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여름 오이

게으른 할머니 농부 되기

by 김성희

오이는 그야말로 여름철의 별미이다. 양념 살짝 찍어 아삭아삭 베어 먹으면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게 입맛 돌게 한다. 영양소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음식을 받아들이는 내 몸의 반응을 통해 여름 건강식을 알아차리게 되는 건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소중한 오이를 마트가 아닌 내 농장에서 만나게 된다면 또 어떨까? 입맛 돌게 하는 고유한 맛과 향을 머금은 즙을 오물오물 넘기는 행운!


며칠 전 어머니가 가꿔놓으신 작은 채소밭에 오이가 주렁주렁 열려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벌써 여러 개를 따 먹었는데 내일이 되면 또 이렇게 풍성하게 자라나 있다고 흐뭇해하셨다. 탱글탱글한 자태와 가시 돋친 껍질, 속살 색과 맛은 좀 더 진하고 시원한 오이는 내가 시장에서 구입한 그것과는 너무나 차이나는 행복한 맛이었다. 이런 행복감은 여름이라는 계절을 훨씬 길게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직장을 졸업한 첫해인 이번 봄이 그러했다. 꽃구경만이 아니라, 얼어있는 땅을 뚫어내는 강한 생명력의 봄나물을 보고, 캐고 , 먹는 시간들을 통해 나의 봄은 그 어느 해보다 길고 풍성했던 것이다. 더 많은 생명력과 함께하는 여름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이러한 생명들을 정성 들여 가꾸고 수확하는 시간들까지 더해진다면 이번 여름은 훨씬 더 길고 풍성해지리라.


오이와 더불어 가지, 호박, 토마토, 참외, 수박 등 여름 생명들을 통해 나는 여름을 더 온전히 느끼게 될 것이다. 더위에 괴로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내여름동안 그들을 잘 가꾸어낸다면 몇 개월 과정의 예술창작과 뭐가 다를까!


내 삶의 너비와 부피를 더 늘여줄

"오이야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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