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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Oct 29. 2022

주식 시장의 비밀 – 주가지수는 멋대로 변할까?

주식 가격과 멋대로 걷기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많은 투자자들은 투자에 성공할 수 있는 패턴을 찾는다. 주식 투자의 초보자나 전문 투자자나 주식거래를 하다 보면 자신만의 노하우를 하나쯤은 가지게 될 것이다. 이들이 발견한 투자 노하우는 그야말로 노다지일까? 어떤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 노하우로 돈을 많이 번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때에는 대규모 손실을 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전문투자자들은 기업에 대한 정보, 기업의 미래 가치,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 등 다양한 정보에 기반으로 투자한다. 전문 투자자나 기관 투자자는 끊임없이 기업으로부터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분석하여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 없이 투자에 참여하는 개미투자자들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많은 개미들은 기업의 성장성이나 미래가치를 판단하기보다는 주식시장의 주가지수 변화와 개별 주식의 가격 변동에 집중하여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투자자를 트렌드 팔로워(trend follower)라 한다. 여러분은 이런 트렌드 팔로워는 아닌가? 그러면 트렌드 팔로워는 무엇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까?


트렌드 팔로워의 고민!


   트렌드 팔로워는 주식시장에서 주가지수나 개별 주식의 주식 가격의 움직임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주식시장이 열렸는데 간밤에 미국 주식이 급락하였다면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가격이 처음 산 주식 가격보다 더 떨어졌다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 보유 주식을 팔 수도 있으나 보통 그대로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보유 주식이 수익을 내고 있으면 차익을 실현해야 할지 더 큰 수익을 기대하고 주식을 더 보유할지 고민할 것이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구매했으며 그다음은 구매가 대비 수익률이 큰 판단의 기준이 된다. 사실 종합주가지수와 같은 주식시장의 주가지수는 큰 변동이 일어나는 기간이 있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금융위기와 같은 큰 시장의 변동이 일어나면 일시적으로 주가지수는 크게 하락하지만 대개 일이 년 이후에 폭락 전의 가격을 회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복잡계를 연구하는 경제 물리학자들은 주가지수나 주식 가격 자체보다는 그 변화율인 수익률(return)에 더 관심을 갖는다. 전일 대비 오늘 주가지수의 수익률은 오늘의 주가지수에서 전일의 주가지수를 뺀 다음, 그 값을 전일의 주가지수로 나눈 값이다. 이러한 값을 단순 수익률이라 한다. 즉, 전일 대비 오늘 주가가 몇 퍼센트나 올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수익률은 브라운 운동할까?


1950년대 말에 주가지수와 수익률의 분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물리학자가 있었으니 그는 오스본(M.F. Osborne)이다. 오스본은 어느 날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뉴욕 주식시장의 주가지수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물리학자들은 가끔 물리와 동떨어져 보이는 현상에 물리학적 잣대를 적용해 보곤 한다. 그는 먼저 주가지수의 분포 함수를 생각해 보았다. 주가지수의 값은 실수 값이다. 예를 들어 오늘 코스피 주가지수가 2300.56이었다고 하자. 이제 어느 시점에 주가지수를 I(t)라 하자. 따라서 I(오늘)=2300.56이다. 분포 함수를 구하기 위해서 여러 해 동안의 주가지수 데이터를 수집한다. 주가지수가 실수 이므로 주가지수의 눈금을 1 단위로 구분하자. 즉 주가지수가 2300은 2300 <= I(t) <2301 사이에 놓이는 모든 주가지수는 그냥 2300으로 읽겠다는 것이다. 이제 수집한 데이터 중에서 2300이 나온 횟수를 N(2300)이라 하자. 주가지수가 2300이 나온 분포 함수는 N(2300)을 총 데이터 수로 나눈 값이다. 오스본은 이러한 계산을 해 보았다. 오스본은 주가지수의 오르고 내림이 마치 동전을 던져서 결정되듯이 변한다면 주가지수의 분포 함수가 정규분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리학자들은 정규분포가 나오는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멋대로 걷기 또는 막 걷기(random walk) 현상에서 정규분포를 볼 수 있다. 멋대로 걷기 현상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로버트 브라운(Robert Brown)이다. 1827년에 브라운은 물 위에 떠 있는 꽃가루를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그런데 꽃가루들이 멋대로 지끌찌글 움직이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꽃가루의 움직임은 매 순간 제멋대로 결정되는 듯했다. 이러한 현상을 브라운 운동(Brown motion)이라 한다. 마치 꽃가루의 방향은 동전을 던져서 360의 방향 중에서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꽃가루의 무작위 한 운동과 비슷한 현상들이 자연, 사회, 경제, 생태 현상 등에서 많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오스본도 주가지수가 브라운 운동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스본의 생각은 크게 빗나갔다. 주가지수의 분포 함수는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았다.


    [그림] 코스피 주가지수와 로그 수익률. 수익률이 양수이면 주가지수가 올라간 것이고 음수이면 하락한 것이다.



주가지수 수익률에 정보가 담겨있다!


  그래서 오스본은 주가지수에 대해서 좀 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는 마침내 주가지수 자체보다는 주가지수의 변화량인 수익률에 집중했다. 주식 투자자들은 주식 가격 자체의 움직임보다는 주식의 수익률에 더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주식 가격 그 자체가 멋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수익률이 멋대로 움직일 것이다. 투자자들은 주식 차트를 볼 때 자신이 몇 퍼센트 수익을 올렸는지 또는 몇 퍼센트 잃었는지에 집중한다. 또는 주식차트의 가격이 어제보다 올랐는지 내렸는지가 더 중요하다. 주가지수 자체가 멋대로 걷기가 아니면, 오히려 수익률의 오르고 내리는 패턴이 마치 꽃가루가 멋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스본은 주가지수의 로그 수익률의 분포 함수를 구해 보았다. 로그 수익률은 오늘 주가지수에 로그를 취한 값에서 어제 주가지수에 로그를 취한 값을 뺀 것으로 정의한다. 로그 수익률의 분포 함수의 중심 부분은 정규분포처럼 보였다. 즉, 주식시장에서 수익률은 마치 멋대로 걷기처럼 행동하는 것 같았다. 로그 수익률이 정규분포이면 주식 지수 자체는 로그-정규분포를 따른다. 오스본은 로그 수익률이 투자자들이 느끼는 수익과 손실을 잘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오스본은 통계 물리학의 멋대로 걷기 현상을 설명하는 방식을 주가지수의 변동률에 그대로 적용했다. 오스본은 로그 수익률이 멋대로 걷기처럼 보이는 현상을 자신이 근무하고 있던 기관의 “고체물리 세미나”시간에 발표했다. 물리학자들 앞에서 물리학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주가지수의 변동에 대한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어떤 면에서 물리학자들은 열린 마음(open mind)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리학자들은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현상조차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대상이 무엇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1959년 오스본은 경제학 저널이 아닌 ‘경영과학(Operations Research)’ 학술지에 “주식시장의 브라운 운동(Brownian motion in the stock market)”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다. 주식 가격에 로그를 취한 값의 변동률은 멋대로 걷기와 같은 방식으로 변하는 현상을 “기하적 브라운 운동(geometric Brownina motion)”이라 한다. 오스본의 논문에 따르면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멋대로 움직이는 주식 변동률은 동전 던지기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주식 가격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의 수익률은 영이 되어야 한다. 오스본은 주식시장의 브라운 운동을 옵셥(option)과 연결시키지 않았다. 그 문제는 브랙과 숄즈를 위해서 남겨 두었다. 1970년 대 초에 블랙과 숄즈는 유럽 옵션에 대한 블랙-숄즈 방정식을 발표하였다. 오스본의 논문이 경제학 저널이 아닌 Operation Research에 발표되었기 때문에 논문이 발표된 후에도 경제학자들은 이 논문을 보지 않았다. 이 저널은 경제학자들이 읽는 저널이 아니었다. 오스본의 연구 결과를 모르던 사무엘슨과 그의 제자들은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초에 오스본과 같은 연구 결과를 독립적으로 재발견한다.


  주가지수 수익률이 동전 던지기와 같다면, 수익이 나는 것과 손실이 나는 것은 무작위로 일어난다. 주식 가격의 변동 트렌드를 보고 투자에 참여하는 트렌드 팔로워는 마치 동전을 던져서 주식을 사고파는 것과 같다. 따라서 주가지수의 변동성을 보고 투자하는 사람은 돈을 벌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는 것이다. 유한한 투자금을 가지고 손실과 이익이 나는 일이 반복되면 결국 유한한 투자금은 고갈되기 마련이다. 반면 투자 원금이 많은 투자자들은 원금을 까먹는데 반감기가 길다. 이것이 개미 투자자는 실패하기 쉽고,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에 성공하는 비결이다. 주가 수익률이 멋대로 걷기인 성질만 있으면 투자에서 많은 수익을 거두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들은 시장의 아웃라이어(outlier)일까? 사실 주가지수 변동의 기억효과는 다른 데 숨어있다. 바로 주가지수 변동성에 대한 휘발성(volatility)에 장기 기억이 숨어 있다. 휘발성의 장기 기억효과는 다음에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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