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농부 되기 - 시작하는 마음

게으른 할머니 농부 되기

by 김성희

"왜 힘든 일을 하시려고 하세요?"

퇴직 후 인생 2막 나의 포부에 대해 가장 많이 들었던 반문이다. 그럼 난 이렇게 답한다.

"나는 할머니 농부가 되고 싶고, 앞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살려고요"


난 안정된 직업을 위해 전공을 선택했고 30여 년 나름 보람된 직장생활을 했지만, 내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그 길은 큰길이기도 하고 작은 오솔길이기도 했다. 한때는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되돌아 걸었던 적도 있었으나, 부리나케 원래 경로로 돌아가 혹 뒤처지지 않을까 더 속도를 내며 헉헉 달렸었다. 그런 한편으로 부족한 엄마이고 아내여서 너무 힘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 직장생활이라는 큰 배낭을 내려놓고, 내가 좋아하는 꾸러미를 가볍게 챙겨 새로운 길로 걸어가고자 한다. 재능이 없다고 포기했던 그림을 그리고, 마음 따듯해지는 글을 쓰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할머니 농부가 되는 길.


할머니 농부가 되기 위한 농촌 체험교육을 받으면서 배워야 할 것들은 너무 많은데 부족한 내가 즐겁게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가기도 했다. 농장에서 풀을 뽑고 들깨 모종 식재를 할 때는 허리가 끊어지게 아프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나로 존재한다는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다. 좀 게으른 모습 그대로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며 나의 길을 잘 걸어가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