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부여 - 나는 영어를 왜 잘하고 싶을까]
저는 인문계 고등학교 재학하며 주말마다 버거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요, 같이 일하는 언니가 그러는 거예요, "여기 손님의 절반은 외국인이야." 처음에는 '아, 그렇구나.'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내 곧 그게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죠. 여기가 지금 한국이 맞다는 사실을 거듭 상기시킬 정도로 외국인이 정말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몸이 경직되다시피 얼어버린 채 멀뚱멀뚱 서 있었는데요, 주문이 밀리지 않도록 옆에 있는 언니가 메뉴판 사진을 손가락으로 짚어서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며 영어를 잘하지 않아도 그저 주문을 받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즈, 치킨, 버거, 단 세 개의 단어만 알아들을 수 있었던 저는 더듬더듬 금액을 말하고 매뉴얼대로 말을 하면서 차츰 귀가 트이는 경험을 하게 되었지요. 솔직히 그냥 '치즈 버거'라고 하면 되는데, 대체 왜 '취~~ 즈 버얼 걸?'이라고 발음하는지, '치킨'이 아니라 '츀킨'이라고 발음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죠. 학교에서 그렇게 발음하면 놀림을 받을 텐데 실제로 그렇게 발음하는 것을 내 눈앞에서 내 신체기관으로 듣는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외국인의 영어 발음이 비슷하기는커녕 완전 다르다는 것입니다. 정말 미국 본토의 토종 외국인이 아닌 이상 대부분 각기 다른 자기 고유의 억양과 말투가 있더라고요. 이 또한 영어 발음이 그리 유창하지 못한 저에게 큰 위로와 용기가 되었습니다. 한 번씩 제가 영어를 잘한다는 칭찬을 외국인에게 들을 때면 너무나 부끄러운 동시에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 두려움이 차차 가라앉았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신입이 캐셔가 되자, 주문을 잘못받아 클레임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외국인이 하는 말을 듣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자, 저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매니저님은 저를 다시 캐셔에 배치하고 저는 그 뒤로 낯가림이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 수 있고 면접에 대한 불안이나 긴장도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낮았습니다. 최저시급으로 용돈벌이도 안 되던 단순한 아르바이트가 저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돌이켜보면 저의 성격과 성향이 형성되는 데 있어 크나큰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더불어 국내에 외국인 관광객과 체류자가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 버거킹이라는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영업전략 등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몸소 경험하며 새삼 알게 된 것들이 많았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만 배우던 제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자각하고 우물 밖으로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성장했다고 느끼는 첫 번째 지점이자, 외국어를 지속적으로 공부하게 된 동기가 된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