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은 이미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남편은 당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나는 부엌에서 만둣국을 끓이고 있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말했다.
“라면 끓여 먹고 싶은데.”
이미 국은 다 퍼 놓은 상태였다.
나는 잠깐 멈칫하다가 말했다.
“이미 했는데… 그냥 이거 먹자.”
그는 별말 없이 밥을 먹겠다고 했다.
그 순간부터, 묘하게 기분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는 또 말했다.
“나 소주 한 잔 하고 자면 안 돼?”
아침이었다.
아기가 있는 집에서, 막 당직을 끝내고 돌아온 사람이 할 말로는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가, 결국 말했다.
“안 돼. 애기 있는 집에서 아침부터 술은 아니지.
당신 또 자면 저녁까지 잘 거잖아.”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은 하루 종일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날 저녁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큰아이는 친구 집에서 밥을 먹고 온다고 했고, 집에는 나와 아기, 그리고 남편만 남아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샤워를 했다. 물을 맞는 동안에도 귀는 계속 열려 있었다. 혹시 아기가 깨지는 않을까, 혹시 울지는 않을까.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집 안은 여전히 고요했다.
남편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이제 방이라기보다 작은 피시방 같았다.
모니터 두 대, 키보드 소리.
그 안에서 남편은 하루의 대부분을 보냈다.
주중5일
하루에 여섯 시간 기본, 많으면 그 이상.
거기서 먹고, 거기서 앉아 있고, 거기서 잠까지 잤다.
나는 그 옆에 앉아 드라마를 틀었다.
그때였다.
아기 소리가 들렸다.
작게, 하지만 분명하게.
나는 화면을 멈췄다.
남편은 말했다.
“애기 깼다.”
그 말은 이상하게도 알림 같았다.
누가 해야 할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알림.
그는 계속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일어났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아기를 보고 돌아왔을 때, 문득 웃음이 나왔다.
웃긴 상황 같아서.
그래서 일부러 말했다.
“나 머리 좀 말릴게.”
그제야 남편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기 쪽으로 갔다.
나는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말렸다.
따뜻한 바람이 얼굴에 닿았지만, 마음은 식어 있었다.
그날 저녁, 나는 피자빵을 먹고 있었다.
그때 남편이 말했다.
“밥 준비해야지.”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하루에 그렇게 오래 앉아 있으면서,
그리고 더 솔직한 마음이 따라왔다.
이 집에는 두 개의 공간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내가 계속 움직이는 곳,
다른 하나는 그가 계속 앉아 있는 곳.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