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게으름쟁이의 하루

게으른 할머니 농부 되기

by 김성희

나는 항상 바르고 성실하게 살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리고 실천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간혹 펄펄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누군가와 비교하며 욕심과 열정이 부족한 나를 비난하기도 했다. 주부이자 직장인으로 사는 것만도 힘든데 직장에서 열정과 도전, 변화와 혁신 등의 주문을 받을 때는 왜 그래야만 하는지 수긍이 되지 않을 때도 있었고 짓누르는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한 후에 30년 직장생활을 졸업했고, 4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4개월의 기간은 나에게 가장 적합한 미래설계 행복전략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고, 내가 찾은 전략은 바로 ‘게으르게 살기'이다.

재능 부족이라 판단하고 포기했던 그림을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 글을 쓰며 나를 들여다 보고, 그리고 우리 어머니처럼 '게으른 할머니 농부로 살아가는 것!'

이게 행복한 게으름쟁이인 나의 목표이다. 이를 토대로 난 하루의 실천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어느 날은 너무 탁월한 하루를 보낸 스스로에게 감탄하기도 한다.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다.


비가 그친 후의 청명한 날씨! 7월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시원하고 달콤한 바람이 있는 날이었다. 용인에 사는 언니와 맛난 점심을 먹고 산속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초록을 보며 담소를 나누고 즐겁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잠시 침대에 누워 맞바람을 쐬며 쉬고 있는데 난 어느새 50년의 세월을 훅 뛰어넘어 가장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하루 속으로 들어온 듯했다.


뻥 뚫린 한옥 대청마루에 팔자로 누워 세상에 대한 무한 희망과, 시원한 바람과, 풀잎 향과, 여름 햇살을 만끽하던 어린아이의 행복감이 세월을 뛰어넘어 내게로 몰려왔다. 온전히 자연과 나를 느끼며 마음이 차고 넘쳐 하나 된 느낌이랄까?

그 무엇보다 거대하고 신비로운 자연이라는 작품이 있었기에 가능한 순간이었지만, 게으르게 살며 나를 찾고 싶다는 미미한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한 경험이었으리라.


자연이라는 그림은 때로는 고요하고, 때로는 우리를 압도하는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또한 그 속에는 고군분투하는 작은 생명들의 생존기와 죽음이 있기도 하다. 밭 갈고 보살피는 농부의 땀과 아픔이 있기도 하다.

나의 게으름은 내게 가장 잘 맞는 옷으로 갈아입고, 수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자연을 스승 삼아 여유를 갖고 살아가겠다는 다짐이 아닐까 싶다.


삶은 살아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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