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잡아 먹어라. 그래서 네 아기들 배를 채워라.

[2월호]나를 보여주는 책 한 권 -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장편동화

by 글 쓰는 멍

"한 가지 소망이 있었지.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것! 그걸 이루었어. 고달프게 살았지만 참 행복하기도 했어. 소망 떄문에 오늘까지 살았던 거야. 이제는 날아가고 싶어. 나도 초록 머리처럼 훨훨.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장편동화 P189-

저는 성인이 된 후에 동화를 쓰고 싶다는 막연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그런 저에게 딸의 권유로 읽게 된 황선미 작가님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동화의 결말이 이렇게 끝이 나다니...


동화의 결말은 항상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되어야 한다는 건 제 고정관념이었어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족제비에게 잡혀 먹히는 결말은 한동안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아이들에게 이 책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작가님의 의도와 독자들의 시선이 궁금해졌습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닭장 속에서 알만 낳고 사는 닭들과 마당에서 사는 닭, 그리고 잎싹처럼 마당을 나와서 주체적으로 사는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초록머리를 친자식처럼 키우는 잎싹의 희생을 보며 입양과 육아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았어요. 동화는 단순하게 꿈과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고정관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철학적인 마음을 내면에서 이끌어내는 것이 동화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알을 낳지 못하게 된 '잎싹'은 페계 판정을 받고 구덩이에 던져져 족제비가 노려요. 청둥오리 '나그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집니다. 마당에서 조류들에게 미움을 받고 마당을 나오게 되었어요. 잎싹은 주인이 없는 뽀얀 오리알을 발견하면서 나그네의 도움으로 알을 보호해요. 부화를 앞두고 나그네는 족제비를 이기지 못하고 희생하게 됩니다. 잎싹이 품에서 품던 알은 바로 나그네와 뽀얀 오리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 오리였어요. '초록 머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아기 오리를 키우는 잎싹이 친엄마가 아님을 알게 된 초록머리는 마당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죠. 마당으로 몰래 간 초록머리는 양계장 주인에 의해서 발목이 묶여요. 족제비의 습격으로 마당이 혼란스러운 틈에 잎싹은 초록머리를 탈출시킵니다. 가을이 되자 저수지로 돌아온 야생 청둥오리들의 사냥을 계획한 족제비들! 잎싹은 초록머리 발목의 끈을 조금만 남기고 끊어내요. 청둥오리 무리들과 어울리게 된 초록머리는 파수꾼으로 자리를 잡아요. 잎싹은 다른 먹잇감을 주기로 족제비에게 약속하고 초록머리를 보호해요.


겨울이 되자 초록머리는 잎싹과 이별을 하고, 청둥오리 무리와 함께 떠나요. 청둥오리들을 보면서 "하늘을 날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된 잎싹! 족제비와 마주친 후 도망칠 이유도 기운도 없어진 자신을 알게 돼요. "자. 나를 잡아먹어라. 그래서 네 아기들 배를 채워라."라고 말하며 희생하게 됩니다. 눈을 감자 아픔보다는 뼈마디가 시원해지는 느낌과 함께 눈앞이 차츰 밝아졌어요. 눈을 뜨자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아름다운 날개로 바람을 가르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애니메이션 마지막 장면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11년도에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어요. 문소리, 유승호, 최민식, 박철민 배우님 등에 의해서 더빙되었어요. 동화와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출간된 이후로 계속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어요. 저는『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인해 동화 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합니다. 페스트 캠퍼스에서 황선미 작가님의 '나만의 세계가 담긴 동화 쓰기 강의'를 수강하고 동화 쓰기와 관련된 작가님의 책들을 읽어 보았어요. "우리는 모두 한때 아이였기 때문에 나와 어린이는 동화로 연결이 되어야 한다! 어린이는 시간적 존재로 어른과 이어져 있다." 라고 작가님은 말씀하세요. 저는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동화를 황선미 작가님을 통해 마주하게 되고 잎싹을 만났어요. 잎싹에게 하늘을 나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오늘도 제 옆에서 괜찮은 동화를 써보라고 독촉을 합니다.

제2의 잎싹을 만들어 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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