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홍수가 목까지 차오를 때
하나님의 위대한 승리의 행진을 함께 걸었던 우리의 여정을 이어, 오늘은 그 행진의 반대편, 즉 영광이 아닌 수치와 고통의 가장 깊은 수렁 속에서 드리는 한 영혼의 처절한 부르짖음, 시편 69편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이 시는 시편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메시아 시편 중 하나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가장 생생하게 예표하는 그림자이기도 합니다.
거대한 홍수가 나서 순식간에 온 도시가 물에 잠기는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을 상상해 보십시오. 한 사람이 거센 흙탕물 속에서 간신히 고개만 내민 채 살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발은 바닥에 닿지 않는 깊은 수렁에 빠져 있고, 사방에서 밀려오는 거센 물결은 그의 마지막 남은 힘마저 빼앗아 갑니다. 그는 소리치지만 아무도 듣지 못하고, 그의 눈은 구조대를 기다리다 지쳐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절대적인 위기, 바로 그 ‘익사 직전의 공포’가 시편 69편의 시작입니다.
이 시는 다윗의 기도이지만, 그가 겪는 고통의 깊이와 종류는 한 개인의 경험을 넘어섭니다. 그는 ‘이유 없는 미움’을 받고, ‘하나님의 집을 향한 열심’ 때문에 오히려 비방거리가 되며, 가장 가까운 형제들에게까지 외면당합니다. 심지어 목마를 때 쓸개즙을 마시게 하는 잔인한 조롱까지 당합니다. 이 모든 고통의 목록은 놀랍도록 정확하게, 약 천 년 후 십자가 위에서 인류의 모든 고통을 짊어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과 겹쳐집니다. 이 시는 고난의 홍수가 우리의 목까지 차올라 더 이상 숨 쉴 힘조차 없을 때, 우리가 붙들어야 할 유일한 구원의 동아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처절하고도 복음적인 기도입니다.
시편 69편 (현대인의 성경)
1 하나님이시여, 나를 구하소서. 물이 내 목까지 차올랐습니다.
2 내가 깊은 수렁에 빠져 발붙일 곳이 없으며 깊은 물에 들어가니 홍수가 나를 덮칩니다.
3 내가 부르짖다가 지치고 내 목이 쉬었으며 내 하나님을 기다리다가 내 눈이 피로합니다.
4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하는 자가 내 머리털보다 많고 부당하게 내 원수가 된 자들이 강합니다. 내가 훔치지 않은 것도 내가 물어 주어야 합니다.
5 하나님이시여, 주는 나의 어리석음을 아시니 내 죄가 주 앞에 숨겨질 수 없습니다.
6 모든 군대를 다스리시는 주 여호와여, 주께 희망을 두는 자들이 나 때문에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하소서.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시여, 주를 찾는 자들이 나 때문에 모욕을 당하지 않게 하소서.
7 내가 주를 위해 모욕을 당하고 수치가 내 얼굴을 덮었습니다.
8 내가 내 형제들에게는 남이 되고 내 친척들에게는 타인이 되었습니다.
9 주의 집에 대한 열심이 나를 삼키고 주를 모욕하는 자들의 욕이 나에게 돌아왔습니다.
10 내가 금식하며 울었더니 그것이 오히려 나의 모욕거리가 되었고
11 내가 슬픔의 표시로 베옷을 입었더니 그들의 조롱거리가 되었습니다.
12 성문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나를 헐뜯고 술주정뱅이들이 나를 노래감으로 삼습니다.
13 여호와여, 은혜 베푸실 때 내가 주께 기도합니다. 하나님이시여, 주의 크신 사랑과 확실한 구원으로 나에게 응답하소서.
14 나를 수렁에서 건져 빠지지 않게 하시고 나를 미워하는 자와 깊은 물에서 나를 구하소서.
15 홍수가 나를 덮치지 못하게 하시고 깊은 물이 나를 삼키지 못하게 하며 구덩이가 나를 삼키려고 그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소서.
16 여호와여, 주의 한결같은 사랑은 선하시니 나에게 응답하소서. 주의 크신 긍휼로 나를 돌아보소서.
17 주의 얼굴을 주의 종에게서 숨기지 마소서. 내가 고통 중에 있으니 속히 나에게 응답하소서.
18 내 영혼에게 가까이 오셔서 나를 구하시고 내 원수들에게서 나를 구원하소서.
19 주께서는 내가 당하는 모욕과 수치와 불명예를 아십니다. 내 모든 대적들이 주 앞에 있습니다.
20 모욕이 내 마음을 찢어 놓아 내가 병이 들었으니 내가 불쌍히 여겨 줄 자를 찾았으나 없고 나를 위로할 자를 찾았으나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21 그들이 나에게 쓸개를 주어 먹게 하고 내가 목마를 때에는 식초를 주어 마시게 하였습니다.
22 그들의 식탁이 그들 앞에서 덫이 되게 하시고 그들의 잔치가 올무가 되게 하소서.
23 그들의 눈이 어두워 보지 못하게 하시고 그들의 등이 항상 굽게 하소서.
24 주의 분노를 그들에게 쏟으시고 주의 맹렬한 노여움이 그들에게 미치게 하소서.
25 그들의 집이 폐허가 되게 하시고 그들의 천막에 사는 자가 없게 하소서.
26 그들은 주께서 치신 자를 핍박하고 주께서 상하게 하신 자의 슬픔을 이야기합니다.
27 그들의 죄에 죄를 더하여 그들이 주의 의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소서.
28 그들을 생명책에서 지워 버리시고 의로운 사람들과 함께 기록되지 못하게 하소서.
29 나는 고통당하고 슬퍼하는 자입니다. 하나님이시여, 나를 구원하여 안전한 곳에 두소서.
30 내가 노래로 하나님의 이름을 찬양하고 감사함으로 그를 위대하다고 선포할 것입니다.
31 이것이 뿔과 굽이 있는 황소를 드리는 것보다 여호와를 더 기쁘시게 할 것입니다.
32 어려운 사람들이 보고 기뻐할 것이니 하나님을 찾는 너희들아, 용기를 내어라.
33 여호와는 가난한 자의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자기 백성이 포로가 되었을 때에도 그들을 외면하지 않으신다. 34 하늘과 땅아, 그를 찬양하고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생물아, 그를 찬양하라.
35 하나님이 시온을 구하시고 유다의 성들을 다시 세우실 것이니 그의 백성이 거기에 정착하여 그 땅을 소유할 것이다.
36 그의 종들의 후손이 그 땅을 상속받을 것이며 그의 이름을 사랑하는 자들이 거기서 살 것이다.
시편 69편은 시편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아 시편(Messianic Psalm)’ 중 하나이며, 극심한 고난 속에서 드리는 ‘개인의 탄식시’입니다.
이 시는 신약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관련하여 매우 빈번하게 인용됩니다(요 2:17; 15:25; 롬 15:3; 마 27:34, 48 등). 시는 익사 직전의 절박한 상황 묘사, 자신의 죄에 대한 인정과 함께 하나님을 위한 열심 때문에 받는 고난을 토로하고, 원수들을 향한 강력한 저주와 함께, 마침내 개인을 넘어 공동체와 온 창조 세계의 회복을 노래하는 장엄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1. 고난의 원인: 죄, 그리고 거룩한 열심 (1-12절) 시인은 자신의 고통이 ‘나의 어리석음’과 ‘내 죄’와 무관하지 않음을 정직하게 인정합니다(5절).
그러나 그의 고통의 주된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9절은 그 핵심 이유를 밝힙니다. “주의 집에 대한 열심이 나를 삼키고 주를 모욕하는 자들의 욕이 나에게 돌아왔습니다.”
그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이름과 영광이 더럽혀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기에 세상과 불화하게 된 것입니다. 신약에서 요한은 이 구절을, 성전에서 장사하는 자들을 내쫓으신 예수님의 거룩한 분노에 직접 적용했습니다(요 2:17).
하나님을 향한 거룩한 열심은, 종종 세상의 미움과 조롱을 불러오는 고난의 길이 될 수 있습니다.
2. 고난의 절정: 쓸개와 식초 (13-21절) 고통의 수렁은 더욱 깊어집니다. 그는 완전한 외로움 속에 있습니다. “나를 위로할 자를 찾았으나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고통은 절정에 달합니다. “그들이 나에게 쓸개를 주어 먹게 하고 내가 목마를 때에는 식초를 주어 마시게 하였습니다.”
이는 단순히 갈증을 해소해주지 않는 차원을 넘어, 고통받는 자를 향한 가장 잔인하고 모욕적인 조롱 행위입니다. 복음서 기자들은 이 구절이, 십자가 위에서 “내가 목마르다” 하신 예수님께 군인들이 신 포도주(식초)를 건네준 사건에서 문자적으로 성취되었다고 증언합니다(마 27:34, 48).
3. 탄식에서 찬양으로, 개인에서 우주로 (29-36절) 이 모든 처절한 탄식과 저주 끝에, 시인은 다시 한번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합니다. “나는 고통당하고 슬퍼하는 자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믿음의 도약을 합니다. “내가 노래로 하나님의 이름을 찬양하고 감사함으로 그를 위대하다고 선포할 것입니다.”
그는 고난의 현실 속에서, 미래에 이루실 구원을 미리 찬양하기로 결단합니다. 그리고 이 개인의 찬양은 놀랍도록 확장됩니다. 그의 구원을 보고 다른 *‘어려운 사람들’*이 용기를 얻게 될 것이며(32절), 마침내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생물’*이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게 될 것이라고 선포합니다(34절).
한 사람의 깊은 고난과 그를 통한 하나님의 구원이, 어떻게 온 우주적인 회복과 찬양의 근거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는 정확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부활이 가져온 우주적 구원의 그림입니다.
‘하나님 때문에’ 겪는 고난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때로 우리의 삶이 힘든 이유는, 우리가 세상의 방식과 타협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대로 살려고 애쓰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정직을 지키려다 불이익을 당하고, 신앙의 가치관 때문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 때, 우리는 외로움과 억울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시편 69편은 바로 그 고난이 ‘주를 위한 열심’의 증거이며, 우리가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영광스러운 길임을 가르쳐줍니다.
당신의 고통의 가장 깊은 곳에 예수님이 함께하십니다. 당신의 삶이 깊은 수렁과 같고, 이유 없는 미움과 배신으로 마음이 찢어지며, 아무도 당신을 위로해주지 않는 완전한 고독 속에 있습니까? 바로 그 자리에, 십자가 위의 예수님께서 당신과 함께 계십니다. 그분은 당신의 모든 눈물과 고통을 친히 겪으셨기에, 당신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위로하실 수 있습니다.
당신의 탄식이 온 세상을 향한 찬양으로 바뀌게 될 것을 소망하십시오. 지금은 비록 당신의 작은 신음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고통의 시간일지라도, 하나님은 그 탄식을 통해 위대한 일을 계획하고 계십니다. 당신이 고난 속에서 신실하게 하나님을 붙들 때, 당신의 삶은 당신과 비슷한 고통을 겪는 다른 이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의 개인적인 구원의 노래는, 온 창조 세계가 함께 부르는 거대한 찬양의 합창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나의 구원자이신 하나님,
고난의 홍수가 제 목까지 차올라 더 이상 숨 쉴 힘도 없이 깊은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주여, 저를 구하소서. 주를 향한 열심 때문에 세상의 미움과 조롱을 당할 때,
십자가 위에서 저를 위해 모든 수치를 감당하신 예수님을 바라보게 하소서.
제 모든 고통과 눈물을 아시는 주님, 저를 위로하시고 이 깊은 물에서 저를 건져주소서.
지금은 비록 탄식으로 기도하지만,
마침내 제 입술이 노래로 주를 찬양하며,
저의 구원이 온 세상의 찬양이 되게 하실 주님을 소망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