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뚱맞은 눈물바람
_기대하시는 스포는 없습니다^^*_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유튜브로 접하는 영화 광고에서 음흉한 표정의 아저씨가 빨간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해하기 힘든 눈빛을 보내는 것. 당황하는 공효진의 모습을 보고 시선이 갔다. 무얼까. 청불의 로맨틱코미디인가?
작년 말 임산부 대상 추첨에 당첨되어 1승 영화티켓을 선물 받아 영화관에 갔던 이후로, 아주 오랜만에 조조영화를 보러 갔다.
생각보다 버스는 늦게 왔고 막 도착한 백화점 정문은 개장시간을 5분 남겨두고 있었다. 시작 전 10분 정도 광고를 한다지만 이제 시작시간이라 지금 시네마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계획에 없던 영화관람이었지만 늦고 싶지는 않았다.
늦지 않았다! 단걸음에 달려가 문을 연 영화상영관. 6관에서는 시간이 무르익은 느낌의 분위기가 물씬 났다. 광고는 아닌 것 같다는 무려 판단은 1분 뒤.
다시 확인한 티켓은 옆옆관에서 이미 상영시작.
8관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니 쿵쿵 떡떡 야릇한 소리들이 상영관을 가득 울리고 있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내 자리를 찾아갔다.
그리고 시작된 Chapter1.
결혼한 사이인지 모를.. 너무 편한 사이의 집주인과 하숙인 같은 동거인들의 이야기.
익숙한 편안함에 길들여져 같은 공간 속에서 우리가 아닌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거라는 시니컬한 동거인 남녀부부. 그런데 왜인지 너 때문에 외롭다는 말은 자존심 상하고 너한테 사랑받고 싶고 관심 가져달란 말도 자존심 상해.. 그 한마디가.
외로운 그녀가 구독하는 정신과의사 유튜브에서 그녀의 마음을 쓰다듬던 한 마디.
"외로움의 근원을 상대방에게서 찾지 마세요..
그럴수록 더욱 외로워지고 상대방에 집착하고 몰아붙이게 됩니다."
쿡 찌르는 대사들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중반부에 겨드랑이 털을 키우는 여성 이야기.. 러브텐션 아니고 러브픽션 영화를 아주 오래전 보았던 터라 하정우. 공효진 배우의 조합과 더불어 그때의 나도 생각났다. 겨드랑이 털이 뭐가 어때서?
사실 야릇한 걸 기대한 것도 아니고,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혼자 웃고 싶어서 간 건데 일반적이지 않은 윗집 진액부부, 한자선생님과 정신과의사 선생님 부부의 그룹동아리 이야기는 영화의 전개를 잠시 헷갈리게 만들었다.
내가 왈칵했던 부분은..
윗집부부를 초대한 부부가 정신과의사의 조언에 따라 즉석 부부상담을 받으며, 이제 이 관계는 영원히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손을 맞잡고, 작별인사를 한다고 상상하며 아주 아주 오랜만에 서로를 껴안는 순간.
내가 남편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온기를, 등을 쓸어주고 있는 나라고
상상하니 눈물이 괄 괄 났다.
웬수 같은 그 인간. 당신이라고 나랑 살고 싶겠나. 그런데 그렇게 밖에서 혼자 걷다 스치는 모르는 남자의 얼굴이 남편 얼굴로 겹쳐보일 때가 있다.
우리 집에 사는 XY염색체를 가진 사람과
같이 먹을거리를 챙겨 들어가야겠다.
젠장.
가끔 더 좋아한다는 걸 문뜩 마주할 때마다 내가 바보 같다. 이번생은 그냥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