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기억의 미화가 남긴 잔상
'기억의 미화'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거의 경험이 실제보다 더 긍정적으로 기억되는 현상을 뜻하는데
특히 힘들었던 시기조차도, 지나고 나면 좋았던 것만 남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전히 혼자임을 받아들일 수 없어 헤매던 그 시기에
추억은 기억하되 왜곡하지는 말자고 결심했던 날이 있었다.
마음이 이렇게나 무너지는 원인을 찾으려 무던히도 애쓰고 원망하면서도
그래도 참 좋았는데-라고 생각하는 내 모습이 싫었더랬다.
분명히 더 나은 행복을 찾고자 결정한 이별인데도
수많은 기억들을 끄집어내고 미화시켜서 현재가 더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떤 사랑이 끝나고 나면, 잔상이 남는다.
불빛을 한참 바라본 뒤 눈을 감아도 그 불빛의 상이 나타나는 것처럼,
지우려고 애쓸수록 지워지지 않는 과거의 모습들이다.
마음을 쏟았으면 쏟았을수록, 그 잔상은 더 진하고 깊다.
불행하게도, 아무리 노력해도 잔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흐릿해지고, 무뎌지고, 덜 아프게 된다.
깊이 각인된 감정의 잔상들은 절대 완전히 없어지지 않지만
더 이상 나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정리되고, 흘러간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말을 좋아한다.
수많은 잔상들을 말로도 뱉어보고, 울어도 보고, 적기도 하다 보면,
결국 깊은 잔상도 힘을 잃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마지막 잔상조차도 당신의 빛에 스며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