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부서진 성소 앞에서, 주여 기억하소서
악인의 형통 앞에서 거의 미끄러질 뻔했던 한 영혼의 고백을 지나, 오늘은 그보다 더 큰 재앙, 즉 하나님의 집 자체가 원수들의 손에 불타 무너져 내린 잿더미 위에서 드리는 한 공동체의 처절한 부르짖음, 시편 74편으로 우리의 여정을 시작하겠습니다.
수백 년간 한 도시의 중심을 지켜온 아름답고 유서 깊은 대성당이 하룻밤 사이 화마에 휩싸여 잿더미로 변해버린 뉴스를 본 적이 있으십니까? 무너져 내린 첨탑과 검게 그을린 벽을 보며 사람들은 단순한 건물의 상실을 넘어, 자신들의 역사와 정체성, 그리고 신성한 가치가 훼손된 것에 대해 깊은 슬픔과 충격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들 마음속에는 고통스러운 질문이 피어오릅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하나님은 어디에 계셨는가?”
시편 74편은 바로 그와 같은, 그러나 비교할 수 없이 더 깊은 영적 재앙을 겪은 한 백성의 기도입니다. 이 시는 아마도 바빌론 제국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되고,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이었던 솔로몬 성전이 완전히 파괴된 직후(BC 586년경)에 기록되었을 것입니다.
시인은 도끼와 망치로 찍히고 불타버린 성전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이 모든 것을 허용하신 하나님을 향해 “어찌하여 우리를 영원히 버리시나이까?”라고 절규합니다.
그러나 이 시는 절망의 탄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시인은 이 모든 폐허를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의 태초의 능력을 기억해내며, 그 능력으로 다시 한번 당신의 백성과 당신의 이름을 위해 일어나 싸워달라고 호소하는 위대한 믿음의 항변입니다.
시편 74편 (현대인의 성경)
1 하나님이시여, 어째서 우리를 영원히 버리셨습니까? 어째서 주의 백성인 우리에게 분노하십니까?
2 주께서 옛날에 값 주고 사신 주의 백성을 기억하시고 주께서 구출하여 유산으로 삼으신 이스라엘 민족을 기억하소서. 주께서 계시던 이 시온산도 기억하소서.
3 와서 이 영원한 폐허를 보시고 성전에서 온갖 악을 행한 원수들을 보소서.
4 주의 원수들이 주의 성전에서 고함을 지르고 그들의 깃발을 승리의 표시로 세웠습니다.
5 그들은 마치 도끼를 휘둘러 나무를 베는 사람처럼
6 성전의 모든 조각품들을 도끼와 철퇴로 부수고
7 주의 성전에 불을 질러 땅에까지 더럽혔으며
8 속으로 “우리가 모조리 없애 버리자” 하고 이 땅에 있는 하나님의 모든 집을 불태워 버렸습니다.
9 이제 우리에게는 아무런 기적도 없으며 예언자도 하나 없고 이 일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습니다.
10 하나님이시여, 언제까지 대적이 우리를 모욕하겠습니까? 원수가 주의 이름을 영원히 업신여겨도 되겠습니까?
11 어째서 주께서 주의 오른손을 거두십니까? 주의 능력의 오른손을 빼어 그들을 멸하소서.
12 하나님은 옛날부터 나의 왕이시니 세상에서 구원을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13 주께서는 주의 능력으로 바다를 가르시고 물 가운데 있는 용들의 머리를 깨뜨리셨으며
14 리워야단의 머리를 부수어 사막의 짐승에게 먹이로 주셨습니다.
15 주께서 샘과 시냇물을 터뜨리시고 항상 흐르는 강들을 마르게 하셨습니다.
16 낮도 주의 것이요, 밤도 주의 것이며 주께서 해와 달을 만드셨습니다.
17 주께서 땅의 모든 경계를 정하시고 여름과 겨울을 만드셨습니다.
18 여호와여, 원수들이 주를 모욕하고 어리석은 백성이 주의 이름을 업신여긴 것을 기억하소서.
19 주의 비둘기와 같은 백성을 야수에게 넘겨 주지 마시고 고통당하는 주의 백성을 영원히 잊지 마소서.
20 주께서 우리와 맺은 계약을 기억하소서. 이 땅의 어두운 곳마다 폭력이 가득합니다.
21 압박당하는 자들이 수치를 당하고 물러가지 않게 하시고 가난하고 불쌍한 자들이 주의 이름을 찬양하게 하소서.
22 하나님이시여, 일어나 스스로를 변호하시고 어리석은 자들이 온종일 주를 모욕하는 것을 기억하소서.
23 주의 원수들이 지르는 고함 소리와 주를 대적하는 자들이 끊임없이 떠드는 소리를 잊지 마소서.
시편 74편은 아삽의 시로, 국가적인 대재앙, 특히 성전 파괴 이후에 드리는 ‘공동체 탄식시’입니다. 이 시는 하나님을 향한 날카로운 질문과 고통의 호소로 가득 차 있으며, 현재의 절망적인 현실과 과거에 하나님께서 보여주셨던 위대한 창조의 능력을 극적으로 대조시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창조의 능력과 언약에 근거하여,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뿐만 아니라 당신 자신의 명예를 위해 일어나 싸워주시기를 강력하게 촉구하는 한 편의 신학적인 논증과도 같은 기도입니다.
1. 영적 고아의 절규: “예언자도 하나 없고” (1-11절) 시는 “어찌하여 우리를 영원히 버리셨습니까?(לָמָה אֱלֹהִים זָנַחְתָּ לָנֶצַח, 라마 엘로힘 자나흐타 라네차흐)”라는, 자녀가 아버지에게 버림받았을 때 터뜨리는 듯한 원망 섞인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시인은 폐허가 된 성전의 참상을 낱낱이 고발합니다. 원수들은 성전에서 짐승처럼 고함을 지르고, 자신들의 깃발을 세웠으며, 아름다운 조각품들을 도끼와 철퇴로 무참히 파괴하고, 마침내 성전 전체를 불태워 버렸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물리적인 파괴보다 더 끔찍한 것은 9절에 묘사된 영적인 황폐함입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아무런 기적도 없으며 예언자도 하나 없고 이 일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습니다.” 하나님의 음성이 완전히 끊어진 시대, 하나님의 임재를 느낄 수 없는 영적 암흑기, 이것이 바로 성전 파괴가 가져온 가장 깊은 절망이었습니다.
2. 기억의 역습: 혼돈을 이기신 창조주 (12-17절) 이 절망의 한복판에서, 시인은 의지적으로 시선을 현재의 폐허에서 태초의 창조 현장으로 돌립니다. 그는 선포합니다. “하나님은 옛날부터 나의 왕이시니…” 그리고 그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원시 바다의 혼돈을 상징하는 용들, 즉 ‘리워야단(לִוְיָתָן, 리워야탄)’의 머리를 깨뜨리셨는지를 상기시킵니다.
이것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가장 강력한 신학적 논증입니다. 그의 논리는 이것입니다. “태초의 가장 강력한 혼돈의 세력인 리워야단마저 쳐부수시고, 해와 달을 만드시며 온 세상의 질서를 세우신 창조주 하나님이시여, 저 바빌론 군대는 저 리워야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어찌하여 그 태초의 능력으로 지금 우리를 구원하지 않으십니까?”
3. 언약에 근거한 마지막 호소 (18-23절) 창조주 하나님의 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한 시인은, 이제 마지막으로 하나님께서 행동하셔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합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이름’과 하나님의 ‘언약’입니다.
원수들은 단지 이스라엘을 모욕한 것이 아니라, 바로 ‘주의 이름’을 업신여겼습니다. 따라서 이 싸움은 이제 이스라엘의 싸움이 아니라, 하나님의 명예가 걸린 하나님의 싸움이 되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을 연약한 ‘주의 비둘기’로 묘사하며, 하나님께서 맺으신 언약을 기억하시어 이들을 보호해달라고 호소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이시여, 일어나 스스로를 변호하소서”라는 기도로, 하나님의 행동을 강력하게 촉구하며 기도를 마칩니다.
첫째, 당신의 ‘성전’이 무너졌을 때, 정직하게 슬퍼하고 질문하십시오. 우리의 삶에서 성전과도 같이 신성하고 안전하게 여겼던 것들이 무너져 내릴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건강일 수도, 가정일 수도, 혹은 신뢰했던 교회 공동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억지로 괜찮은 척하거나 신앙이 없는 것처럼 보일까 봐 질문을 억누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시편 74편은 우리에게, 그 폐허 위에서 정직하게 슬퍼하고 하나님께 “어찌하여?”라고 묻는 것이 허용된 기도임을 가르쳐줍니다.
첫째, 답이 보이지 않을 때, 이야기의 시작점으로 돌아가십시오. 현재의 문제에 함몰되어 하나님의 임재가 느껴지지 않고 그분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 영적 암흑기를 지날 때, 시인처럼 이야기의 가장 처음, 즉 창조의 현장으로 돌아가 보십시오.
당신을 둘러싼 작은 문제들이 아니라, 하늘의 해와 달을 만드시고 바다의 경계를 정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광대하심을 묵상하십시오. 당신의 문제보다 비교할 수 없이 크신 그 하나님을 다시 만날 때, 우리는 현재의 고난을 이겨낼 새로운 관점과 힘을 얻게 됩니다.
둘째, 하나님의 ‘명예’를 위해 기도하십시오. “하나님, 저를 도와주셔야 합니다. 제가 이렇게 실패하고 무너지면, 저를 통해 하나님을 보던 세상 사람들이 하나님을 뭐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주의 이름의 영광을 위해 저를 구원하소서.”
이것은 교만한 기도가 아니라, 나의 구원을 넘어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는 가장 성숙한 기도입니다. 우리의 기도가 ‘나의 문제’ 해결을 넘어 ‘하나님의 이름’을 위한 기도가 될 때, 하나님은 당신의 명예를 걸고 반드시 일하실 것입니다.
옛날부터 나의 왕이시며 창조주이신 하나님,
저의 삶의 성전이 무너져 폐허가 되고,
주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 깊은 어둠 속에 있습니다.
주여, 어찌하여 잠잠하시나이까?
일어나사 주의 능력의 오른손을 펴소서.
태초에 혼돈의 세력 리워야단을 깨뜨리시고 천지를 창조하셨던 그 능력으로,
오늘 저를 둘러싼 절망의 세력을 물리쳐 주옵소서.
주의 이름을 위하여, 주께서 맺으신 언약을 기억하사,
고통받는 주의 백성을 구원하시고 주의 영광을 친히 변호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