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산다는 건
이웃 간의 따뜻한 소통 보다
서로를 의식하며,
조심스러워하고,
조금은 불편한 사이가 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소통에 있어 더욱더 마음이
작아지는 듯하다.
그런데 새로 이사 온 이 아파트는 조금 다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안녕하세요.”
짧은 인사와 함께 미소가 따라온다.
그 몇 초 사이,
엘리베이터 안이 묘하게 따뜻해진다.
주머니 핫팩 때문은 아니고,
난방 때문도 아니다.
말 한마디가 공기를 데운다.
얼마 전에는 집 앞에 파이가 하나 놓여 있었다.
새해 인사와 함께
“시끄러워서 죄송합니다.”라는 메모.
당연히 윗집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랫집이었다.
보통은 발소리를 내는 쪽이,
혹은 그럴 거라 짐작되는 쪽이
미안해하는 법인데
이번엔 반대였다.
아랫집에는
국가유공자이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두 아들 내외가 함께 산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새벽 기침 소리가
혹시나 우리에게 들릴까 늘 마음이 쓰이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정말 하나도 듣지 못했다.
라고 말해드리자
할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라고 하셨다.
항상 조여 있던 마음이
이제야 조금 풀린 것 같다고,
전에 살던 윗집은 늘 불편한 얼굴이라
말 한마디 꺼내기도 어려웠다고.
그렇게 할머니는
옛날 살던 이야기와
두 아들 내외 이야기를
조심스레, 그러나 기쁘게 꺼내신다.
말을 할수록 얼굴은 점점 환해진다.
“이렇게 다정한 이웃 만나는 것도 큰 복이에요.”
라는 말과 함께.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아파트 생활이 각박해진 게 아니라
우리가 다정해질 틈을
서로에게 주지 않았던 건 아닐까.
인사 한마디,
괜찮다는 말 한 줄,
미안함을 먼저 건네는 용기 하나면 충분하다.
누군가에게
“그 집 이웃은 참 따뜻했어”
라는 기억으로 남는 일.
우리는
그런 다정한 이웃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