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칠순이셨다.
어머니의 일상에 작지만 즐거운 이벤트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남편과 특별한 파티를 계획했지만, 어머니는 그 모든 걸 한사코 마다하셨다.
가까운 가족분들과 조촐하게 칠순을 맞고 싶으시다는 말씀에 예약된 내용들을 취소하고 최대한 어머니의 의견을 반영한 준비를 다시 시작했다.
가족들이 함께 식사할 맛있는 식당을 예약하고, 어머니만을 위한 예쁜 케이크도 특별히 주문해 두었다. 식사가 끝나면 친지분들 모두 우리집으로 초대해 차 한 잔을 나누며 축하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었다.
스무 분 가까운 손님을 집에 초대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늘 아들 내외가 사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여기시는 어머니는 당신의 칠순보다 당일 우리의 '(집들이 아닌)집들이'를 더 기대하시는 눈치셨다.
남편과의 결혼에 큰 역할을 했던 남편의 사촌동생이자 내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는, 같은 며느리 입장으로 그런 내가 못내 걱정스러웠는지 연신 물었다.
"괜찮겠어?"
집 여기저기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구석구석 빠짐 없이 먼지를 닦아내며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다과와 과일, 커피 등의 음료들도 취향껏 준비해 두고.
청소를 하는 데만 3~4일은 걸린 것 같다.
힘들었냐고?
전혀!
즐거웠다.
이 모든 것들을 부랴부랴 준비했더라면 분명 힘들었을 것이다.
하고 있는 일에 더해 힘든 시간을 쪼개서 해야 하는 또 다른 일이었다면 분명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했다.
느긋하게 여유 부리며 조금씩 했다.
조금씩 하는 대신 좀 더 꼼꼼하게 했다.
내 리듬과 루틴대로 꼼꼼하게 했더니 즐거웠다.
즐기면서 하니 짧은 시간 열심히 집중할 수 있었다.
일이 너무 많으면 열심히 할 겨를이 없다고 한다.
내 속도대로 느긋하게 할 수 있어야 사람은 자신의 능력껏 열심히 할 수 있다.
'열심히'는 그런 순간에 드러나는 집중력 있는 태도다.
집중력은 극강의 효율을 이끌어내 일의 속도를 증가시키고 완성도를 높인다.
속도와 완성도가 높아지니 일과 일 사이의 쉼이 생긴다.
그러한 쉼은 다음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낸다.
집중력이 강한 사람이 여유로울 수 있는 이유다.
"가장 효율적인 노동자는
하루를 일거리로 가득 채우지 않으며
편안함과 느긋함에 둘려싸여 일한다.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열심히 하지 않는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일과 쉼의 유연한 조화가 결국 다음 일을 열심히 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목표를 향해 여유 있고 천천히 가지만 결국은 빠르게 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힘들었더라면 분명 즐겁지 않았을 것이다.
준비하는 동안 내내 알 수 없는 불만에 쌓였을 지도 모른다.
힘들지 않아서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매년 학기 말이 되면 집안 청소는 커녕 설거지할 겨를도 없이 생기부 작성에 매달리곤 했다.
매 끼니 밥상 차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집안일은 그 자체로 고역이었다.
지치도록 넘치는 일 속에서는 모든 일에 '열심히'인 나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 방학이 되면 설거지도, 청소도 즐거운 일이 되곤 했다.
내게 주어진 여유가 만들어 낸 결과였다.
어떤 일에 내가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임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어쩌면 우리...
너무 많은 일을 하면 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