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같이 날개가 있다면,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을 때
내부자의 배신 앞에서 드렸던 다윗의 긴급한 기도(시편 54편)에 이어, 오늘은 그 고통이 극에 달해 “차라리 멀리 날아가 버리고 싶다”고 외치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연약한 독백을 담은 시편 55편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직장 내의 끊임없는 압박과 경쟁, 쉴 새 없이 울리는 소셜 미디어의 소음, 그리고 도시의 폭력과 다툼에 완전히 지쳐버린 나머지, “다 그만두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이 모든 스트레스에 더하여, 당신이 가장 신뢰하고 모든 비밀을 나누었던 가장 친한 친구가 당신의 등 뒤에서 당신을 음해하고 당신의 약점을 폭로하며 당신을 공격한다면, 그 고통은 얼마나 클까요?
아마 우리는 정말로 비둘기처럼 날개가 있다면,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광야로,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날아가고 싶다는 처절한 소망을 품게 될 것입니다.
시편 55편은 바로 그와 같은, 외부적인 압박과 내부적인 배신이라는 이중의 고통에 짓눌린 한 영혼이 드리는 가장 솔직하고도 격정적인 기도입니다.
시인은 도시의 혼란 속에서 느끼는 공포와, 믿었던 친구에게 받은 깊은 상처를 숨김없이 토로하며, 이 모든 고통의 짐을 하나님께 던져버리는 위대한 믿음의 행위로 나아갑니다.
이 시는 감당할 수 없는 인생의 무게에 짓눌린 모든 이들에게, 어떻게 그 짐을 내려놓고 다시 설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는 생생한 안내서입니다.
시편 55편 (현대인의 성경)
1 하나님이시여, 내 기도에 귀를 기울이시고 내 간구를 외면하지 마소서.
2 나를 돌아보시고 나에게 응답하소서. 내가 근심으로 편안치 못하여 탄식합니다.
3 이것은 내 원수의 소리와 악인의 압제 때문입니다. 그들이 나를 괴롭히고 분노하여 나를 미워합니다.
4 내 마음이 속에서 심히 아파하며 죽음의 공포가 나를 덮었습니다.
5 두려움과 떨림이 나를 사로잡고 공포가 나를 휩쌌습니다.
6 그래서 내가 말하였습니다. “만일 나에게 비둘기 같은 날개가 있다면 내가 날아가 쉬고 싶구나.
7 내가 멀리 날아가 사막에 머물고
8 이 폭풍과 광풍을 피하여 급히 피난처로 가고 싶다.”
9 주여, 저들을 멸하시고 그들의 말을 혼란스럽게 하소서. 내가 성 안에서 폭력과 다툼을 보았습니다.
10 그것들이 밤낮 성벽 위를 돌아다니니 성 안에는 죄악과 고통이 가득하고
11 파멸이 그 안에 있으며 압박과 속임수가 그 거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12 나를 모욕한 자가 원수였다면 내가 참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나를 미워하는 자가 내 앞에서 잘난 체했다면 내가 그를 피하여 숨었을 것입니다.
13 그러나 나를 모욕한 자가 바로 너로구나. 나의 동료, 나의 친구, 내가 가장 믿는 자가 바로 너로구나!
14 우리가 함께 즐겁게 의논하며 무리와 함께 하나님의 집을 드나들었는데
15 죽음이 갑자기 그들에게 닥쳐 그들이 산 채로 무덤에 들어가게 하라. 악이 그들의 집과 그들의 마음속에 머물러 있다.
16 그러나 나는 하나님께 부르짖을 것이니 여호와께서 나를 구하실 것이다.
17 내가 저녁과 아침과 정오에 근심하며 탄식할 것이니 그가 내 부르짖는 소리를 들으실 것이다.
18 나를 대적하는 자들이 많아도 그가 치열한 싸움터에서 내 생명을 안전하게 구하실 것이다.
19 옛날부터 자기 보좌에 앉으신 하나님이 듣고 그들을 벌하실 것이다. 그들은 변하지 않으며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20 내 친구가 자기 친구를 배신하고 그 계약을 깨뜨렸구나.
21 그의 말은 버터처럼 부드러우나 그의 마음에는 전쟁이 있으며 그의 말은 기름보다 부드러우나 뽑아 든 칼과 같구나.
22 네 짐을 여호와께 맡겨라.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로운 사람이 흔들리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으실 것이다. 23 하나님이시여, 주께서 저 살인자들과 사기꾼들을 파멸의 구덩이에 던져 넣으시고 그들이 자기 수명의 절반도 살지 못하게 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주를 신뢰합니다.
시편 55편은 다윗이 지은 ‘개인의 탄식시’로, 특히 가장 믿었던 친구의 배신으로 인한 깊은 상처와 고통을 매우 격정적으로 토로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은 이 시의 배경을 다윗의 아들 압살롬의 반역 당시, 그의 가장 신뢰했던 책사였던 아히도벨이 그를 배신하고 압살롬에게 넘어간 사건(사무엘하 15-17장)으로 봅니다.
이 시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앞에서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인간의 연약한 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 부르짖으며 마침내 모든 짐을 그분께 맡기는 위대한 신앙의 전환 과정을 보여줍니다.
1. 도피를 향한 갈망: “비둘기같이 날개가 있다면” (1-11절) 시인의 마음은 심한 고통과 죽음의 공포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는 성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다툼, 죄악과 압박에 질식할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을 피할 수만 있다면. 6절에서 그는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깊은 갈망을 노래합니다. “만일 나에게 비둘기 같은 날개가 있다면 내가 날아가 쉬고 싶구나.”
비둘기는 평화와 순결의 상징이자, 멀리 날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그는 이 모든 혼돈을 떠나, 고요한 사막, 즉 피난처로 날아가고 싶어 합니다. 이는 고통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연약하며, ‘도피’를 꿈꿀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를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2. 배신의 실체: “나의 동료, 나의 친구, 바로 너로구나!” (12-15, 20-21절) 시인의 고통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외부의 압박만이 아니었습니다. 더 깊은 상처는 내부로부터 왔습니다. “나를 모욕한 자가 원수였다면 내가 참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 그러나 나를 모욕한 자가 바로 너로구나. 나의 동료(כְּעֶרְכִּי, 케에르키 - 나와 동등한 자), 나의 친구(אַלּוּפִי, 알루피 - 가까운 친구), 내가 가장 믿는 자(וּמְיֻדָּעִי, 우메윳다이 - 속마음을 아는 자)가 바로 너로구나!”
그 배신자는 심지어 그와 함께 ‘하나님의 집을 드나들며’ 거룩한 교제를 나누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말은 ‘버터처럼, 기름보다 부드러웠지만’, 그 마음에는 전쟁과 뽑아 든 칼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이처럼 거룩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에서의 배신은, 우리의 영혼에 가장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3. 믿음의 행동: “네 짐을 여호와께 맡겨라” (16-23절) 이 모든 절망 속에서, 시인은 마침내 자신이 해야 할 유일한 행동을 결단합니다. “그러나 나는 하나님께 부르짖을 것이니…” 그리고 22절에서 그는 이 시편의 가장 위대한 처방을 선포합니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겨라(הַשְׁלֵךְ עַל־יְהוָה יְהָבְךָ, 하쉴레크 알-여호와 예하브카).”
‘네 짐(예하브카)’은 ‘너에게 주어진 몫, 운명’을 의미하는 독특한 단어입니다. 즉,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하나님께서 당신의 인생에 허락하신 그 모든 몫과 무게를 통째로 하나님께 ‘던져버리라’는 강력한 권면입니다. 우리가 그 짐을 그분께 맡길 때, 어떤 약속이 주어집니다.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로운 사람이 흔들리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으실 것이다.”
시편 55편은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와 관계의 상처로 신음하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실제적인 위로와 해법을 제시합니다.
첫째, 도망치고 싶은 당신의 마음을 정죄하지 마십시오. 때로 우리는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하는 자신을 보며 ‘믿음이 약하다’고 자책합니다. 그러나 시편 기자는 가장 먼저 자신의 연약함을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강함만이 아니라, 우리의 연약함과 눈물, 도망치고 싶은 마음까지도 모두 받아주시는 분입니다. 중요한 것은, 도망치더라도 세상이 아닌 ‘하나님께로’ 피하는 것입니다.
둘째, 거룩한 관계에서 입은 상처일수록 더 깊이 하나님께 가져가십시오. 가장 깊은 상처는 종종 가장 가까운 사람, 심지어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던 이들에게서 받기도 합니다. 그 배신감과 억울함은 우리의 신앙 자체를 흔들 수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사람에게서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께 그 관계의 아픔을 정직하게 쏟아놓으십시오. 그분만이 참된 위로와 치유를 주실 수 있습니다.
셋째, ‘짐을 맡기는 것’을 매일의 영적 습관으로 삼으십시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는 말씀은 단지 위로의 구절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실천해야 할 구체적인 행동 지침입니다.
오늘 당신의 마음을 짓누르는 ‘짐’은 무엇입니까? 자녀 문제, 재정 문제, 건강 문제, 혹은 관계의 상처입니까? 그 짐을 눈에 보이는 꾸러미처럼 생각하고, 기도를 통해 의지적으로 하나님의 손에 넘겨드리는 훈련을 하십시오. 당신이 그 짐을 던져버릴 때, 비로소 하나님께서 당신을 붙드시는 손길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나의 구원이신 하나님, 제 마음이 심히 아프고 죽음의 공포가 저를 덮어,
비둘기처럼 이 모든 고통을 피해 날아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특별히 가장 신뢰했던 친구의 배신으로 인한 상처를 주님 앞에 내어놓사오니, 저를 위로하여 주옵소서.
이제 저의 모든 짐, 저에게 주어진 모든 무거운 몫을 주님께 맡깁니다.
저를 붙들어 주시고, 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지켜 주옵소서.
저의 피난처이시며 구원자이신 주님을 영원히 신뢰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