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서울대 의대생 엄마가 있다.
나는 아직 청소년기 부모라서인지
그분의 손을 잡을 때마다
우리 아이도 잘 자라길, 조용히 기도부터 한다.
그분의 취미는 뜨개질과 독서.
그리고 집에서는
덩치 큰 강아지를 돌보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공부 잘하는 아이의 엄마는
취미도, 책임도 단정하다.
어느 날은 스웨터를,
어느 날은 목도리를 뜨더니
점점 난이도가 있는 작품들이 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장갑을 보여주셨다.
누가 봐도 시중에서 파는 물건은 아니었다.
좋은 실로 짰는데
“구멍이 숭숭 뚫렸어.” 하며
한바탕 웃으신다.
색감이 너무 예뻐
나도 모르게 손에 껴 보았다.
그런데 이 작은 구멍은 뭐지?
나는 실수로 생긴 구멍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구멍 주변이 유난히 촘촘했다.
실수치고는 너무 계획적인 흔적.
물어보니
스마트폰 사용할 때 필요한 구멍이란다.
손가락 끝에 난 구멍은 본 적 있어도
장갑 한가운데 난 구멍은 처음이라
순간 당황했지만,
아,
서울대 엄마는 이런 데서도 다르구나 싶었다.
독서는 그렇다 치고,
뜨개질은 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나는 늘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내가 독서는 괜찮은데,
뜨개질을 못해서
서울대생 엄마가 못 됐나 봐요.”
이미 될 수 없다는 걸
직감했기 때문일까.
그 마음을 위트로 슬쩍 흘려보낸다.
구멍 하나에도
필요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처럼,
세상에는
아무렇게나 난 구멍도,
의미 없이 부족한 사람도
사실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