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문자, 가장 짧고도 강력한 기도
깊은 수렁 속에서 드렸던 처절한 기도(시편 69편)를 지나, 오늘은 마치 그 기도의 가장 긴급한 부분만을 따로 떼어낸 듯한, 짧고도 다급한 한 편의 ‘SOS 기도’, 시편 70편으로 우리의 여정을 시작하겠습니다.
긴급한 재난 상황에서 119에 신고하는 전화를 상상해 보십시오. 우리는 “안녕하십니까, 저는 누구인데 지금 상황이 이렇고 저렇습니다”라고 길고 예의 바르게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의 입에서는 본능적으로 가장 핵심적인 단어들이 터져 나옵니다. “불이에요! 빨리요!”, “사람이 쓰러졌어요! 여기 주소는…” 이처럼, 인생의 위기가 예고 없이 닥쳐 숨 쉴 틈조차 없을 때, 우리의 기도는 길고 정제된 문장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한마디의 비명, 한 줄의 긴급 메시지와도 같은, 가장 짧고도 절박한 부르짖음이 됩니다.
시편 70편이 바로 그와 같은 ‘119 기도’입니다. 이 시는 바로 앞서 묵상했던 시편 40편의 마지막 다섯 구절(13-17절)을 거의 그대로 가져와 독립시킨 시편입니다. 왜 성령께서는 이미 있던 기도를 다시 한번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우리의 신앙 여정에는 길고 깊은 묵상의 기도뿐만 아니라, 이처럼 다급하게 하나님의 신속한 개입을 구하는 짧은 부르짖음 또한 반드시 필요하며, 하나님은 그 기도에 귀 기울이신다는 것을 가르쳐주시기 위함일 것입니다. 이 시는 시간이 없을 때, 기도할 힘조차 없을 때, 우리가 붙들어야 할 가장 강력하고도 간결한 기도의 모델입니다.
시편 70편 (현대인의 성경)
1 하나님이시여, 속히 나를 구하소서. 여호와여, 신속히 나를 도우소서.
2 내 생명을 노리는 자들이 다 함께 수치와 모욕을 당하게 하시고 나의 불행을 기뻐하는 자들이 실망하여 물러가게 하소서.
3 나를 보고 비웃는 자들이 자기들의 수치스러운 행동에 놀라게 하소서.
4 그러나 주를 찾는 모든 자들이 주를 인하여 기뻐하고 즐거워하게 하시며 주의 구원을 사모하는 자들이 항상 “하나님은 위대하시다!” 하고 말하게 하소서.
5 나는 가난하고 궁핍하지만 주께서는 나를 생각해 주십니다. 주는 나의 도움이시요, 나를 구원하시는 분이십니다. 나의 하나님이시여, 지체하지 마소서.
시편 70편은 다윗이 지은 ‘개인의 탄식시’로, 시편 40편 13-17절과 거의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는 서론이나 배경 설명 없이, 곧바로 “하나님이시여, 속히 나를 구하소서”라는 다급한 부르짖음으로 시작하여, 시종일관 긴박한 호흡을 유지합니다.
이 시는 크게 세 부분의 간결한 요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째는 자신을 위한 신속한 구원의 요청,
둘째는 원수들을 향한 공의로운 심판의 요청, 그리고
셋째는 주를 찾는 모든 자들을 위한 축복의 요청입니다.
1. 반복되는 긴급 요청: 속히, 신속히, 지체하지 마소서 이 짧은 시편 전체를 지배하는 정서는 ‘긴급함’입니다. 시인은 1절에서 “속히(חִישָׁה, 히솨)”와 “신속히(חוּשָׁה, 후솨)”라는 유사한 의미의 단어를 연달아 사용하며 하나님의 즉각적인 개입을 촉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5절에서는 “지체하지 마소서(אַל־תְּאַחַר, 알-테아하르)”라고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이는 마치 응급 환자가 구급대원을 향해 “1분 1초가 급합니다!”라고 외치는 것과 같습니다. 이 기도는 우리에게, 하나님 앞에 우리의 다급한 마음을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쏟아놓아도 괜찮다고 가르쳐줍니다.
2. 세 갈래의 기도: 나, 원수, 그리고 주를 찾는 자들 이 긴급한 상황 속에서, 시인의 기도는 명확하게 세 방향으로 향합니다.
첫째, 자신을 향해서는 ‘구원’과 ‘도움’을 구합니다.
둘째, 원수들을 향해서는 ‘수치’와 ‘모욕’, ‘실망’을 구합니다. 이것은 개인적인 복수심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되어 악한 계획이 좌절되기를 바라는 기도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극심한 개인적 위기 속에서 그의 기도는 자기 자신과 원수에게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셋째로, 그는 *‘주를 찾는 모든 자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들이 하나님 안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게’ 해달라고, 그리고 “하나님은 위대하시다!”라고 선포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이는 가장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고통의 순간에도, 공동체를 잊지 않고 자신의 구원이 공동체의 찬양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성숙한 신앙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3. 가장 정직한 자기 인식: “나는 가난하고 궁핍하오나” 이 모든 기도의 근저에는 자신의 상태에 대한 가장 정직한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나는 가난하고 궁핍하지만(וַאֲנִי עָנִי וְאֶבְיוֹן, 와아니 아니 웨에브욘)…” 그는 자신의 힘으로는 이 위기를 해결할 능력이 전혀 없는, 영적으로 완전히 파산한 상태임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습니다. 바로 그 자신의 무력함이, 역설적으로 하나님께서 개입하실 수밖에 없는 가장 강력한 이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주께서는 나를 생각해 주십니다.” 나의 가난함이, 전능하신 하나님의 돌보심을 끌어내는 통로가 되는 것입니다.
시편 70편의 짧은 기도는,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강력하고도 실제적인 기도의 무기를 제공합니다.
‘한 줄 기도’의 능력을 신뢰하십시오. 기도는 반드시 길고 유창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주여, 속히 도우소서!”라는 이 한마디가, 수많은 미사여구로 채워진 기도보다 더 강력할 수 있습니다. 기도할 힘조차 없는 탈진의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혼란의 순간에, 시편 70편을 당신의 기도로 삼아 그대로 외치십시오. 주님은 우리의 언변이 아니라, 우리의 중심을 보십니다.
당신의 위기가 공동체의 찬양이 되게 하십시오. 우리가 고난 속에서 드리는 “하나님, 저를 구해주세요”라는 기도는, 단지 나 한 사람만을 위한 기도가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내가 이 문제 속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경험할 때, 그것을 지켜보는 ‘주를 찾는 모든 자들’, 즉 나의 가족과 교회 공동체는 함께 기뻐하며 “하나님은 위대하시다!”라고 찬양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고난의 무대는,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간증의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영적 파산’을 선포하는 용기를 가지십시오. 우리는 종종 하나님 앞에서조차 강한 척, 괜찮은 척하려 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능력은 나의 강함이 아닌, 나의 약함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하나님, 저는 가난하고 궁핍합니다. 제게는 아무런 힘도, 지혜도, 자원도 없습니다. 오직 주님만이 저의 도움이십니다.”라고 고백하는 바로 그 순간, 전능하신 하나님의 능력이 우리의 삶에 임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나의 도움이시요, 나를 구원하시는 하나님,
제 삶에 폭풍우가 몰아쳐 숨 쉴 틈조차 없을 때, 주께 부르짖습니다.
하나님이시여, 속히 저를 구하소서. 여호와여,
신속히 저를 도우소서.
저는 가난하고 궁핍하여 주님 없이는 한순간도 설 수 없는 자임을 고백합니다.
이런 저를 주께서 생각하시오니,
지체하지 마시고 주의 능력으로 저를 건져주소서.
그리하여 저의 구원을 통해 주를 찾는 모든 자들이 함께 기뻐하며
“하나님은 위대하시다!”라고 영원히 외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