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가면.

by 담빛노트


서점에 가면 나는 늘 그 고요가 좋았다.

수많은 책들이 조용히 숨 쉬고 있는 그 공간,

말 대신 문장들이 흐르는 그 분위기 속에서

나는 종종 걸음을 늦추고 사색에 잠기곤 했다.


신간 코너에 서서

‘이 책은 제목을 어떻게 지었을까’

혼자 작은 호기심을 품어보는 일도

나만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책을 출간하고 난 뒤

서점은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왔다.


이제는 그 빽빽한 책들 사이에서

단순한 종이 묶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간과 고민,

보이지 않는 수고의 결이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서점에 들어서면 문득 압도된다.

저 수많은 책 속에는

각자의 무게가 있고,

각자의 책임이 담겨 있을 것이다.


내 이름 석 자가 책 위에 올려졌을 때,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름을 건다는 것은

단지 글을 남기는 일이 아니라

내 언어에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라는 것을.


내 이름과 내가 쓴 문장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자고.

조금은 비장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만큼 내 시선이 달라졌다는 뜻일 것이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사람은 결국,

그 자리에 서 보기 전까지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새로운 경험은

익숙한 세상을 낯설게 비추며,

나에게 또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하나씩 더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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