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과 저 사람이 거기서 났나니

모든 민족의 고향이 되는 도시, 시온

by Joseph H Kim

평생의 신실하심을 노래했던 개인의 기도를 지나, 오늘은 그 시선을 한 개인을 넘어 온 세상 모든 민족을 품는, 시편에서 가장 놀랍고도 혁명적인 비전을 담은 노래, 시편 87편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태어난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드니에서 태어난 사람은 하버 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를 자랑하고,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은 그 역동적인 도시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국적과 출생지는 한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만약, 한 도시가 나타나 세상 모든 민족을 향해 “너희의 진짜 고향은 바로 여기다. 너희는 여기서 태어났다”라고 선포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놀랍고도 혁명적인 선언일까요?


시편 87편은 바로 그와 같이, ‘시온(예루살렘)’이라는 한 도시가 단지 이스라엘만의 수도를 넘어, 과거의 원수들까지 포함한 온 세상 모든 민족의 영적인 ‘출생지’이자 ‘본향’이 될 것이라는 경이로운 비전을 노래하는 시입니다. 이 짧은 시는 혈통과 국경을 넘어, 오직 하나님의 주권적인 선택과 은혜 안에서 모든 인류가 하나의 가족, 하나의 시민이 될 것이라는 신약의 교회 시대를 내다보는, 가장 위대하고도 포용적인 ‘시온의 노래’입니다.


시편 87편 (현대인의 성경)

1 여호와께서 거룩한 산에 세우신 성이여,

2 시온의 성문이 야곱의 다른 어느 집보다 여호와께 더욱 사랑을 받는구나.

3 하나님의 성이여, 너에 대하여 영광스러운 것을 말하는구나.

4 “내가 이집트와 바빌론을 나를 아는 자 중에 포함시킬 것이며 블레셋과 두로와 에티오피아도 시온에서 태어난 자라고 말할 것이다.

5 정녕, 시온에 대하여 ‘이 사람 저 사람이 거기서 났으며 가장 높으신 분이 친히 그 성을 세우셨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6 여호와께서 민족들을 등록하실 때에 그 수를 세시며 “이 사람이 거기서 났다” 하고 기록하실 것이다.

7 노래하는 자와 춤추는 자들이 말하기를 “나의 모든 근원이 네게 있다” 할 것이다.


시편 87편은 어떤 시입니까?


시편 87편은 고라 자손이 지은 ‘시온의 노래’로, 하나님의 도성인 시온의 영광과 그곳이 장차 모든 민족의 영적 중심지가 될 것을 예언하는 ‘선교적 찬양시’입니다. 이 시는 당시의 배타적인 민족주의 사상을 뛰어넘어, 이방인들이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하나님의 백성이 될 것이라는 파격적인 비전을 제시합니다. 이 시가 그리는 그림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유대인과 이방인의 막힌 담이 허물어지고 모든 민족이 하나가 되는 ‘교회’의 모습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예표합니다.


말씀 속으로


1. 하나님의 선택, 시온의 영광 (1-3절) 시온이 영광스러운 이유는 그 지리적 위치나 건축물의 웅장함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여호와께서… 세우셨고”, 다른 어느 곳보다 그곳을 “더욱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시온의 영광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선택과 임재에 근거합니다.


2. 원수에서 시민으로: 가장 위대한 출생신고 (4-6절) 4절에서, 하나님께서는 온 세상을 향해 충격적인 선언을 하십니다. 이스라엘의 전통적인 원수들이었던 ‘이집트(라합)’와 ‘바빌론’, 그리고 ‘블레셋’, ‘두로’, ‘에티오피아(구스)’ 같은 이방 민족들을 향해, 그들 또한 “시온에서 태어난 자”라고 말씀하시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복이나 식민지화가 아닙니다. 이것은 ‘영적 입양’이자 ‘시민권 부여’입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그들의 호적 담당관이 되셔서, 그들의 출생지를 과거의 이방 나라가 아닌 ‘시온’으로 기록해주시겠다는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민족들을 등록하실 때에… ‘이 사람이 거기서 났다’ 하고 기록하실 것이다.” 혈통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운 선언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위대한 복음의 그림은 없습니다.


3. 모든 기쁨의 근원 (7절) 마침내 모든 민족이 시온의 시민이 된 그 영광의 날에, 그들은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고백할 것입니다. “나의 모든 근원(מַעְיָנַי, 마으야나이 - 나의 모든 샘들)이 네게 있다.” 우리의 진정한 기쁨과 생명, 문화와 예술, 그 모든 것의 원천은 세상의 다른 곳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시온, 즉 하나님 자신에게 있다는 최종적인 고백입니다.


삶의 자리에서


첫째, 교회의 영광은 ‘포용’에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오늘날 이 땅의 ‘시온’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입니다. 교회가 진정으로 영광스러운 이유는 큰 건물이나 많은 성도의 수가 아니라, 시편 87편의 비전처럼 모든 민족과 언어, 문화를 차별 없이 품어 안는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줄 때입니다. 당신이 속한 교회가 나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얼마나 환대하고 있는지, 그들을 ‘여기서 함께 태어난’ 한 가족으로 여기고 있는지 돌아보십시오.


둘째, 당신의 진짜 ‘여권’은 하늘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대한민국, 호주 등 각자의 국적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는 더 중요한 정체성이 있습니다. 바로 ‘하늘의 시민권’입니다(빌 3:20). 우리의 진짜 본향은 이 땅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입니다. 이 정체성을 가질 때, 우리는 더 이상 다른 민족을 ‘이방인’이나 ‘경쟁자’로 보지 않고, 장차 하늘의 한 고향에서 만나게 될 잠재적인 ‘가족’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셋째, 당신의 모든 ‘샘’의 근원을 하나님께 두십시오. 당신의 기쁨과 활력, 창의력의 원천은 어디에 있습니까? 당신의 직업, 취미, 자녀, 혹은 재산입니까? 그것들은 모두 마를 수 있는 샘들입니다. 시편 87편은 우리의 모든 좋은 것의 궁극적인 근원이 오직 하나님 한 분께 있음을 가르쳐줍니다. 당신의 삶의 모든 샘을 하나님께 연결하십시오. 그럴 때 당신은 세상이 줄 수 없는, 마르지 않는 기쁨과 생명력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기도

거룩한 산에 주의 교회를 세우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

저의 편협한 마음을 넓히사,

세상 모든 민족이 주 안에서 한 가족이요 시온의 시민이 되는 주님의 위대한 비전을 보게 하소서.

제 안에 있는 차별과 편견의 담을 허무시고,

저와 다른 모든 사람을 장차 하늘 본향에서 함께 만날 형제자매로 품게 하소서.

제 삶의 모든 기쁨과 만족의 근원이 세상이 아닌 오직 주님께만 있음을 고백하오니,

날마다 주님 안에서 솟아나는 생명수로 저를 채워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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