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과 기쁨으로 드리는 2025년 마지막 주일의 예배
거룩한 주일 아침입니다. 2025년의 마지막 주일,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이 엄숙한 시점에 시편 99편을 묵상하게 하심은 깊은 뜻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하나님이 왕이시라는 즐거운 찬양(시편 93-98편)을 불러왔습니다. 이제 이 제왕시의 클라이맥스인 시편 99편에 이르러, 우리는 그 왕의 가장 본질적인 성품인 거룩함(Holiness)과 마주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단순히 힘센 왕이 아니라, 세상과 구별된 거룩한 분이십니다. 이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즐거워할 뿐만 아니라, 옷깃을 여미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경배해야 합니다.
오늘 아침, "거룩하다"라고 세 번이나 선포되는 찬양 속에서, 우리의 삶을 정결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깊이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99:1 여호와께서 다스리시니 모든 민족이 떨 것이요, 여호와께서 그룹 천사들 사이에 앉으셨으니 땅이 흔들릴 것이다.
99:2 시온에 계시는 여호와는 위대하시고 모든 민족보다 높으시다.
99:3 주의 크고 두려운 이름을 찬양하게 하라. 주는 거룩하시다.
99:4 왕은 능력이 있으나 정의를 사랑하신다. 주께서 공평을 세우시고 야곱의 자손에게 정의와 의를 행하셨다.
99:5 너희는 우리 하나님 여호와를 높이고 그 발판 앞에서 굽혀 경배하라. 그는 거룩하시다.
99:6 주의 제사장 중에는 모세와 아론이 있고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 중에는 사무엘이 있구나. 그들이 여호와께 부르짖으매 주께서 응답하셨다.
99:7 여호와께서 구름 기둥 가운데서 그들에게 말씀하시니 그들이 주의 증거와 주께서 주신 율례를 지켰다.
99:8 여호와 우리 하나님이시여, 주께서 그들에게 응답하셨습니다. 주께서는 그들의 악한 행실에 대해서는 벌하셨으나 그들을 용서하신 하나님이십니다.
99:9 너희는 우리 하나님 여호와를 높이고 그 거룩한 산에서 경배하라. 여호와 우리 하나님은 거룩하시다.
시편 99편은 여호와의 통치 시편(93-99편)의 절정으로,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세 번에 걸쳐(3절, 5절, 9절) 찬양하는 삼중 거룩 찬양(Trisagion)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는 하나님이 그룹(Cherubim) 사이에 좌정해 계신 초월적인 왕이심을 선포함과 동시에, 모세와 아론, 사무엘 같은 중보자들을 통해 인간의 역사 속에 개입하시고 소통하시는 인격적인 하나님이심을 보여줍니다. 거룩함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현장에서 정의와 응답으로 나타납니다.
1. 거룩하신 왕 앞에서의 떨림 (1-3절) 시인은 여호와께서 다스리시니 만민이 떨 것이라고 선포합니다. 여기서 '떨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라가즈(רָגַז, ragaz)는 단순한 공포심이 아니라, 압도적인 위엄 앞에서 느끼는 깊은 경외감과 전율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그룹 천사들 사이에, 즉 언약궤 위에 임재하시는 분입니다. 3절의 '거룩하다'라는 단어 카도쉬(קָדוֹשׁ, qadosh)는 '구별됨', '분리됨'을 뜻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함부로 대할 수 있는 분이 아니며, 죄 된 세상과 철저히 구별된 분이십니다. 예배는 이 거룩하신 분 앞에서의 거룩한 떨림이 있어야 합니다.
2. 정의를 사랑하시는 왕 (4-5절) 세상의 왕들은 권력을 잡으면 폭군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 하나님은 능력이 있으시나 정의를 사랑하십니다(4절). 여기서 '정의'는 히브리어로 미쉬파트(מִשְׁפָּט, mishpat)인데, 이는 단순한 재판이 아니라 사회적 질서와 공평함을 바로 세우는 하나님의 통치 원리를 말합니다. 하나님의 거룩함은 성전 안에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공의와 정의가 실현되는 것으로 증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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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용서하시며 징계하시는 하나님 (6-9절) 시인은 모세, 아론, 사무엘을 언급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백성을 위해 기도했던 중보자들입니다.
8절은 매우 중요한 신학적 역설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을 용서하신(노세, נֹשֵׂא) 하나님이시지만, 동시에 그들의 행위를 징계하신(나캄, נָקָם) 분이라는 것입니다. '용서(노세)'는 '짐을 들어 올리다', '가져가다'라는 뜻으로 죄의 짐을 져주시는 은혜를 말합니다.
반면 '보복하다', '징계하다'로 번역된 '나캄'은 죄의 성향을 바로잡으시는 하나님의 거룩한 사랑의 매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용서하시지만, 동시에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우리가 죄 가운데 머무는 것을 방관하지 않으시고 거룩하게 빚어 가십니다.
첫째, 예배의 무게감을 회복하십시오. 우리의 예배가 너무 가벼워지지는 않았는지 돌아봅시다. 2025년의 마지막 주일, 나의 편안함보다 하나님의 위엄과 거룩하심 앞에 떨림으로 나아가는 예배자가 되십시오.
둘째, 중보 기도의 자리를 지키십시오. 모세와 사무엘처럼, 가정과 교회와 세상을 위해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거룩하신 하나님은 부르짖는 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시고 응답하십니다.
셋째, 하나님의 징계를 감사함으로 받으십시오. 혹시 삶에 하나님의 다루심이나 징계가 느껴진다면 낙심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하나님이 당신을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증거이며, 당신을 더 거룩한 자녀로 만드시는 과정입니다. 용서와 징계는 동전의 양면처럼 우리를 성화(Sanctification)의 길로 인도합니다.
거룩하시고 거룩하시며 또 거룩하신 하나님,
한 해의 마지막 주일, 주님의 지극히 높고 거룩하신 보좌 앞으로 나아갑니다.
저희의 죄된 모습 그대로는 주님 앞에 설 수 없으나,
십자가의 보혈로 용서하시고 받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주님의 거룩하심을 본받아 세상과 구별된 삶을 살게 하시고,
때로는 아픈 징계조차도 저를 빚으시는 사랑임을 깨달아 감사하게 하옵소서.
새해에는 더욱 주님을 경외하며, 공의와 정의를 실천하는 거룩한 백성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