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in 싱가포르
싱가포르를 일컬어 '3 무(無)'의 나라라고 하는데, 사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다양하게 '~가 없다'가 나오는데 대충 이렇다.
-. 모기가 없다 : 싱가포르는 방역을 철저히 하기로 유명하다 (완전히 없다기보다는 '거의' 없다)
-. 잡초가 없다 : 이것도 맞는 말인 듯하다. 암튼 나라 전체를 조경하는 느낌이다.
-. 개가 없다 : 싱가포르에서는 개를 키우는 게 불법이라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짓말
다만, 개의 뒷일을 잘 처리하지 않으면 큰 벌금을 각오해야 한다.
-. 겨울이 없다 : 이건 당연한 거 아닌가... 적도 옆에 있는데...
-. 산이 없다 : 싱가포르는 언덕 수준의 산이 하나 있는데 부킷티마 힐 (Bukit Timah Hill)라고 하며
높이가 163미터이고 이곳이 싱가포르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 화가 없다 : 싱가포르에서는 큰 싸움이 나는 것을 구경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순하다... 그들이 운전대를 잡기 전까지는 (나는 출퇴근 길에 매일 사고를 본다)
-. 무서운 놀이기구 : 이건.... 잘 모르겠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가면 있지 않나?
-. 자연재해 : 요게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거다.
그렇다. 싱가포르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일반적인 자연재해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섬 전체에 산이라고는 163미터짜리가 최고봉(?)이니 산사태나 산불이 날 일도 없고,
적도 무풍지대에 있다 보니 태풍이 올 일도 없다
이른바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화산대 근처에 있지만 인도네시아에 127개가 넘는 활화산이 있는 반면, 말레이시아 본토나 싱가포르에는 화산이 없다. 말레이시아 동쪽 섬인 보르네오 섬에 한 개의 활화산이 있다는데 사실상 휴화산에 가깝다고...
말레이 반도와 인도네시아 섬들로 앞뒤가 둘러싸인 모양새라 쓰나미가 발생해도 별 피해가 없다.
실제로 2004년에 있었던 인도양 지진해일로 인해 무려 23만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희생자가 발생했을 때에도 싱가포르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물론 홍수 통제 시스템 등의 선진화된 시스템 역시 재해를 방지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연유로 나 역시 2년 동안 이곳에 살면서 지진, 화산, 태풍, 쓰나미, 홍수, 산사태 등등의 자연재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경험해 본 적도 없다.
다만, 물 부족국가로 분류되는 것이 재해라면 재해랄 수 있겠다. 비가 그렇게 많이 오는데도 인구 밀도가 높아 물 사용량이 많고 국토가 작아 물리적으로 물을 담아놓을 호수나 저수지 시설이 부족하여 싱가포르는 일찍이 물 부족국가로 말레이시아에서 물을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자체적으로 자급가능한 양은 전체 사용량의 약 30~40% 정도라고 한다. 이 나머지 공백은 말레이시아와의 2061년까지 상수도 공급계약 협정을 체결로 메꾸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국경을 넘다 보면 국경 도로 옆에 파란색 송수관이 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말레이시아로부터 정수되지 않는 물을 싱가포르가 정수 후 더 비싼 값에 다시 말레이시아에 되팔고 있다는 것이다. 물 부족 국가여서 그런지 싱가포르의 웬만한 공중 화장실은 대부분 절수형 수전을 사용한다.
이러한 물 부족은 사실 정부의 강력한 절수 정책과 말레이시아와의 장기간의 상수도 공급 협정 체결로 인해 사실 물 사용에 대한 큰 피로도는 피부로 느끼기 거의 어렵다.
이것 역시 자연재해라고 하긴 어렵지만 한 가지 유난한 것은 바로 '번개'이다. 싱가포르는 적도에 위치한 만큼 습한 날씨와 뜨거운 기온으로 많은 번개와 천둥을 만들어낸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가 많이 오는 날도 1년에 여름에나 어쩌다 한번 천둥 번개가 치는 날이 있는 반면, 싱가포르는 일 년에 무려 절반에 가까운 평균 160일 정도가 번개가 치는 날이다. 번개도 엄청 가까운 곳에 내리 꽂는 경우가 많아, 바로 100미터 눈앞에 떨어지는 번개를 보고 바짝 졸았던 기억이 여러 번 있다. 층수가 높은 곳에 살고 있다면 불꽃놀이에 버금가는 번개쇼를 볼 수도 있다.
(심심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번개가 친다)
하지만 아직까지 번개로 누군가 다치거나 유명을 달리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은 없다
더위는... '뭐 원래 더운 나라니까'라고 하더라도 싱가포르도 점점 더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동남아 국가나 심지어 올해의 한국보다도 덜 더운 것이 또 싱가포르이다. 올해 한국에서 싱가포르를 방문했던 모든 회사 직원, 지인들은 한결같이 '싱가포르가 한국에 비해 좀 덜 더운 느낌이었다' 고 다들 말했다. 낮에 가끔 36도~37도를 기록하는 경우가 있어 더운 나라이니 뭐 원래 그렇겠거니 했는데,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더워진 거라고 한다. 보통은 32~34를 넘지 않았었다고 한다.
하지만,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자연재해가 하나 있으니... 그것은 해수면의 상승이다.
상술하였다시피 싱가포르는 산이 없는 섬나라로 고작 해발 160미터가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이으로 대부분의 국토는 해수면에서 그다지 높지 않다. 국토의 30% 정도는 해수면보다 고작 5미터 이내의 높이를 가지고 있어 만약 북극, 남극의 빙하가 녹아 지속적으로 해수면이 상승한다면 국토의 많은 부분이 물에 잠기게 되는 심각한 문제를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그 때문에 싱가포르 정부도 무려 1,000억 달러 (한화 약 100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해서 해안 방어 시설의 강화 및 스마트한 수자원 관리 시스템을 2023년부터 구축하고 있다.
항상 평온~~~ 한 이곳 그래서 더 지루한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