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의 황 사무엘이 10살의 황 사무엘에게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2015년의 황 사무엘이라고 합니다
잘.... 버티고 계신가요? 혹, 생각보다 맘대로 되자 않는 삶에 지금의 저만큼 좌절하고 계신가요?
제가 어떻게 감히 어른의 삶을 헤아려보이겠냐먄은... 대부분의 어른들은 (최소한 제가 만난 여러 어른분들을 보면) 저 같은 애들이 질문하는 걸 참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나름의 100문 100답 느낌으로 준비한 질문들이 있는데.... 100개를 한꺼번에 하시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한 번에 10개씩.. 나눠서 질문을 드릴게요
1. 저는 키가 어디까지 자라나요? 아빠를 능가하나요? (중요!)
2. 저... 대학은 어디 가요? 정말 고등학교 때까지만 미국에 가고 대학은 한국에 있는 데로 가나요? (중요!)
3. 대학 가면 정말 여자친구 생기나요? (중요!)
4. 저 친구는 많이 사귀나요?
5. 저 출퇴근하는 그런 어른들이 하는 일 하나요?(중요!)
6. 저 영어는 얼마나 늘어요? (중요!)
7. 돈 많이 벌어요?
8. 저 한국말은 똑같이 할 줄 알아요?
9. 지금 여기서 만난 친구들 아직도 알고 지내요?
10. 저 휴대폰은 언제 생겨요? (중요!)
이번에는 이 정도만 써도 될 것 같아요! 꼭 답변해 주세요!
존경을 담아
황 사무엘 올림
2015년 5월 3일
10년의 시간을 넘어 한 편지가 도착했다.
'이게... 뭐더라..?'
나름 기억력이 좋다고 주변사람들에게 뻐기며 다니던 나는 미국에 온지 얼마 안돼서 처음으로 나에게 쓴 편지를 기억하지 못할 만큼 상당히 많은 시간들과 기억들을 어깨에 이고 어찌저찌 어른이 되어있었다.
10년이라면 강산도 바뀐다 했던가? 지난 10년 세에 코로나와, 경기침체, 여러 전쟁들을 지났으니 어찌보면 맞는 말인듯 하다만, 유독 내 개인적인 삶에는 해당하지 않는 듯 하다.
'그래... 이때가 처음이었지'
나이가 들어가며 혼잣말만 늘은 20살의 황 사무엘에게 초등학교에서 받았던 그 과제는 현재의 홋잣말 하는 습관의 발단은 지금 본인 손에 들려있는 편지를 처음 썼던 10년전이라고 입버릇 처럼 말하곤 한다.
'일단은... 답장을 써야겠지'
대학에 처음 들어와서 1학년 2학기의 기말고사를 모두 끝낸 토요일 오후의 시간을 10년전의 나와 대화레 써보기로 한다.
안녕...?
10년 전의 나. 정말 반가워,
난 너의 예상대로 상당히 고단한 인생을 보내고 있어. 시험과, 과제, 그리고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자투리 시간이 나를 옥죄고 있단다.
법적으로 어른이 되면,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교에만 가면, 모든게 해결이 될 줄 알았어.
근데 아니더라고, 늘어날 줄 알았던 여유와 성장보다, 실제로 늘어난건, 불안과 미련, 그리고 포기로 부터 오는 나태 일뿐이 었어
도전이 두렵고, 무조건 잘돼야 하는데 왜 안될까 하며 불안해 하고 있는게 일상이 되었어.
어떤 사람들은 이걸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며 희석하기도 하더라고.
이란 식으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난 어른이 되기를 택한게 아니라 어른이 되어버린건데...
지금 너의 맘엔 묻고 싶은 질문이 참 많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수 있는 말은 이거 하나 뿐이야.
사무엘, 제발 부탁할게, 눈치 보지 말고, 철들지 말고, 두눈을 가린 사람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호기로움으로 앞으로 나아가주라.
이제 막 "어른"의 첫 일년을 마친 나에게 남은 건 후회 뿐이다.
이란 말 빆에 할 수 없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이 말을 끝으로 글을 둘일게
나 처럼 살지 마라.
막상 편지를 다 쓰고 나니, 답답함이 밀려왔다.
뭔가 될듯 말듯한 불안함과 답답함, 그건 내가강의실에 있건, 구인구직 사이트를 휘져으며 일을 찾건, 지금처럼 컴퓨터에 앉아있건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 몸을 움직여 도전하고 리스크를 감수할 자신은 더더욱 없었기에, 그져 컴퓨터에 내 감정을 토해내고 깊은 숨을 몰아쉬며 출력을 눌렸다.
어느순간 시간이 훌쩍 지나가 새벽 2시를 가르킨다. 이 10살 짜리 아이의 질문을 하나도 답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내가 하고싶은 말만 꾹꾹 눌러담아 적은 탓에 나름의 뒷맛은 씁쓸 했지만, 박하사탕을 먹은듯한 상쾌함이 속 안에서 발현되고 있었다. 나름의 카타르시스랄까?
사실 저 위의 첫 번째 편지에서 적은 질문들의 90% 이상이 10살짜리의 내가 원하는 답변과 상당히 거리가 멀기에 질문하나하나에 답변하며 환상을 깨트리는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키는 애매하게 부모님 두 분 신장의 평균, 대학은 그렇게 유명한 곳도 아니고, 밖에 나가지도 않는데 여자친구가 생길 리가 없고, 현재 미국 경제 상황에 취업이나 스펙 쌓기도 하늘의 별따기고, 영어는 제대로 늘지도 않아서 리포트 점수는 D-나 뜨고... 휴대폰은 생기자마자 내 인생 문제의 9할을 책임지는 존재가 되었다.
어쩌면 이런 현실이기에 내가 도저히 말할 요기가 안 났나 보다.
'이렇게 대학생활을 보내고 싶지 않았는데....'
한숨을 쉬며 문서를 출력하고 편지지에 넣어 부쳤다.