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봤던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주로 줄거리에만 집중하게 되는 첫 번째 관람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디테일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는데, 그럴 때면 마치 오래 만난 친구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점점 나빠지는 기억력 탓에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은 감동을 얻게 되는 경우도 종종 (사실 매우 자주) 있지요.
최근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서 유튜브에서 피아노 연주 영상을 자주 찾아보는데, 얼마 전 유튜브 알고리즘이 한 피아노 연주곡을 추천해 주더라고요. 너무 마음에 들어서 원곡과 악보를 찾아 보았는데, 알고 보니 영화 그녀(Her)에 삽입된 곡이었습니다.
영화에서 이 노래가 나오는 장면은, 사실 대단하지 않은 장면인데, 테오도르가 점심을 먹으면서 사만다와 캐주얼하게 이야기하는 장면입니다.
What are you doing?
I'm just looking at the world...and writing a new piano piece.
Oh yeah? Can I hear it?
Um-hum. (Photograph by Arcade Fire playing)
(Smiling) What's this one about?
Well, I was thinking we don't really have any photographs of us, and...I thought this song could be...like...our photograph. Captures us in...this moment of our lives together.
(Smiling) Um-hum... I like our photograph. I can see you in it.
I am.
연인 간에 나누는 대화의 어조, 대사의 함의, 노래의 분위기까지. 정말 완벽하지 않나요? 첫 관람 시에는 그냥 흘려보냈던 장면인데요. 이런 게 바로 재관람의 매력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