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을 쓰고 싶었으나 재능이 없음을 깨닫다.

만년 글쟁이 지망생

by 린새

나는 내 책을 한 권 가지고 싶었다.

사실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나는 돈이 필요했고, 자본이 많이 들지 않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리고 내가 찾아낸 답은 글을 쓰는 것이었다.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욕심이 생겼다.

이왕이면 내가 쓴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자책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책.

도서관이나 서점에 내 책이 꽂혀있다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또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구상할 때까지는 신이 났다.

천재는 아닐지라도 범재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착각했다.

글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서 억지로 증거를 쥐어짜 냈다.

예전에 받았던 웩슬러 지능검사 점수를 뒤지면서까지 글을 잘 쓴다는 유의미한 증거를 찾고자 노력했다.


이야기 구조를 다 짠 후, 본격적으로 집필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모든 게 잘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술술 잘 풀리는 것 같아서 신나는 마음에 키보드도 구입했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지만, 장인이 아닌 사람은 도구를 가리는 법이다.

내가 딱 그랬다.


1차 초고를 완성했다.

몇 달이 흘러가 있었다.

원래 글은 퇴고를 반복할수록 좋아지는 법이라지.

소설 첫 구절로 되돌아가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충격에 빠졌다.


이 조잡한 문장들은 뭐지?

내가 이렇게 썼다고?


퇴고는 무슨. 그냥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나는 희망을 찾으려고 애썼다.


지금 글들이 이상해 보인다는 건 글을 보는 내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위안했다.

그렇게 한 발자국 발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글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을 때, 나는 또다시 좌절했다.


같은 표현을 너무 자주 사용하고 있었다. 그 표현 말고 다른 말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내 어휘력이 이렇게 부족했다니.


그뿐만 아니었다.

설정만큼은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허점이 너무 많았다.

내가 처음 쓴 글은 추리소설이었다.

추리소설은 추리 트릭이 꽃이다.

하지만 내 소설은 이야기를 전개할 수 없을 정도로 트릭이 너무 허술했다.

개연성도 심각하게 떨어졌다.

몇 날 며칠을 고민했지만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깨달았다.

내가 글에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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