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외국인 친구

[동기부여 - 외국인한테 말을 걸어본다면]

by 허쉬치즈

졸업할 즈음 대학교 안에 수영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방학 동안 수영을 배우게 되었어요. 남들은 거의 발차기를 시작하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저만 잠수조차 못하는 상황이었죠. 주위를 둘러보니 저처럼 물속에서 숨을 내쉬는 '음파음파', 수영 호흡이 안 되는 사람이 몇몇 남아있긴 하더라고요. 그중에 딱 봐도 외국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있었어요. 속으로 굉장히 동질감을 느꼈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괜히 말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이유가. 어차피 매번 마주칠 테고, 창피하더라도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창피한 게 낫다는 생각에 도전 정신이 들었죠.


처음에는 뭐라고 말을 걸지 몰라서 수영장에 가기 전에 대사를 준비했습니다. 첫 질문은 "Where are you from?" 국적을 묻는 말인데요, 갑자기 헷갈리는 거예요. 그래서 찾아봤더니 "Where do you come from?" 이 표현도 가능하더군요. 첫마디를 내뱉기도 전에 말문이 막혔고 저는 Be동사와 Do동사의 차이점을 새삼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Do동사는 일반동사랑 같이 쓴다는 것이죠. 그래서 "Where do you from?"(X) 이 표현은 틀린 문장입니다. 외국인의 대답은 "알시~뤼아"였고 집에 가서 찾아봤죠.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오더라고요. 일주일 동안 첫 질문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일단 그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한국에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수영장에 오기까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등등 말을 붙였습니다. 수영장에서 떠드는 사람은 우리뿐이었죠. 그리고 나이를 물어봤는데요, 한국어로 "스물둘"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암메리ㄷ"라고 하는 거예요. 한국에서 3년 동안 살았다고 했으니까 미성년자 나이에 결혼했을 리 없고, 메리 크리스마스의 그 '메리'인가, 지금 즐겁다는 건가 싶었어요. 그런데 그 말을 되풀이하는 거예요. 진짜 결혼을 했더라고요.


알고 보니 그 외국인 여성의 국적은 '알제리'였고 나이는 서른둘이었습니다. 언니가 집에서 찾아보고 왔는지 제 손바닥에 알시리아가 아닌 알제리를 적어주더군요. 그리고 진짜 나이를 알기까지는 몇 달이 걸렸지요. 수영을 배우면서 대화할 시간은 거의 없었어요. 수영강사님 외에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아서 그 고요한 정적을 뚫고 서툰 영어를 내뱉기는 정말 쉽지 않았죠. 그리고 세 번 정도 수영 강습에 나오지 않더라고요. 일주일 만에 모습을 드러내니 너무 반가웠어요. "It's on my period"라고 하더라고요. period 기간, '내 기간이었다고?' 집에 가서 찾아보니 생리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생리해서 수영장에 안 나오나 했는데 그게 그 말인 줄 몰랐던 거죠.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고 수영 강습이 끝나면 같이 맛있는 걸 먹으러 다녔어요. 저는 대화가 뚝뚝 끊기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항상 질문을 준비했고 주 2~3회 두 달 정도 만나다 보니 영어가 좀 편해지더군요. 하고 싶은 말을 어느 정도 자유롭게 말하다 보니 늘 쓰는 패턴의 문장만 말하는 것 같아 답답해졌어요. 벌써 정체기라고 느끼는 순간이 찾아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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