사람들에게.
그리고 수술 후에도 이 자리에서 또 바라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