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위에서 드리는 민족의 기도
여러분이 사랑하는 고향이 전쟁으로 완전히 파괴되고, 소중한 사람들이 학살당했으며, 신성하게 여겼던 교회가 이방 군인들의 군홧발에 짓밟히고 더럽혀졌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살아남은 당신은 무너진 건물 잔해와 시신이 뒹구는 거리를 걸으며, 이 끔찍한 재앙 앞에서 어떤 기도를 드릴 수 있겠습니까? 아마도 그 기도는 논리정연한 감사의 고백이 아니라, 하늘을 향한 비명에 가까운 탄식과 질문, 그리고 절박한 구원의 호소일 것입니다.
시편 79편은 바로 그와 같이, 바빌론 제국에 의해 예루살렘과 성전이 파괴되는 국가적 대재앙(BC 586년경)을 겪은 한 공동체가 잿더미 위에서 드리는 ‘민족적 애가(哀歌)’입니다.
이 시는 시편 74편과 매우 유사한 배경을 가지지만, 성전의 물리적 파괴에 더 집중했던 74편과는 달리, 백성들의 학살과 그로 인한 ‘민족적 수치’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이 시는 감당할 수 없는 국가적 재난과 수치 앞에서, 한 공동체가 어떻게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이름의 영광’을 위해 우리를 구해달라고 호소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직하고도 담대한 기도입니다.
시편 79편 (현대인의 성경)
1 하나님이시여, 이방 민족들이 주의 땅에 쳐들어와 주의 성전을 더럽히고 예루살렘을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2 그들이 주의 종들의 시체를 공중의 새에게 먹이로 주고 주의 성도들의 살을 땅의 짐승에게 주었으며
3 그들의 피를 예루살렘 주변에 물처럼 쏟아부었으나 그들을 묻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4 우리는 이웃 나라의 조롱거리가 되고 주변 사람들의 조소와 멸시거리가 되었습니다.
5 여호와여, 언제까지 노하시겠습니까? 영원히 노하시겠습니까? 주의 질투가 언제까지 불처럼 타오르겠습니까?
6 주를 알지 못하는 민족들과 주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나라들에게 주의 분노를 쏟아부으소서.
7 그들이 이스라엘을 삼키고 그 땅을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8 우리 조상들의 죄를 우리에게 돌리지 마시고 우리에게 속히 주의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가 아주 비참하게 되었습니다.
9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주의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우리를 도우시고 주의 이름을 위하여 우리를 구출하며 우리 죄를 용서하소서.
10 어째서 이방 민족들이 “너희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 하고 말하게 하십니까? 주의 종들이 흘린 피에 대한 복수를 우리 눈앞에서 그들에게 보여 주소서.
11 갇힌 자들의 신음 소리를 들으시고 죽게 된 사람들을 주의 능력으로 살려 주소서.
12 주여, 우리 이웃 나라들이 주를 모욕한 죄를 7배나 갚아 주소서.
13 그러면 주의 백성이며 주의 목장의 양인 우리가 주께 영원히 감사하고 대대로 주를 찬양할 것입니다.
시편 79편은 아삽의 시로, 시편 74편과 마찬가지로 성전 파괴라는 국가적 재앙을 배경으로 하는 ‘공동체 탄식시’입니다. 이 시는 참혹한 현실에 대한 고발, 이 재앙이 자신들의 죄 때문임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며 드리는 용서의 간구, 그리고 이 모든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이름과 영광이 모독당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하나님의 개입을 촉구하는 기도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1. 참상의 고발: “묻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1-4절)
시는 이방 민족들이 하나님의 기업의 땅에 들어와 저지른 끔찍한 만행을 고발하며 시작합니다. 성전은 더럽혀졌고, 예루살렘은 돌무더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더 비참한 것은, 주의 종들과 성도들의 시신이 새와 짐승의 먹이가 되도록 길거리에 방치되고, 그들의 피가 물처럼 쏟아졌지만 아무도 묻어주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는 고대 근동에서 가장 큰 수치이자 저주로 여겨졌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주변 나라들에게 극심한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2. 기도의 전환점: “주의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5-9절)
이 끔찍한 현실 앞에서, 시인은 “여호와여, 언제까지니이까?”라고 부르짖으며 하나님의 진노가 그치기를 간구합니다. 그는 이 재앙의 원인이 자신들(과 조상들)의 죄 때문임을 인정하며, “우리 죄를 용서하소서”라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9절에서 기도의 논리는 위대한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그는 단지 “우리가 불쌍하니 우리를 구원하소서”라고 기도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주의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우리를 도우시고 주의 이름을 위하여 우리를 구출하며 우리 죄를 용서하소서.”
즉, 이 구원은 단지 비참한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 가운데서 조롱받고 있는 ‘하나님의 이름과 영광’을 위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구원이 하나님의 명예와 직결되어 있음을 상기시키는, 가장 강력한 기도의 논리입니다.
3. 회복의 소망과 찬양의 서약 (10-13절)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하자, 그의 기도에는 힘이 실립니다. 그는 이방 민족들이 던지는 가장 모욕적인 질문, “너희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라는 질문에 하나님께서 친히 ‘복수’로 응답해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그러면 주의 백성이며 주의 목장의 양인 우리가 주께 영원히 감사하고 대대로 주를 찬양할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잿더미 위에 앉아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하나님의 백성이며 그분의 돌보심을 받는 양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마침내 구원받은 후에 드릴 감사의 찬양을 미리 서약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아픔을 넘어, 하나님의 이름이 당하는 모독을 위해 기도하십시오.
우리가 고난을 당할 때, 우리의 기도는 종종 “하나님, 이 문제가 너무 아픕니다. 저를 도와주세요”라는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르기 쉽습니다. 그러나 시편 79편은 우리의 시야를 넓혀줍니다. 내가 겪는 고난으로 인해, 내가 속한 공동체의 실패로 인해, 세상 사람들이 “네가 믿는 하나님은 어디 있느냐?”라고 조롱하며 하나님의 이름과 영광이 가려지는 것을 가슴 아파하며 기도하십시오. 우리의 기도가 ‘나의 유익’을 넘어 ‘하나님의 영광’을 구할 때, 그 기도는 더욱 강력해집니다.
죄에 대한 정직한 인정이 회복의 시작입니다.
시인은 자신들의 고통스러운 현실 앞에서 남 탓을 하거나 하나님을 원망하는 데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 모든 재앙의 뿌리에 자신들의 죄가 있음을 인정하고 “우리 죄를 용서하소서”라고 기도했습니다.
우리 삶에 닥친 위기 앞에서, 혹시 하나님 앞에 고백하고 돌이켜야 할 죄는 없는지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정직함이 필요합니다. 진정한 회복은 언제나 정직한 회개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첫째, 당신의 현재가 아닌, 당신의 정체성에 근거하여 기도하십시오.
현재 이스라엘의 모습은 ‘조롱거리’, ‘멸시거리’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을 ‘주의 백성’, ‘주의 목장의 양’이라는 변치 않는 정체성으로 바라보며 기도했습니다.
당신의 현재 모습이 아무리 비참하고 실패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당신은 여전히 ‘하나님의 자녀’이며 ‘그리스도의 신부’입니다. 흔들리는 현실이 아닌, 변치 않는 당신의 정체성 위에 서서 담대하게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십시오.
기도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
저희의 죄와 불순종으로 인해 저희의 삶이 폐허가 되고,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주의 진노를 거두시고 저희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저희의 고통보다,
이로 인해 땅에 떨어진 주님의 이름과 영광을 더욱 가슴 아파하는 마음을 주옵소서.
주의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저희를 도우시고, 저희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비록 저희가 지금은 잿더미 위에 앉아 탄식하고 있사오나,
저희는 여전히 주의 백성이며 주의 목장의 양임을 믿습니다.
마침내 저희를 구원하시어, 저희 입술이 대대로 주를 찬양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