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평생 돈 걱정 없이 잘 살 거라고 하더라."
엄마는 종종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고,
믿도 끝도 없는 그 말들을 난 또 이유 없이, 그러나 철석같이 믿곤 했다.
임용고시를 보러 가던 날 아침에도 엄마는 내게
"넌 관운이 있어서 시험도 분명 단박에 붙을 거다."
라고 하시며 긴장하는 나를 가만히 다독여주셨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근원이 어딘지도 모르는 말들이었지만, 엄마의 이런 말들은 내 마음 구석구석에 시나브로 녹아들어 언제 어느 때고 강력한 기운을 발휘했다.
주문을 걸어놓은 듯, 씨실 날실로 엮어 놓은 엄마의 말들은 내 인생에 부드럽고 촘촘한 안전망이 되어 약하고 여린 내가 불안하고 초조하게 흔들릴 때마다 단단히 여며주고 다치지 않게 보듬어 주었다.
'공부도 잘하고, 관운(官運:관리로 출세하도록 타고난 복)도 있다니...'
진짜 그래서였을까?
그래서, 학원 한 번 간 적 없이 학교에서 줄곧 1등을 하고, 고시학원 한 번 간 적 없이 임용시험에 단번에 합격을 했던 걸까?
그래서, 행운처럼 다정한 남편을 만나 지금껏 경제적 어려움 없이 이렇게 내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어쩌면 그 무한한 기대와 맹목적 확신은 어린 시절 7남매를 둔 우리 가족의 팍팍한 형편 속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으로부터 날 보호했고, 결핍이 내 삶을 압도하지 않도록 지켜주었는지 모른다.
'평생 돈 걱정 없이 산다'는 말은 실제로 나를 부족함 없이 살게 했다.
혼자 자취를 하며 월세에 살 때도,
부모님을 위해 가진 돈을 아낌없이 쓸 때도,
경제적 기반 하나 없이 남편과 결혼했을 때도,
모아 놓은 자산 없이 용감하게 두 아이를 낳아 기를 때도,
난 늘 넉넉하게 살아왔음을 고백한다.
'정말 충분한 돈이 있기에 걱정이 없을 수도,
현재는 수중에 돈이 없을지라도 금세 생길 거라는 낙관적 믿음일 수도' 있는 이 말은
중의적 의미 이상으로 이중삼중 내게 용기와 신념을 선사했다.
채워야 할 모든 것을 채우고도 남을 마법 같은 주문은 가진 것이 없어도 크게 부족함이 없게 했음이다.
가난한 엄마는 자식들에게 남겨줄 마땅한 물질적 재산은 없었지만,
그렇게 물려주신 따뜻한 지지와 믿음은 아이의 영혼까지 스며들어 자산의 원천이 되었다.
맞다!
내 인생은 거짓말처럼 걱정 없이 흘러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엄마의 말들이 인생의 종잣돈이 되어 내게 값진 결과물과 한아름의 복을 선사했고,
그렇게 쌓인 이자는 점점 늘어 지금의 내 삶에 커다란 안정과 안락을 주고 있음을 난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다.
내 아이에게 남겨줄 수 있는,
인생의 종잣돈이 되어 줄 한 마디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