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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Aug 31. 2022

걷다 보면 그냥 알게 되는 스토리 텔링-속리산 세조길

계곡과 아름드리나무가 어우러진 길

속리산 근처를 여러 번 지나갔지만 제대로 방문한 적이 없었다. 7월과 8월을 바쁘게 보내고 8월 초에 늦장마가 오래 지속되어 멀리 가질 못했다. 바쁘게 일한 나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 광복절에 속리산 세조 길을 걷고 법주사를 둘러보았다. 속리산 세조 길은 울창한 숲 속과 계곡을 따라 완만하게 조성된 걷기 좋은 길이다.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아 기온은 30도 근처지만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고 계곡 숲길이라 걷기에 좋다.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고 세조길에 들어서자마자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는 큰 나무들이 즐비하다. 속리산은 충청도와 경상도의 경계에 있는 큰 산이라 인천에서 볼 수 없는 나무들이 많다. 거북이 등껍질 문양의 커다란 소나무는 이 산이 우리나라 산이라는 징표다. 물푸레나무, 박달나무, 서어나무, 풍게 나무, 비목나무, 참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보는 것이 즐겁다. 엄청난 크기의 서어나무를 계속 볼 수 있다. 세조길을 따라서 계곡이 계속 이어져 있어 물소리와 새소리가 어우러진다. 국립공원이라 계곡에 들어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속리산의 주봉인 천왕봉은 세 갈래의 물줄기가 나뉘는 삼파수란다. 천왕봉의 동쪽으로 낙동강, 남쪽으로는 금강, 서쪽으로 한강이 흐른다. 세 강의 중심에 속리산 천왕봉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림 1] 속리산 세조길에서 만나나무들. 거북을 닮은 소나무,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나무, 까치박달나무의 꽃.     


살아있는 서어나무는 푸른 입을 무성하게 드리우고 있지만, 그 옆에 죽은 서어나무에는 버섯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꺼진 생명은 다른 생명을 불러오며,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치인가 보다. 세조길 초입에서 보았던 까치박달나무는 긴 꽃은 달고 있어 이채롭다. 박달나무, 까치박달나무, 서어나무 등은 서로 비슷비슷한 꽃을 피우고 있다. 숲 속에서 가끔 토종 다람쥐가 모습을 보여 준다. 어찌나 빠르고 나무를 잘 타는지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금방 사라진다. 속리산에서 이채로운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속리산에 와서 처음 본 인상적인 장면이 기우뚱한 바위 밑에 바위를 지지하듯이 나무기둥을 받춰놓았다. 커다란 바위 덩어리는 사실 균형을 잡고 있지만, 사람들이 나뭇 가지로 지지대를 세워 주었다. 작은 나뭇가지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하겠지만, 많은 사람의 연민이 담겨있다. 각박한 세상에서 무엇인가 도움을 주려는 어떤 정서가 우리 사이에 있나 보다. 큰 바위 밑에는 영락없이 나뭇가지로 지지대를 해놓았다. 어떤 곳은 많은 나뭇가지가 있고, 어떤 곳은 이제 막 몇 개의 나뭇가지가 지탱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했고 속리산에서 처음 보았다.   

      

[그림 2] 멀쩡한 바위 덩어리 밑에 나무 기둥을 받춰 놓았다. 바위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려는 사람들의 마음 씀이 즐겁다.     



세조길을 걸으면서 이채롭게 본 것이 바위에 자라고 있는 이끼이다. 산에 다니다 보면 바위에 저마다의 독특한 이끼를 이고 있다. 이끼가 성장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지도를 그려놓은 것 같다. 속리산 세조길은 숲이 울창하고 물이 많아서 이끼가 자라기 좋은 곳인가 보다. 바위마다 다양한 이끼가 자라고 있다. 어린 시절 배운 이끼를 생각해 보니 솔이끼, 우산이끼, 물이끼 등이 생각난다. 초록색 이끼가 잔뜩 낀 바위에 흰색의 이끼가 마치 버짐처럼 자라고 있는 것이 재미있다. 세조길은 세심정에서 끝나지만 우리는 문장대 방향을 향해서 좀 더 걸어본다. 하늘이 조금 어두워지며 빗방울이 떨어질 듯하다. 이내 복천암에 도착한다. 복천암은 아담한 암자이고 연륜이 느껴진다. 오른쪽 절벽에 하늘색 이끼와 초록색 이끼가 경쟁하면서 피어있다. 두 이끼가 경쟁하면서 바위에 만든 문양이 독특하다. 


내려오는 길은 훨씬 수월하다. 올라갈 때 처음 보는 풍경을 눈에 담았다면, 내려올 때의 풍경은 좀 더 익숙하다. 올라갈 때 감탄하며 보았던 풍경에 다시 감탄하고,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의 각도와 시야가 다르므로 약간은 다른 그 무엇을 느껴본다. 올라갈 때 일부러 법주사를 지나쳤다. 내려오면서 볼 요량으로 남겨두었다. 법주사는 어떤 절집일지가 자못 궁금하다.     

    

[그림 3] 세조길에서 만난 다양한 이끼들 왼쪽은 양지바른 바위에 자란 이끼이고 오른쪽은 물가에 놓인 바위에 자라고 있는 이끼이다.     



2022년 8월 15일

솔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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