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AI 시대, 삼국지를 펼쳐야 하는 이유

[2월호] 나를 보여주는 책 한 권

by 구기자
삼국지 떠먹여주는 책. (이래도 안 삼켜?)

에디터는 지독한 편식가이다. 읽고 싶은 책만 골라 읽기에 웬만해서는 중도포기한 책이 거의 없다.

완독 하지 못한 책이 있다면, '정의란 무엇인가'와 '이것'이 되겠다.

(솔직히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다 보면 정의에 대해 내가 굳이 알아야 하나 싶은 회의감마저 든다.)

이것은 바로 '삼국지'이다.

왜 아직도 읽히고 있을까. 삼국지는 무려 1,800년 전, 그것도 다른 나라 중국의 이야기임에도.

왜 아직도 읽어야 할까. 지금은 AI와 첨단과학기술로 원하는 정보는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얻을 수 있음에도.

조조, 유비, 제갈량이 시대를 초월해 현대인인 나의 마음까지 관통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1. 인간관계의 배스킨라빈스 31!

흔히들 삼국지에는 인생이 있다고 한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삶 속에서 인간은 늘 당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삼국지는 그 모든 돌발변수를 미리 겪어낸 인간 군상의 종합 선물 세트이다. 원하는 간접 경험, 조언, 성찰을 골라먹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가 가장 사랑했던 리더상은 덕이 곧 힘이라던 유비였다. 하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진 20세기 후반부터 조조가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성과가 곧 생존이던 시기, 사람들은 착하기만 한 무능한 리더보다는 채찍을 든 유능한 리더가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21세기는 어떠한가. 최근 몇 년 사이 새롭게 급부상한 리더상이 있다. 바로 사마의이다.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요즘, 누가 가장 오래 살아남는가가 화두가 되었다. 화려한 영웅주의보다는 감정을 숨기고 기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마의가 오히려 지혜로운 생존 전략으로 읽히고 있다.

이렇게 시대마다 우리가 삼국지에서 길어 올리는 가치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고, 방향과 끝을 알 수 없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배울 것이 남았다.


AI 시대에 아이러니하게 주목받고 있는 인간다움.


2. 인간다움

물질문명이 범람할수록 우리는 역설적으로 인간다움에 갈증을 느낀다.

삼국지의 핵심은 영토 전쟁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 이야기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AI 시대에도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AI는 인간관계로 상처받거나 밤잠을 설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한다. 괜히 말했나, 그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 했나 하는 선택지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리플레이된다. AI라면 필요 없는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감정 때문에 더 나은 선택을 고민한다. 삼국지 속 인물들이 끊임없이 실수하고 후회하는 이유도 그들이 인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이 뜻 하나로 뭉치는 도월결의, 인재를 얻기 위해 체면을 버리고 고개를 숙이는 유비의 삼고초려. 이 지극히 인간적이고 비효율적인 진심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휴머니즘을 일깨워준다.


삼국지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꽃 피우려 했던 평범한 인간들의 비범한 기록이다.



방대한 분량에 늘 포기했던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에디터 역시 적벽대전 앞에서 끝이 나곤 했다..)

삼국지는 끝까지 읽어야만 의미가 있는 책이 아니다. 필요한 순간, 필요한 인물 하나를 꺼내 읽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삼국지를 읽는 방식일 지도 모른다.


40대, 인생의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글을 쓰고, 무언가를 배우고, 아이를 키우며 매일 나만의 전투를 치르고 있는 나날. 나는 나만의 삼국지를 써 내려가는 주인공이다. 거창한 천하통일은 아닐지라도.



* P.s) 삼국지에는 대유재미가 있다. 바로바로... 미남들이 있다는 것!

여포와 제갈량. 미남은 언제나 우리에게 빅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니까 영화 적벽대전의 제갈량의 외모가 영화적 과장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독자들 역시 삼국지를 읽으며 최애의 재미를 즐기시길 바란다.

(참고로 에디터의 최애는 조자룡이다.)


* 재미로 보는 미니 테스트!

<나는 어떤 영웅의 전략으로 살고 있을까?>

Q1. 나에게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가?

1) 아, 이게 어렵구나? 부족해도 괜찮아. 같이 잘해보자.

2) 실력 있는 너, 내 동료가 돼라!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겠다.

3)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 그저 끝까지 관찰할 뿐이다.

Q2.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 나의 태도는?

1) 내 사람은 절대 안 버려. 살아도 같이 살고, 대신 죽을 때도 같이 죽는 거야!

2) A로는 다 죽는다. A는 버리고 B로 바로 태세 전환!

3) 저는 아는 게 없는 사람입니다만..? (상황을 지켜보다 태세 전환)

Q3.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최종 승리는?

1) 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2) 내 실력이 나를 증명한다. 고로 나는 실력 있다!

3) 최후에 웃는 게 누군지 봐라. (그건 바로 나!)


<결과>

1) 답변이 많다면? 유비형 "진심이 곧 전략인 휴머니스트"

인간다움의 결정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을 가장 큰 가치로 여깁니다.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팀워크를 중시하는 리더 타입. AI 시대에 가장 결핍된 사람 냄새를 풍기는 당신은 존재 자체로 주변에 위로를 줍니다.

2) 답변이 많다면? 조조형 "실용주의적인 프로페셔널"

명분보다는 실리를, 과거보다는 미래의 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변화무쌍한 현대 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스타일. 자기 계발에 철저하며, 냉철한 분석으로 효율적인 해답을 찾아내는 능력자입니다.

3) 답변이 많다면? 사마의형 "신중한 생존 전략가"

불확실한 21세기에 새롭게 주목받는 리더상. 내 패를 쉽게 보여주지 않으며 기회가 올 때까지 인내합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중꺾마!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생의 후반전을 설계하는 지혜로운 생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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