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 외국어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영어 공부에 의욕이 떨어지고 정체기라고 느끼는 시점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습니다. 늘 비슷한 패턴을 반복해서 말하니까 더 이상 발전이 없다고 느끼면서 너무 답답했어요. 시제는 현재와 과거만 말할 수 있고 다른 시제를 말하려고 하면 멈칫하며 말이 금방 나오지 않아 결국 벙어리가 되어버리고 말하는 속도는 여전히 느렸거든요. 그래서 집에서도 계속 혼자 영어로 중얼거리며 같은 문장을 두세 번씩 소리 내어 말하고 연습했어요. 영어로 글을 쓰는 건 비교적 쉬운데 막상 말을 하려니 쓰는 만큼 빠르게 말이 나오지 않고 문장이 길어지면 중간에 자꾸 정적이 생겼어요. 외국인 언니도 쉬운 단어로 짧은 문장만 말하는데 연속해서 빠르게 말을 이어가니 저도 딱 그 정도만 말할 수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영어로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못 할 때 너무 답답한데요, 예를 들어 하지정맥류가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경우 단어를 모를 때 일일이 사전을 찾아볼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하지정맥류를 어떻게 설명할지 생각해야 하는 거예요. 혈액 순환이 안된다고 하면 될 것 같은데요, 'blood circulation'이라는 단어는 곧바로 떠오르더라고요. 그럼 속으로 생각합니다. 'My blood circulation is really bad.' 어딘가 모르게 마음에 안 들어요. 다시 문장을 바꿔보죠. 'I have a problem with the blood circulation.' 왠지 좀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런데 좀 더 길게 말하고 싶어요. 'I have a problem with the blood circulation on my legs so I have to take a medicine.' 오, 그럴듯합니다. 이런 식으로 혼자서 훈련하고 말하기 연습을 했던 것이죠.
답답한 시간이 계속 흐르던 중 외국인이 방송하는 유튜브를 봤는데요, 현재 근황을 말할 때 현재완료시제로 말하는 것을 듣고 시제의 정확한 뉘앙스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론적으로 공부할 때는 분명히 다 알 것 같았는데요, 도대체 어느 시점에 어떻게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리고 영상매체에서 구어체로 영어를 접해보니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책에서는 현재완료의 계속적 용법이 과거에서 현재까지 계속되는 것이라고 설명이 되어있는데요, 영상에서는 "나 요즘 이거 하는데~"라고 하니까 '그 현재완료의 계속적 용법을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였어?'라는 생각이 들며 해당 예문이 더 와닿았어요. 뒤늦게 영상매체의 중요성을 깨닫고 유튜브를 많이 보며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제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문장을 필사하기 시작했어요. 영상 아래의 댓글을 보면 비슷한 말이 정말 많은데요, 그 형태가 조금씩 다르면서 각기 다른 화법에 어떤 느낌으로 말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를 보다 보니 구동사를 공부하면 회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네에 작은 시립도서관이 있는데요, 큰 시립도서관에 있는 책을 대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상호대차'를 신청하여 구동사나 전치사 관련 책과 함께 원서도 여러 권 읽어보았습니다. 날씨 표현 중에서 'It's raining, It's rainy.'라고 하여 비가 온다는 말은 알지만, '비가 내리네'는 어떻게 말하는지 평소에 너무 궁금했는데요, 'It's raining down.' 알고 보면 어렵지 않은 문장이었죠. 원서에서는 기존에 알고 있던 단어의 다른 쓰임새도 알게 되었습니다. 'Spring arrived.' 도착한다고 암기한 단어가 계절과 쓰여서 '봄이 왔어'라고도 할 수 있더라고요. 국문으로 번역된 책과 원서를 동시에 보면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여전히 말하기에 어려움을 느끼고 계속해서 새로운 방법을 찾았습니다. 미국드라마와 대본을 동시에 보고 실생활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표현을 정리하고 외국인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질문과 댓글을 읽어가며 구어체를 정리했습니다. 그 외에도 언어교환 어플을 설치하여 여러 외국인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사실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어요. 저의 서투른 외국어를 교정해 달라고 부탁하여도 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했거든요. 미국인을 찾기는 더더욱 쉽지 않았고 대부분 모국어가 다른 언어였습니다.
오랜만에 외국인 언니를 만났습니다. 현재완료 시제와 가정법 시제가 입에서 여러 번 터져 나왔습니다. 생각보다 현재완료 시제를 많이 쓰게 되었는데요, 한 단계 성장했다고 느껴져 뿌듯한 순간이었습니다.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했는데 이제 겨우 시제 하나를 추가로 내뱉을 수 있게 되었을 뿐입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였으나 하나를 꾸준히 지속하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한 가지 방법만을 고수하기보다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느꼈는데요, 지속적으로 공부하기는 쉽지 않네요.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작심삼일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도약할 날을 맞이할 거라고 기대합니다. 저는 1.5kg 아령으로 운동해서 벌크업을 한 적이 있거든요. 별 거 아닌 사소한 것들이 모여 후에 큰 결과를 만들어내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