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황금빛 햇살이 부엌 창문으로 들어왔다.
불은 꺼져 있었고, 집 안은 기묘하게 조용했다.
12살의 나는 몸을 일으키며 집 안을 살폈다.
학교 갈 시간인데 아무도 나를 깨우지 않았다.
그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시선이 갔다.
하얀 천장과 벽에 흩뿌려진 짙고 붉은 핏자국들..
간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기억조차 없었지만,
그저 어렴풋이 짐작할 뿐.
나는 손을 떨며 눈을 떼지 못했다.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가 가슴속에서 뛰었고,
손은 수전증처럼 떨렸다.
나는 혼자였고
혼자인 내 마음 속에서
공포와 혼란이 뒤엉켜 있었다.
그 신호를 통해 나는 알았다.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 순간에도 나는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그 나이..나에겐 소리없이 우는 버릇이 생겼다.
하교 후 들른 서예학원에 갔을 때,
까만 세미정장 차림의 인자한 관상을 가진 사내가
엄지손가락과, 이어진 손바닥까지
하얀 붕대를 투박하게도 칭칭 감고있었다.
어린마음에도 그가 아플까봐 걱정이 되었다.
"아빠..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